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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Sep 09. 2021

아이랑 텃밭 가꾸기, 그 일년의 기록

2020년, 우리 모두 처음으로 농부가 되어 보다!




전원주택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단연,


텃밭 가꾸기 일 겁니다.




이사 오기 전에 우연히 본 스탠리 주니어 가드닝 툴. 아이들용 가드닝툴은 작은 사이즈만 있었는데, 아무래도 전원주택에서는 길이가 긴 가드닝 툴도 필요하겠지 싶었어요. 그래서 세 가지를 사서 이사를 왔습니다.


전 주인이 텃밭으로 가꾸었던 곳.

아직 제대로 텃밭을 일구기 전이라 아이들의 모래 놀이터같은 흙 놀이터가 되었어요.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웃분들께 선물을 받았습니다. 직접 기른 시금치라네요. 전원에서는 시금치도 기를 수 있군요.

아파트 베란다 텃밭이라고 해봤자 상추, 방울토마토 정도만 시도해 본 것이 다였는데 말이예요.




어느덧,



본격적으로 텃밭을 일궈보자,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시기,

이웃 내외분들이 저희집에 깜짝 방문해 주셨어요.


환영의 의미로 서프라이즈로 왔다며

축대로 쌓은 돌 틈 잡초도 제거해주시고,

소나무 전지도 보여주시고,

전 주인들이 가꿨던 텃밭 사이즈가 작다며 집 옆 쪽으로 크게 만들어 보라고 조언도 해주셨어요.

거기에다가 퇴비까지 선물을!

전원주택입문자, 초보 농부에게는 정말 한 줄기 빛과도 같았습니다. (정말 좋은 이웃들을 만나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제 진짜,
우리의 텃밭을 만들어 봅시다!


삽질도 아이들한테는 즐거운 놀이!

몰랐는데, 잔디가 있는 땅은 진짜 파기가 어려운 것이었어요. 삽질을 제대로 해 보니 그 다음날 근육통에 시달렸네요. 오래 한 것도 아닌데 말이예요. 결국 남편이 완성을 했습니다. 그리고나서 퇴비를 뿌리고 며칠 뒤에 땅을 뒤집어 주었습니다.




모종은
언제 심는 걸까요?



시장에 모종이 보이기 시작하자, 얼른 사서 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날씨가 따뜻해진 뒤에 심으라는 주변 분들의 말에 참다 참다 4월 18일, 모종을 사 버렸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모종심기도 자연놀이
일장화가 없어서 일단 레인부츠를 신었어요. 헌터부츠를 신고 밭일을 하게 될 줄은…

그리고 다음 날, 모종을 심어봅니다. 심고 났더니 한파가 한 차례 찾아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괜히 일찍 심었나, 일주일만 더 기다릴 걸 하고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이 잘 자라주더라고요.



다른 잡초가 자라지 못하게 비닐을 덮고 심어줍니다. 그런데 저렇게 심었더니 이웃분들께서 너무 붙여 심었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작아도 나중에 크게 자란다고요. 그래서 두 줄로 바꿔 심어줬던 기억이 납니다. 초보 농부라 역시 티가 나네요.



​5월쯤 되어, 대파모종도 사다 심었습니다. 사실 마트에서 사온 대파만 흙에 묻어두어도 싱싱하게 자라긴 하지만요. 대파는 요리에 많이 쓰이니까 모종으로 반판 사서 심어 보았습니다.

엄마! 파를 심으려고 푹푹 파니까
개미가 자기 집인 줄 알고 들어갔어!



첫찌가 구멍을 파다 동생을 부릅니다. 애벌레랑 공벌레를 보라고 말이죠. 쪼르르 달려간 둘찌는 첫찌랑 같이 벌레를 만지고 놉니다. 얼마 전까지 지나가다 보는 개미도 못 만졌던 녀석들이 말이죠.


자연에서 아이들이 자란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애들이 저한테 애벌레를 붙여 놓아서 질색을 했더니 겁쟁이라고 놀리네요.


겁쟁이 아니야! 아직 안 친해져서 그래.


변명 아닌 변명을 해 봅니다.



​5월 중순쯤 되자,

이렇게 쑥쑥, 자라주었습니다.




이제는
6월.


집에 매실나무가 있는 지도 이 즈음 매실이 달려 알게 되었어요. 요맘 때 매실이 수확되는 지도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네요. 역시 실제로 경험 해 봐야 진짜 지식이 되는 거더라고요.


오이도 따고,


호박도 땄습니다.(호박꽃도 참 예쁘더라고요.)


가지꽃도 피었습니다.


방울토마토가 2열로 자라는 것은 진짜 처음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바질도 쑥쑥, 자랐습니다.




여름이 텃밭의 절정입니다.



집에 아무것도 반찬 거리가 없다면,

텃밭에 걸어가

쌈채소를 뜯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한 그릇 뚝딱.

텃밭에서 키운 쌈채소는 야들야들 쌉쓰름하니 이것만으로도 꿀맛입니다.



저희는 감자를 키우지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이웃분들이 수확물을 나눠주셨습니다.

큰찌가 아침부터 감자캐기를 체험하고 온 모습이예요. 감자는 고구마랑 세트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 시기에 수확하는 거였다니. 마트에 가면 일년 내내 있으니 관심 가지지 않으면 잘 몰랐던 것들을 또 하나 새로 알게 됩니다.



아,

드디어.

우리집 블루베리 나무에서 블루베리가 보라색으로 익어갑니다.

이번 여름,

처음으로 내가 키운(사실 스스로 자란) 블루베리를 아무때나 따다 실컷 먹었습니다. 이웃분들도 나눠 드리고요.


​그러면 이렇게,

둘찌랑 산책갔다가 밭에서 선물 받아온 옥수수

이웃분들이 옥수수를 주십니다. 갓 딴 옥수수를 쪄 먹는 게 진짜 마트 옥수수랑 다르더라고요. 알맹이가 야들야들, 보들보들 합니다.



인삼인가, 당근인가

언제는 이렇게 인삼 모양 당근도 밭에서 나왔습니다.



또,

어느 여름날의 수확물을 공개합니다.


고추, 부추, 방울토마토가 한 가득입니다.




어느덧,
가을이 되었습니다.


텃밭을 한 차례 갈아 엎고,


이번에는 씨앗을 사 보았어요.

무랑 배추를 심어야 하는 계절이래요.

거기에다가 쌈채소를 포기할 수 없던 저는 상추랑 깻잎, 루꼴라랑 근대도 심어 봅니다.


그러나 다 철이 있나봐요. 역시 초보 농부.

봄이나 가을이나 따뜻한 건 비슷하니까 잘 자라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말이예요. 씨앗 봉지 뒤에 심는 시기가 맞는 거더라고요.

무, 배추, 루꼴라는 잘 자랐는데 그에 비해 상추나 깻잎, 근대는 봄이랑 다르게 자잘하게 컸어요. 그래도 근대로 된장국도 끓여 먹고, 쌈채소는 몇 번 잘 먹었습니다.




11월,


무를 뽑았습니다.

무가 이렇게나 자랐어요.

엄마가 동치미를 만들어 주신대요.(주방경력 10년이 되어가는데, 아직 김치까지는 자신이 없는 주부입니다.)


무청은 삶아서 말렸습니다. 동넷분들은 삶지 않고 말려야 한다고 하셨어요. 뭐가 맞는 걸까요. 얼마나 말리는 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느날엔

원래도 좋아했지만,

전원주택으로 이사와서 더 좋아진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가장 따라 해보고 싶었던 곶감도 말려 보았습니다.

초보라 감까지 들어있는 키트를 사서 30개만 말려 보았는데,

너무너무 맛있어서

마당 오가면서 당 떨어질 때 하나씩 꺼내 먹었더니 금세 없어졌어요.


내년에는 100개쯤 말려야겠습니다.



가을에 잘 자라던 배추

내년에는 어떻게 밭을 구성해 볼까 고민이예요. 해보고 싶었지만 의외로 잘 안 먹은 것들은 줄이고, 잘 자라고 잘 먹는 것을 심어야 할 것 같아요. 일단 쌈채소, 바질, 애플민트는 꼭 심고 싶고요.


이웃분들이 겨울에는 시금치를 심을 수 있다고 해요. 곧 밭을 재정비해서 시금치도 키워봐야 겠어요.





작은 텃밭을 가꾸는 초보농부지만,

올해 깨달은 게 있다면,



농사는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참,
창의적인 일이었어요.





2020. 11.20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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