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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Sep 10. 2021

나, 마당있는 여자야!

홈캠핑, 마당의 즐거움



얼떨결에 전원주택에 이사를 왔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마당이 생겼다는 것.


일단, 저에게 마당은 쉼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을 즐길 여유가 생겼습니다.


멍하니 해먹에 누워 구름을 올려다 보거나,

집 옆 산을 바라보며 멍때리는 시간이

이리도 소중한 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주말에 이불빨래 널어두고 남편하고 커피 한 잔 하는 시간도요.



마당은 즐겁게 일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커다란 이불빨래를

햇볕에 보송보송하게 말릴 수도 있고,

집 안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튀김요리나 생선구이를 할 때도

마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정원에서 꽃도 가꾸고, 텃밭에서 채소도 키웁니다.


새소리를 듣고, 햇살을 쬐고, 바람을 느끼며

도란도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일에서 힘을 좀 뺄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또 하나의 마당의 마법이라면,

마당에서 먹으면 무슨 음식이든 더 맛있어진다는 거예요.

여름날 대충 말아먹은 국수도,


냉동실에서 녹여낸 롤과 커피도


그냥 라면만 끓여서 먹어도

꿀맛입니다.



이사와서는 처음으로 가든 파티를 해 봤어요.

아이들의 생일과


할로윈에 커다랗게 장식을 해서 놀았습니다.


마당에 장식을 하니,

늘 하던 파티도 더 멋지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이들도 놀이공원에 온 듯 훨씬 즐거워하고 말이죠.



마당, 즐길거리가 참 많아요.

비눗방울만 불어서 뛰어다녀도

너무 즐거운 놀이가 됩니다.


마당이 생기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아이들의 수영장입니다.

뜨거운 여름에 수영장만 펴 놓으면 주변의 산과 어우려진 이곳이 우리만의 워터파크가 됩니다.


잔디가 없는 곳에서 사방치기 놀이도 하고,

가을엔 낙엽도 모아봅니다.

엄마, 아빠를 도와주는 일도 아이들에겐 놀이가 되죠.



지난 겨울에는 처음으로 썰매를 사 봤어요.

옆 산 경사로에서 아이들이랑 진짜 눈썰매도 타고,

눈이 쌓인 마당을 마당냥이들이랑 아이들이랑 썰매타고 놀기도 했답니다.



요즘 캠핑이 대세라고 하죠?


저희는 마당에서 홈캠핑을 합니다.

점점 늘어가는 남편의 바베큐 장비와 지식들로

눈과 귀와 코와 입이 즐거운 시간들이 펼쳐집니다.


소고기 구이
롤리팝치킨과 풀드포크
비첸향과 잠봉만들기

마당이 생기고 남편은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바로 바베큐.


마당이 없었다면 다양한 바베큐 장비들은 엄두도 내지 못했겠죠. 있다고 해도 계속 활용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저는 정원가꾸기,

남편은 바베큐,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기게  준

마당은 정말 고마운 존재입니다.




제가 홈캠핑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확실히, 불멍이예요.


가을이 되면 불멍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늦가을이 되면 아이들과 옆 산으로 밤송이를 주우러 다니죠.


작년에 처음으로 밤송이를 태워 봤어요.

알밤을 빼고나면 버려지는 밤송이들이 이렇게예쁘게  줄은 몰랐습니다.

화로대 안에 밤송이를 넣으면 작은 불꽃놀이를 즐길  있어요.

그저 밤송이를 하나씩 넣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면 작지만 고요한 불꽃놀이를 보며 힐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제일 아하는 것은 마시멜로우 구워 먹기입니다. (, 어른이들도요.)




 뛰어노는 활기찬 낮의 마당도 좋지만

고요하게 내려앉은 밤의 마당도 참 좋아요.

얼마전엔 마당에서 반딧불이를 만났고,

이번 여름 페르세우스 유성우도 새벽 마당에서 큰찌와 라면 먹으며 함께 보았습니다.


정말,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점점 저녁과 밤의 마당을 위한 감성템도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습니다.





마당


마당을 통해 진정한 쉼을 낍니다.

그동안의 쉼은 쉼이 아니었던 것 처럼 말이죠.


아이들은 자연과 놀며 자라고,

늘 하던, 해야만 하는 일들을 즐겁게 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취미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별똥별을 보고

반딧불이를 만나는 것 처럼

인생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경험도  수가 있죠.



마당을 갖는 것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편리한 것을 버려야 하는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마당이 생긴다면


지금까지 몰랐던,

하마터면 모를뻔했던

세상의 다른 곳과

삶의 다른 방식을 만날 수도 있답니다.


작년 제 인생의 최고의 시련이

올해 최고의 장면들을 불러와 준 것 처럼요.



참, 인생은 끝까지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끝까지 완주해봐야 알 수 있겠죠.


그때까지는 겸손하게

지금의 행복을 지켜나가고,

즐겨야겠습니다.



지금의 우리집과

마당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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