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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Sep 11. 2021

전원주택에 갈까? 말까?

전원의 삶을 망설이는 당신에게




마당있는
집의
로망은


누구에게나 있죠.


특히, 아이가 있다면 말이예요.



저도 둘찌가 태어나기 전에

첫찌 세살 때 쯤,

근교를 돌아다니며 땅과 집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에 꽤 민감해질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뛰는 건 발달단계 상 당연하고,

태어나서 목도 가누지 못하던 생명체가 뛸 수 있게 되는 것 자체도 멋진 일임이 분명한데,

아파트는 그 당연한 것을 민폐로 만들었거든요.


매번 아이가 뛸 때마다

조심해, 뛰지마, 하게 되고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다보면

어느새 아이가 뛰기도 전에

뛸거지? 뛰면 안돼,를 외치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도 어느새 눈치를 보게 되고요.

아이 잘못이 아닌 일인데 말이예요.

이 즈음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에 대한 로망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근교로 집과 땅을 둘러보러 나가게 되었습니다. 근데 땅을 사는 일은 아파트를 고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어요. 아파트는 동네, 브랜드, 학군, 마트, 병원 근처 등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고 나한테 필요한 것들의 순위를 매겨 따지면 금방 고를 수 있었는데 땅은 다 거기서 거기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부동산의 도움을 받아 매물로 나온 곳에 가 보아도 그 땅이 다 그 땅 같아 보이고, 땅은 풍수지리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 땅에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 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전원주택 마을을 둘러보며 전원주택에서 사시니 어떠세요?, 애들 어린이집은 근처에 있나요?, 병원은 어디로 다니세요?, 질문들을 드리고 긍정적인 답변들을 받기도 했지만 막상 결정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또 다시 아파트의 삶을 선택했죠.


근데 신기한 건

제 첫글에서 언급했듯이

갑자기 둘찌 건강문제가 닥치자,

그동안 집 고를 때 우선순위로 두었던 생활의 편리함 따위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냥 공기 좋은 곳, 하나만 보니까

진짜 우리집이 보였습니다.

출퇴근 시간,

마트나 병원의 위치,

학군과 같이

그 전에 따지던 것들이 다 부질없어진 그때,

공기좋은 근교에

겨울에도 따뜻하게 햇살이 내리쬐는 이 집을 보자마자


저 집이면
됐다.


,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운명처럼 말이예요.

옆에서 도와주시던 공인중개사 분이 근처에 축사도 없고,(보통 전원주택지나 전원주택을 고를 때 많이들 따져보는 부분이죠.) 이 쪽이 전원주택으로 인기가 많다,고 여러 좋은 점을 읊어 주셨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것들은 따지고 싶지 않았어요.


여기 살고 있던 가족의 건강하고 편안한 얼굴과 웃음이 그냥 마음에 콱, 박혔거든요.



여기에 산다면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 하고 말이예요.



그렇게 이사까지 순탄하게 흘러갔습니다.


막상 전원주택에 오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아이 학군이나

벌레, 방범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전원주택에 살려면

부지런해야 되는 거 아니냐, 라는 걱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음...

그런데 작년과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많은 모습들이 바뀌었다고 하죠.


가장 핫하고 각광받던 곳은 어쩔수 없이 사람들이 밀집되는 곳이었는데 그런 곳이 바이러스에 취약했고,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실내보다는 야외로 여행을 다니게 된 것 말이예요. 캠핑이나 차박이 대세가 되고 말이죠.


이런 식으로 사고를 바꿔 생각해보면,

전에 꼭 필요하다고 우선적으로 여겼던 것이

시각을 비틀어 봤을 때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 될 수 있어요. 모든 것은 장단점과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벌레나 방범은 세스코, 세콤과 같은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거나 벌레 퇴치약이나 방범방충망 등을 통해 해결이 되더라고요.


오히려 아파트 살 때는 같은 동에 드나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이웃들을 모르다 보니) 그래서 늦은 밤에 발소리만 들려도 놀랄 때가 있었는데 전원주택은 오가는 사람이 확실히 정해져 있어서 그런지 덜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이사올 때는 세콤 언제 설치되나, 하면서 매일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무서워하며 세콤 세팅을 해 놓고 잠들었는데 이제는 잊어버리고 잘 일이 많을 정도가 되었어요.

참 신기하죠. 사람의 변화는.

공동주택에서는 모든 소리와 진동에 센서를 세우고 살다가, 하나씩 필요없는 센서를 끄게 된 것 같아요.

부지런함의 문제는 전원주택에서 능동적인 삶을 살다보면 즐거움 속에서 알아서 해결이 되더라고요.

진짜 내 집이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거든요.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집 안 빼고는

내 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가지곤 했는데 주택은 확실히 그렇지 않더군요.


그러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쓰게 되는데 그게 조금 귀찮게도 느껴질 때가 있는데, 싫은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서 대체로 즐겁게 해결하게 됩니다.


내 아이를 키울 때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이를 키우게 되면 귀찮고 신경써야 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지만, 새로운 행복을 많이 맛보게 되잖아요. 아이없을 때는 몰랐던 세계가 펼쳐지고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아이들이 아무때고 집 안이고 집 밖이고 간에 마음껏 뛸 수 있다는 점 이었어요.


아무때나 신발신고 혼자 마당에 나갈 수도 있죠. 처음 우리집에 놀러온 지인 아이들이 “어? 혼자 현관문 열고 나가요!”하며 어린 둘찌가 나가는 걸 걱정하는 소리를 당연하게 하더라고요. 아파트에서는 세, 네 살배기가 혼자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건 큰 일이 맞죠. 그러나 여긴 다릅니다. 현관문 열고 나가도 안전한 마당이 있으니까요.


또, 데크로 나간 아이들이 거실 창쪽으로 걸어와 집 안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파트 아이들이 신기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였습니다. 고층 아파트에서는 거실 베란다 창 밖에 서 있는 사람이 있을 일이 없으니까요.


붙어있는 집이 없다보니 피아노도 마음껏 치고 싶을 때 치고, 샤워나 세탁기 돌리기, 청소기로 청소하는 것도 아무때나 제 맘대로 할 수 있습니다. 안방에 붙어 있는 욕실에서 샤워를 새벽 일찍 할 때에는 음악을 틀고 싶어도 틀지 못했거든요. 화장실 소음이 환풍구를 통해 훨씬 잘 들리니까요.


아, 그리고 화장실 환풍구나 베란다 쪽에서 올라오던(내려온 건지도요.) 담배연기에서 완벽하게 해방 되었어요.



이렇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는 것, 제약이 많이 없다는 것이

사람을 참 자유롭게 만들더라고요.


집 안 뿐만 아니라

집 밖의 풍경도 선조들이 차경하듯 즐기고,

집 밖의 마당에서도 프라이빗한 우리마음대로의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봄에는 벚나무뷰, 가을엔 은행나무뷰 가능
큰 빨래를 널어놓을 수 있는 삶
우리만의 수영장



전원주택으로의 이사는

확실히 결정이 힘들어요.

제가 여러번 실패한 것처럼요.


그러나 막상 결정을 한다면,

지금까지는 몰랐던 삶의 다른 즐거움을 마음껏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전원주택 대신 많은 분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는 층간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고, 도시의 주택은 주변이 편리한 대신 앞의 풍경이나 공기의 질이 근교 전원주택이랑 확실히 다르니까요.


직장이랑 너무 멀지만 않다면 푸르른 풍경이 있는 좀 더 맑은 공기의 전원을 추천드립니다.



매일,
여행지에서
눈 뜨는 기분

저도 이사하고 나서는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던 여행지인 평창(숲의 푸르름과 공기 때문에 일년에 몇 번씩 가던 힐링 여행지였어요.) 생각이 덜 나더라고요. 요즘 시국도 그렇지만 여행지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라 여행에 대한 욕구가 없어졌어요.


아파트 살던 재작년만 해도 주말마다 여기저기 다니지 않으면 좀이 쑤실 정도였는데 진짜 전원주택의 매력은 분명히 있습니다.


매일이 여행지에서 눈뜨는 기분이예요.

아침에 일출을 볼 때, 일어나서 창문 열어 신선한 숲 공기가 들어올 때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해가지는 일을 천천히 제대로 볼 수 있고, 밤에는 빛공해가 없어 아이들이랑 고개 들어 별을 세어 보기도 하고 말이죠.

일출과 일몰은 그 자체로 장관
고개를 들어 별을 헤는 밤






지금 손에 잡고 있는 것들을 다 가진 채 전원으로 오실 순 없어요. 모든 인생이 그러하듯 무언가는 포기해야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저도 아이들 교육에 관련해서 먼 미래까지 계획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거든요. 그냥 한발 한발 그때 그때 내딛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나 해결하고, 그 다음에 또 하나 해결하고 말이죠. 그렇게 어찌 어찌 잘 지내고 있어요.


결국, 은퇴하고 부부만 사는 전원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그냥 무작정 떠나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희의 작은 전원주택마을도 저희 가족을 제외하면 은퇴한, 은퇴를 앞둔 가족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빨리  즐거움을 알지 못했나, 아파트의 삶으로 전혀 돌아가고 싶지 않다,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이 어릴  이렇게 살았어야 하는데,라며 저희의 결정을 응원해주시기도 하고 말이죠.



전원주택,

그것도 어린 아이와 함께라면,

참, 어려운 결정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을 즐겨 보실 분들은

꼭 한 번 큰 결심으로 결정해보시길

멀리서나마 응원해봅니다.


저도 흔들리고 걱정하고 그랬으니까,


지금 여러분의 생각들을

온 마음으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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