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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포레relifore Feb 22. 2024

"엄마, 세 권만 더 읽어주면 안 돼?"

초등교사엄마의 잠자리 그림책 육아

어제의 6세 둘찌 pick 잠자리 그림책!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둘찌가 직접 고른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소중한 시간들에 초기 문해력 석사 전공 중인 초등교사 엄마의 시각을 더해 그림책 육아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1. 어떤 이불이 좋아? 어떤 목욕탕이 좋아? 어떤 화장실이 좋아?_ 스즈키 노리타케의 이 시리즈는 작가의 상상력이 아주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이 친숙하게 여기는 이불, 목욕탕, 화장실을 가지고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거든요. 예를 들어 화장실이라고 할 때, 물렁물렁한 화장실, 얼음 화장실, 구름 화장실, 꽃 화장실, 아쿠아리움 화장실 등다양한 화장실을 글과 그림을 통해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목욕탕과 이불 책도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각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목욕탕과 이불들을 보여주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합니다. 그리고 책마다 숨어 있는 등장인물이 있어요. 이렇게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도 부차적인 재미가 됩니다. 지금까지 이 책을 보여주거나 추천했을 때 아이들 반응이 너무 좋았어서, 그림책과 친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꼭 추천하는 책이에요.


이야깃거리가 많은 책이라 읽어주는 엄마(아빠)와 대화를 나누기에도 참 좋답니다.




* "엄마 세 권만 더 읽어주면 안 돼?"


 보통 둘찌와는 자기 전 세 권의 범위 안에서 그림책을 읽습니다.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집중을 하는 시간도 고려했지만,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너무 늦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둘찌는 잠자리 그림책으로 요시타케 신스케의 <내 잠버릇의 비밀>, <벗지 말걸 그랬어>를 읽고 나서, “아 조금만 더 읽고 싶다~”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림책을 하나 더 골라오라고 했습니다. 한 권을 가져올 줄 알았는데, 책을 고르는 동안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그러다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엄마, 세 권만 더 읽어주면 안돼?”

엄마도 피곤한 시간이지만, 아이의 애교에 넘어가지 않을 방도는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이불이 좋아?>, <어떤 목욕탕이 좋아?>, <어떤 화장실이 좋아?>까지 결국 다섯권을 읽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보통 세 권을 읽는다는 잠자리 그림책의 큰 원칙은 가지고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아이가 원하는 날, 잠자리에 일찍 들어간 날은 여유가 있어서 조금 더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편입니다. 이렇게 아이가 원하는 데 원칙에 입각하여 칼같이 거절을 하면, 책과의 친구가 되어가는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유연성을 가지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얼마 전 읽은 <퓨처 셀프>라는 책에서 감명 깊었던 부분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두 번째 삶을 사는 것 처럼 살아라. 그리고 첫 번째 삶에서 했던 잘못된 행동을 지금 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라!’하는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의 말을 인용하며, 저자는 20년 후의 자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와, 오늘을 다시 살아볼 기회를 얻었다고 상상을 하게 되는데요.

그 순간의 묘사를 읽어 볼까요?


 “내가 집에 돌아가 주차를 하려고 보니 세 살 된 피비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나를 보자마자 딸아이는 흥분해서 이리 깡충 저리 깡충 뛰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딸을 지켜보면서 나는 20년 후 미래의 내가 이 순간을 어떻게 온몸으로 느낄지 생각해 보았다.

 미래의 내가 된 나는 그 순간을 평소와 다르게 보게 됐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됐다. 딸은 신이 내게 주신 완벽한 선물이었다.”


 어제 아이가 그림책을 더 읽고 싶어하던 순간, 미래에서 돌아온 제가 어젯밤 아이의 “세 권만!”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저로서는 자연스레 아이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미래에서 이 시간으로 돌아온 저라면, 다른 급한 일들은 제쳐두고서라도 이 소중한 시간을 더 즐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분좋게 “오케이!”를 외쳤습니다. 몸은 피곤하고 아이를 얼른 재워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순간, 생각을 바꾸니 아이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줄 수 있었습니다.


마법처럼, 아이도 저도 참 소중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이도 즐겁게 그림책에 조금 더 빠져들고, 저는 그런 아이를 보며 조금 더 행복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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