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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Mar 19. 2024

#03 나의 아빠에게

아빠의 머릿속은 아주 엉망이 되었다.

과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고

엄마 말에 의하면

엉뚱한 소리를 자주 한다고 했다.


회사에서 아침부터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복지관에 간다고 고집을 피웠다고 한다.

결국 예상대로 고집을 꺾지 못하고

엄마는 아빠를 따라나섰다.


지금 엄마 복지관 가고 있다며

전화를 하셨다.


가다가 아빠가 힘들다고 주저앉으면

전화를 하라고 했다.


모시러 갈 테니까 전화를 하라고.


십 오분 지났을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모시러 가야 하나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하셨다.


아빠 뒤에서 따라 걷고 있는데

아빠는 복지관 가는 길도,

지금 현재 내가 가는 곳이 어딘지도 잃어버려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좋아졌다 생각했던 아빠의 치매는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 가장 두려운 일은

엄마와 우리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빠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정말이지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아빠의 치매로 아빠를 미워하던 내 감정은

무기한 보류가 되었다.


아픈 아빠를 미워할 수가 없잖아.

아직 더 미워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네.


아빠를 계속 미워하고 싶다고 말하면

나는 나쁜 딸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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