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9월 16일 (날씨) 보통
7시 차로 일 가다. 일 끝난 후 병전씨 돈 갖고 만화 가게 인수하다.
만화가게서 자다. 순(우리 엄마, 아빠의 아내)에게 전화.
엄마 말에 의하면 아빠는 군대에서 근육병을 앓았고, 평생을 하시던 건설 현장 일을 힘들어했다.
아빠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항상 일을 마치고 오면 고되다, 말을 내뱉던 아빠의 모습이 선하다.
언니에게 물어 아빠의 직업란에 ‘노동자’라 기재하던 나를 기억한다.
후에 언니는 아빠 직업 노동자인 걸 어떻게 알았냐고, 언니도 어리지 않았냐 물었더니
우리 형편을 알던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적으라고 했다고.
(그 말에 뭔가 모를 씁쓸함, 뭔가 배려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 내 자격지심일지도 몰라)
엄마가 시집을 와 보니 아빤 물지게를 지어도 비틀거렸고 그 바쁜 농번기에도 아빠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고.
생각해 보면 노동으로 돈을 버신 아빠는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하신 거였다.
물론 중간에 이것저것 일을 벌이셔서(다수의 다단계, 빚보증 등) 건설 현장 일을 잠시 쉬신 적은 있지만
아빠는 매일 아침 인력 사무소에 나가셨다.
그런 몸으로 노동을 하셨으니 어떻게든 되도록 몸을 쓰지 않는 돈벌이를 하고 싶었을 것 같다.
만화가게는 기억이 난다.
아주 어렸고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가게 바닥에 박스를 깔고 대충 잠을 청한 것도 기억이 난다.
결국 뭐 만화가게도 망했다.
잘 되는 척 아빠에게 가게를 넘겼지만, 뭐 손님 없는 가게를 넘겨받은 것이었고
결국 일기를 읽어보면 나오겠지만 오래지 않아 문을 닫고
아빠는 다시 노동을 하러 밖으로, 밖으로.
돈을 구하러 다녔다는 기록과
노동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나오는 아빠의 일기.
아빠를 써줄 리가 없는데도 칠십이 다되도록 일복을 입고
아침마다 나가셨다.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건설 현장 일을 왜 그리도 놓지 못했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할 수 있는 게 달리 없었으니까
달리 선택사항이 없어서 그랬을까, 아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