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8월 15일 화요일 무더운
자전거 타고 일 가다. 병전씨 혼자 오셔 같이 벽 바르다. 바르는 것 끝내고 오이 차 타고 오다. 집에 오니 順(엄마)이 밥 쉬었다고 한다. 밥 조금 먹다. y*, y* 손바닥 2대씩 때리고 밥 쉬게 말라고 하다. 順(엄마) 밥 박집사댁 가져다 개 주다.
아빠 일기 읽다가 사실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았다. 내가 싫어했던 아빠 행동들에 대한 감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음식이 쉬면 화를 심하게 내셨는데 그리고 이어지는 아빠의 그 ‘말’이 나를 화나게 했다. 음식이 쉬기 때문에 내가 일이 잘 안 된다, 밖에서 일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 때문이었다. 차라리 음식이 상하는 것은 죄다. 밖에는 굶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가 이런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 관리를 잘하자 생각했을 텐데 아빠의 그 말은 비겁해 보였다. 내가 밖에서 일이 잘 안 풀리는 게 집에서 이러니 내가 이렇지, 라는 그 말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퇴근하고 온 엄마에게도 불같이 화를 냈다. 정작 아빠는 출근 전 엄마가 잔소리라도 하면 난리가 났다. 일하러 가는 사람한테 뭐 하는 거냐며 불 같이 화를 냈고 이런 것들이 다 남자 일을 망치게 하는 거라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쳤다. 이후로도 그 모든 실패의 원인을 다 엄마에게 돌렸던 아빠였다.
일기에도 음식이 쉬었다고 초등학생 딸들 손바닥을 때렸다는데 화가 났다. 어려도 다 안다. 내가 잘못을 해서 맞았는지 감정적으로 나를 때렸는지를 말이다. 아빠는 아주 많이 감정적이었다. 엄마랑 다투면 우리를 불러다가 너희 엄마랑 이혼하려고 한다, 너희도 알고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엄청 울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2, 3학년을 앞에 앉히고는 그게 대체 뭐 하는 행동인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이후로는 부르지 않으시더라.
오늘은 나도 많이 감정적인 것 같다. 아빠에 대한 감정이, 그것도 아주 나쁜 감정이 너무 많이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아빠가 왜 이렇게 미운 건지 모르겠다. 오늘 좀 많이 감정이 안 좋네. 내 감정에 대한 원인을 아빠에게 넘기는 오늘의 나도 비겁자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허물을 보지 못하는 비겁한 나, 그게 나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