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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30 귀 맞추기

by 글마중 김범순 Sep 14. 2022

시어머니는 반드시 돈 귀를 맞추어 정리했다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편도 그랬고시어머니는 그러지 않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그렇게 하라고 강요했다돈만 많으면 되지 않나? 아무튼 사람 괴롭히는 게 취미라니까신혼 때 한방에 데리고 자던 비인간적인 시어머니한테 거부감이 가득했기에 마음껏 흉을 보았다.       

흉보면서 닮는다고 했던가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도 돈 귀를 맞추고 있었다시어머니는 두뇌가 명석하고 이재에 밝았다. 시어머니 젊은 날 시외버스 안에서 돈을 잃어버렸다나 같으면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을 텐데 시어머니는 내색하지 않고 한참 있다 운전사한테 다가가 귓속말로 부탁했다.


  소매치기를 당했으니 곧장 경찰서로 가주세요.”


경찰서 앞에 버스가 서자 어머니만 내리고 운전사는 아무도 내리지 못하게 얼른 문을 닫았다. 신고를 받은 경관 네 명이 버스에 올라왔다시어머니가 크게 말했다.

  “돈 귀를 맞춰 세종대왕이 나란히 있는 백오십팔만 원이 제 돈입니다!

그렇게 시어머니는 돈을 찾았다. 사랑할 수는 없지만 그 점은 무한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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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반드시 돈 귀를 맞추어 정리했다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편도 그랬고시어머니는 그러지 않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그렇게 하라고 강요했다돈만 많으면 되지 않나? 아무튼 사람 괴롭히는 게 취미라니까신혼 때 한방에 데리고 자던 비인간적인 시어머니한테 거부감이 가득했기에 마음껏 흉을 보았다.       

흉보면서 닮는다고 했던가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도 돈 귀를 맞추고 있었다시어머니는 두뇌가 명석하고 이재에 밝았다. 시어머니 젊은 날 시외버스 안에서 돈을 잃어버렸다나 같으면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을 텐데 시어머니는 내색하지 않고 한참 있다 운전사한테 다가가 귓속말로 부탁했다.


  소매치기를 당했으니 곧장 경찰서로 가주세요.”


경찰서 앞에 버스가 서자 어머니만 내리고 운전사는 아무도 내리지 못하게 얼른 문을 닫았다. 신고를 받은 경관 네 명이 버스에 올라왔다시어머니가 크게 말했다.

  “돈 귀를 맞춰 세종대왕이 나란히 있는 백오십팔만 원이 제 돈입니다!

그렇게 시어머니는 돈을 찾았다. 사랑할 수는 없지만 그 점은 무한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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