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기다려 네덜란드

1. 내 이럴 줄 알았다.

by 글마중 김범순

- 라운지에서 포착한 광고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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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각각 바뀌어 환상적이다 -


2023.4.22일은 특별한 날이다. 14시간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로 가기 때문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게으른 나로서는 가히 천문학적인 시간이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짐을 꾸렸다.


된장, 명란젓, 참기름 아홉 병, 황석어젓, 씀바귀김치, 고구마줄기김치, 마른 고사리 10 봉지, 당귀 새싹, 엄나무 순, 머위, 미나리, 달래, 취나물, 유자청에 담근 연근, 두릅, 미역국, 도토리묵. 수화물 기준을 초과해 된장과 명란젓 1 kg씩 마늘 싹 김치와 군고구마를 빼야만 했다. 딸과 손녀들이 맛있게 먹을 음식들을 덜어내는 게 아쉽고 또 아쉬워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큰 여행 가방 두 개에 나누어 담으려 했는데 가방 무게만 5kg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낡은 초대형 가방 하나에 미어터지게 쟁여 넣고 작은 가방 두 개에 나머지 짐을 담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기사가 가방을 내려줬다. 대형 가방은 오른손으로 왼손은 노트북 들어 있는 가방 손잡이를 작은 캐리어에 걸어 올려 끌며 보무도 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얼랄라 이게 웬일? 대형 가방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바퀴가 망가져 사력을 다해야만 마지못해 끌려왔다. 아들이 버스 타는 곳까지 들어다 줘서 그렇게 무거운 줄 꿈에도 몰랐다.


다행히 입구 가까운 곳에 00항공사 직원이 있었다.

"00항공 발권받으려면 어디로 가지요?"

“가까운 D보다 C로 가셔야 쉽습니다.”

한 걸음이 새로웠지만 시키는 대로 C까지 갔다.

여직원이 자동 발권을 도와주며 말했다.

“고객님 비즈니스석 수화물은 A에서 접수합니다.”

저걸 끌고 언제 입구에 있는 A까지 되돌아가나 눈앞이 캄캄했다.


융통성과 순발력이 부족한 나. 카트에 실으면 되는데 고생을 사서 한 것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초대형 가방은 끌려오지 않았고 작은 가방 손잡이에 건 노트북 가방은 자꾸만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무슨 일이든 쉽게 되지 않는 것이 내 일상이다. 미리 공항 구조를 검색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A로 직행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표만 비즈니스면 뭐 하냐?

삶의 양태가 지지리 궁상인 것을!


수화물 접수 차례를 기다리는데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32kg 초과한다고 내용물을 덜어내라면 어쩌나 싶어서다. 직원은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무색하리만치 아무렇지 않게 꼬리표를 달았다. 그토록 애먹이던 초대형 가방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안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추울까 봐 잔뜩 껴입은 데다 안간힘을 다하는 바람에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가방을 무사히 처리하자 마음이 가벼웠다. 화장실에 가서 두꺼운 옷을 벗어 노트북 가방에 넣고 발걸음도 가볍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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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이고 세련된 디자인 -


마음이 급해서 일부만 돌아보고 라운지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VIP 라운지!


딸이 비즈니스 표를 샀다고 했을 때부터 라운지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발을 들이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대형 뷔페식당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를 단숨에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는 건너편 대형 광고 화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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