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기다려 네덜란드
7. 부러우면 지는데 자꾸 부럽다
- 2 큰손녀 작품 -
딸네 옆옆집에 일본인의 가락국수가게가 있다. 다른 건물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고 간판도 없는데 테이블마다 손님이 앉아 있다. 필요하면 찾아가야 하는 문화라 그렇다고 했다. 살림집에서 음료도 팔고 음식도 팔고 공방도 하고 심지어 가전제품도 판다. 딸도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작가를 초청해 거실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차고를 개조해 작업실로 만든 뒤채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씩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
딸한테 어느 중고등학교 증축 공사장에 세워진 팻말의 내용을 들었다.
깊게 반성했고 그리고 극찬했다.
- 당신의 아이가 반드시 의사나 변호사가 될 필요가 없다고 알려주세요 -
- 우리에게는 청소 노동자도 건축 노동자도 필요합니다 -
- 노동의 가치를 집에서부터 가르쳐주세요 -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네덜란드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먹고살기 진짜 힘들다! 이 말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으며 살아온 나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다.
딸과 갤러리 거리를 가기 위해 국립박물관 관통 통로로 들어섰다. 바이올린, 아코디언 두 개, 첼로를 닮은 이름 모를 악기. 세 가지 악기로 비발디의 사계 버스킹 연주가 한창이었다.
- 첼로도 비올라도 아닌 신기한 악기 -
라익스 국립 박물관 통로 천장은 드높았고 굴곡 있는 아치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형태였다.
메아리 효과가 일어나 음악소리는 울리고 또 울려 초대형 오케스트라 연주와 똑같았다.
군중들이 둥글게 모여 감미로운 선율을 감상했다. 연주가 끝났다.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관람비를 내고 싶은데 카드만 사용하려고 한 푼도 환전하지 않은 것이 몹시 후회되었다. 얼랄라,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아무도 악기 케이스에 돈을 넣지 않고 딸처럼 전화기로 무언가를 찍기만 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떤 방법인가 물었더니 자세히 설명했다. 그랬으면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20일 전에 들은 것을 기억하면 김범순이 아니다. 맞다 까먹어야 김범순이다.
- 갤러리 거리 어느 가게 소품 -
- 색감이 예쁘고 재미있어서 찰칵! -
- 자세히 보면 점이 아니라 전부 사람이다 -
- 소년의 뒷모습과 달빛 어린 청색 조화가 처절하게 슬픈 작품 -
딸네 거실에 걸린 그림을 구입한 갤러리를 방문했다.
화가는 부재중이고 화가의 딸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 색감이 화사하다 -
- 강렬하고 역동적이다 -
- 실링팬도 하나의 작품 -
- 유리칸 너머 창고에 있는 작품-
- 특별하게 꾸민 응접코너 -
- 환상적인 화장실 -
암스테르담 중앙역 앞으로 왔다.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 수많은 자전거 행렬, 자동차, 트램이 같은 도로를 이용한다.
트램은 어떤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자동차와 자전거는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시해서 양보했다. 그때 성질 급한 자전거 운전자가 적색 신호를 무시하고 건널목을 건너다 행인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았다.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다 비슷했다.
길 옆 카페에 들러 차와 치즈를 주문했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여유롭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환경보호를 위해 빨대가 종이였다. 해묵은 나무가 많아 그런지 종이 질이 좋고 싸서 부럽다 -
치즈에 곁들인 짙은 갈색 사과잼은 가벼운 상큼함과 깊은 달콤함을 이중으로 품고 있어 아주 맛있었다.
사과를 얼마나 긴 시간 조렸으면 검정에 가까운 갈색이 되었을까?
- 접시 가운데 사과잼 -
집에 돌아오니 작은 손녀가 친구들과 함께 쿠키를 굽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다음 날이 킹스데이라 길에서 1유로씩 받고 팔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