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 / 김일연

청명, 연초록빛 나뭇잎

by 여산희

청명 / 김일연


물 불어난 내에 넘치는 파란 하늘

꽃잎이 떨어져서 여울져가는 아래

말갛게 씻기는 물돌, 그도 쾌청하다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 지나갔다. 예년보다 일찍 핀 벚꽃에 마음을 뺏긴 사이에 일주일이 뚝딱 사라졌다. 잎이 나기 시작하면서 벚꽃은 빛을 잃고 있다. 지금 벚나무 아래서는 꽃비가 내리고 있다. 고운 꽃잎이 눈꽃처럼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물길을 만난 꽃잎은 또다른 절경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벚꽃은 찾아올 때도, 절정일 때도, 떠날 때도 곱디고우니 각별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은 청명에 냇가를 찾았다. 봄비에 불어난 냇물이 시원스럽게 흘러가고, 파란 하늘이 냇물에 내려앉았다. 게다가 떨어지는 수많은 꽃잎이 물살을 따라 흐른다. 그 덕분에 바닥에 깔려 지내던 물돌도 호사를 누린다. 파란 하늘과 꽃잎에 심신을 씻으니 얼마나 산뜻할 것인가. 냇가에 있는 나무와 풀들도 파릇한 빛깔을 한껏 내뿜고 있었을 것이다. 그 풍경에 머문 사람도 청명을 오롯이 읽지 않았을까.


점심때 산책을 하다 보니 연초록빛 나뭇잎이 유난히 고왔다. 어제의 미세먼지는 썩 물러갔다. 하늘은 파란빛이었다. 벚꽃에 빠져 있는 사이에 여린 나뭇잎들이 쑥쑥 자라며 생생한 기운을 더하고 있었다. 아마도 봄꽃이 넘쳐나는 때가 아니라면 나뭇잎의 성장에 더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어쨌든 파란 하늘에 연초록빛 잎사귀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시절을 누리고 있다.

2024년4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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