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봄 Aug 05. 2023

첫선

#BrunchBook, cover by 보솜



 고등학교 시절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너무도 외롭고, 과거 지향적이기 때문입니다. 남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현재를 즐기고자 했던 저에게 맞지 않은 일이었죠. 그렇게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너무도 많던 곳. 이해를 앞세우며 관계를 맺기엔 상처받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무수한 관계의 어긋남을 겪고 든 의문은 "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반대로 남도 나를 못 이해하는 게 아닌가?"였습니다. 이제껏 외면해 온 외로움이 들이닥칩니다. 사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남이 나를 어떻게 알까. 이 외로움은 평생 없어지지 않겠구나, 포기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한편으론 놓지 못한 희망, 그럼에도 나를 가장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결국 '글쓰기'란 길에 들어섰습니다.


 '한달어스'라는 커뮤니티에서 리더님과 동료분들께 많은 것을 배우고 세 번의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기회를 받고 나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너무 어렸고, 경험과 지식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좋아하는 심리학, 과학, 음악 중 그 어느 것도 지식이 깊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제 토로에 리더님은 "지식을 얻고 싶다면 전공책을 읽으면 되죠, 브런치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하합니다."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 순간부터 제가 풀어낼 수 있는 '내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오랫동안 붙잡으며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 고민이었습니다.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 그것이 온전한 저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제 나이대, 혹은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겐 공감이 될 것입니다. 고민과 글을 동일선상에 둔다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오랫동안 붙잡을 것입니다. 소재까지 찾았겠다, 당시에 붙잡고 있던 감정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계십니다. 제 글을 보겠다고 새로이 브런치에 가입한 분들, 흔쾌히 추천 서문을 써주신 분들, 브런치북 커버 그림을 그려준 분까지 모두 감사할 따름입니다. '떠나려 하는 이들에게'를 완성하고, 브런치북을 만들자는 생각이 닿았습니다. 글을 씀에 있어, 그리고 살아오는 데 있어 무수한 도움이 받아왔다는 걸,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는 지금 다시 깨닫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 할 일뿐입니다. 


 9개의 글은 지난 일 년 간의 회고록이자, 고민, 그리고 제가 본 세상의 모습입니다. 많은 분들께 읽히는, 잠시라도 좋으니 복잡함에서 벗어나게 하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소중한 분들이 써주신 추천 서문과 같이 듣기 좋을 노래는 아래에 남겨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서문


 암순응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당신께 바칩니다.

- UNIST, 신소재공학부 대학원생, 장원준 -


 그의 이야기는 마음속 깊이 숨겨왔던 나의 마음을 이끌어 낸다.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들이 굳게 잠겨져 있던 나의 마음을 연다. 글에 이입을 하며 나를 직시하는 시간, 내게는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다.

- 김주현 -


 그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가사를 쓴다. 음악이 빠르건 느리건, 그만의 속도로 가사를 쓴다. 덕분에 노래를 듣다 보면 그가 느껴진다. 아주 진하게. 매질이 글로 바뀌며, 그의 향은 더 짙어졌다. 배우가 극 중 인물을 연기하듯, 나도 어느샌가 글에 젖어 그를 연기하고 있었다. 

- 임수철 -


 가진 능력을 모두 글에 담고 싶다는 공학도의 글을 모은 책이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글이 대량생산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사람이 쓴 글을 읽는다. 작가는 독자와 대화하며, 자신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완성한 작품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내딛은 이 작가의 10년 후, 20년 후가 무척 기대된다. 

- prof. Jinsook Choi -



추천 노래


1. 장마가 시작되었다. [백예린 - Rest]

https://www.youtube.com/watch?v=IqfFZ5cJ-WU


2. 민들레의 꽃말은, [n@di - 편지]

https://www.youtube.com/watch?v=xTguHDIErYc


3. 나는 회의적인 사람이 되었다 [윤지영 - 그래서 다행인 나를]

https://www.youtube.com/watch?v=_BIl4A77M8A&list=LL&index=46


4. 기억의 저편에 갇힌 네게 보낸다 [아이즈원 - 언젠가 우리의 밤도 지나가겠죠]

https://www.youtube.com/watch?v=j4td0_efDkc&list=LL&index=121


5. 떠나려 하는 이들에게(1) [선우정아 - 도망가자]

https://www.youtube.com/watch?v=0q6DR6EiPPo


6. 떠나려 하는 이들에게(2) [아이유 - 아이와 나의 바다]

https://www.youtube.com/watch?v=TqIAndOnd7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