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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May 06. 2021

미니멀은 무하마드 알리처럼

미니멀라이프,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다

완성이란 건 예술가의 작품이 의도대로 만들어지거나, 소설가의 마지막 마침표가 찍히면 그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가 완성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사이엔 예상조차 하지 못할 변수가 너무 많고, 중도 포기하거나 결국 목표 수정을 하게 된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중에 1인이었고,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자주 빗나가는 나의 선택


이렇게 될 거라고 진짜 단 1%도 예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불과 얼마 되지 않아 결국 이렇게 다시 덜어낼 것인데 난 왜 그렇게 시간을 소비하며 행거에 집착했던 것일까? 1월이었다.이사 후 옷도, 이불도, 걸어 둘 곳도 접어 둘 곳도 없는 이 집이 너무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너무 힘들여서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 돌아 돌아가더라도 정리정돈만 된다면
어찌어찌 이 집에 정 붙이고 살 수 있겠지..
마냥 화내고 짜증만 내며 지낼 수는 없으니깐


정말 행거는 싫었는데  내가 자는 방엔 행거가 설치되었고, 그마저도 옷이 다 걸어지지 않아 덜어내고 또 덜어내고 그래도 자리는 남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옷이 많았었나 다시 돌아보지만. 그렇다고 한 계절 옷을 5벌 가지고 살아가는 건 종교에 몸담고 계신 분들만 할 수 있는 것일 텐데 이거라도 가져다 놓고 걸어야지  안 그러면 매일 옷을 보며 한숨만 쉬고 있을 나를 알기에.. 그렇게 이케아 뮬 리그 행거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0,000원에 거래를 했고, 제일 작은방 앞 베란다에서 겨울옷들의 자리가 되어 주었다. 추운데 베란다에 걸어져 있는 겨울 옷을 입을라치면 한겨울 얼음 그릇에 냉면을 먹는 기분이랄까 1월 2월 3 월 그리고 4월까지 난 너무 추운 겨울과 봄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사이 하나씩 정리되어가고 , 내방엔 슬라이드 장으로 대체를 했고 더 이상 저 커다란 행거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어디에 쓸까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실제 테스트도 해보았다. 이불을 세탁 후 널어두는 용도로는 사이즈는 기각 막히게 좋았지만, 가로길이에서 너무 많은 차지를 해서 답답함이 느껴졌고, 과자를 매달아 과자 따먹기 놀이라도 해볼까 라고 생각했다가, 지금이 아니면 비우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비워내기로 결정했다.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본전도 못 건지게 되었지만. 나는 내 살림에서 비움으로로 마음을 가볍게 하고, 가져가는 사람에겐 세상 둘도 없이 아주 잘 쓰일 수 있는 물건이라 믿고 있다.



비움 vs채움

지금껏 나의 살림하는 시간 중에 비움과 채움 중에 어느 것이 더 많았냐고 물어본다면 난 여지없이 비움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니 왜? 가득가득 차 있는 저 집을 보면 어떻게 비움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해불가겠지만 나의 처음은 채움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하는 일에 있어 대부분이 비움이 아닌 채움부터 시작한다, 잘 생각해보면 결혼도 두 사람의 채움으로 시작하고, 아이의 탄생도 채움으로 시작하고, 부수적으로  각각의 가족 구성원들은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들을 다 채움으로 시작하게 된다. 필요에 의해서 채워지는 거라면 아주 나이스~지만

필요하지 않은걸 채우는 일이 더 많고 그걸로 인해 가족들보다 물건이 더 많아지고, 물건이 주인이 되어간다.그 뒤에 비움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건 사람이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시작되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난 채움과 비움 그리고 같은걸 다시 채우는 어리석은 미니멀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채웠던 것보다 더 많은 물건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미니멀리스트가 주는 느낌은 아주 거창하고 뭔가 좀 지적이고 , 단호함이 느껴진다. 수많은 책들도 출간되고 , sns에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가 넘치다 못해 바닥에서 주워도 될 만큼이다. 미니멀을 시도하지 못하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 너무 많은 정보에 내가 어느 패턴을 따라서 시작해야 될지 선택 장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미니멀에 이란 것을 알고 실천하고자 할 때, 어디서부터 해야 돼? 뭐 다 버려야 돼? 새로 사야 되나? 수많은 사진, 글, 미니멀로 텅텅 비어있는 거실과, 개미가 지나가다 미끄러질 정도로 반짝이는 주방, 사람이 살기는 한 건지 의심되는 방들  우리 집이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아니 옷장 싱크 대장 열면 와르르 무너지는 거겠지.. 설마..

사실 와르르 무너지는 상상도 해봤다. 배가 아팠다고 해두자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니  그 집을 보고, 우리 집을 보면 배가 아픈 거였다. 나도 사람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거다


201동 301호

미니멀의 시작은 2019년 4번째 보금자리였던 201동 302호에서 시작하였는데, 결혼 후 처음으로 31평 관사를 배정받은 곳이다. 주말부부 4개월 꽉 채우고 배정을 받게 된 관사는 숨도 안 쉬고 고속도로 달리면 겨우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하는 299km 떨어진 곳이었다. 남편이 사진을 보내주었지만, 내가 직접 가서 보고 싶어, 8살, 5살, 그리고 이제 겨우 18개월 된  막내까지 딸 셋을 태우고 그 거리를 달려갔다.

정말 넓었다  아무것도 없는 집에 들어선 우리는 아이들과 이방 저 방 주방 베란다.. 구석구석 둘러보고  이사 올 날을 설레면서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2018년 1월 드디어 이사하고 행복했던 4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부터   지금까지의 살던 중 가장 아픈 기억을 남겨준 집이 되어버렸다



미니멀은 그냥 무턱대고 시작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대단한 계획과 빈틈없는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기엔 사서 고생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무조건 버리는 것만이 능사라고 불편해도 그걸 감수해야 되는 거로 생각한 내가 그 고생을 사서 한 사람이 되었고, 그 과정은 비단 처음뿐만이 아니었다. 첫 미니멀을 시도하는 동안에는 계속 반복된 실수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



처음 시작하는, 진짜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처음 미니멀을 알려주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삶이 완성은 아니지만, 그동안 무수히 한 실수들을 다른 이들은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적어도  뻔히 돌에 걸려 넘어질 것 같은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넘어지지 않게 알려주는 성선설을 믿는 사람이기에.. 그러기 위해서 버리고, 덜어내기가 먼저가 아닌 내 집, 내 살림. 내 물건 수십 가지의 것들 중에 나의 패턴을 먼저 찾아보라고 말해줄 것이다. 내가 어떤 색을, 어떤 모양을, 어떤 기준으로, 어디에서 , 어떤 분야 것을 주로 구매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미니멀을 하고자 하고 , 미니멀리스트가 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비워낼 것을 보지 않고, 내가 무엇을 이 집에 채웠는지 그것부터 시작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그래야 비울 것도 , 남길 것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것은무작정 덤비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접근해서 효과 있게 때리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유명한 명언 미니멀도 이렇게 한다면 , 내가 배 아파했던  여유 있는 거실, 요리하고 싶은 주방,그리고 물건이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인인 집이 될 거라 믿어본다


사진출처

제목 영화'그것만이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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