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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온기 Jun 08. 2021

너무 애쓰지 않는 살림

미니멀라이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첫 미니멀 라이프 도전은 출발선을 넘지도 못하고 처음보다 배가 되는 물건들을 남기고 쓰린 상처가 되었다. 그래서 그 뒤로  과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것처럼 내 살림에도 내성이 생겨 더 많은 물건을 사들이고

난 호기롭게 남편에게 물건을 사는 이유가 정당하다고 합리화시켜 이야기하곤 했다. 화분이 많으니 화분 놓을 곳이 필요하고, 남편은 말하지도 않은 휴대용 칫솔 살균기를 사서 쓰라고 건네주고, 장식도 해야 하고, 아이들이 예뻐할 것 같아서. 비닐은 사이즈 별로 있어야 편리하고  정말  이유를 찾는 건 한여름 해변에서 지난밤 먹다 남은 닭뼈를 찾는 것처럼 쉬웠다. 사실, 그때의 기억을 희미하게나 갖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그렇게 사들이면서도 행복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었다. 수많은 물건을 참 잘 만든 문장으로 포장은 했지만. 사실 물건들이 내 집에 오는 순간 난 기쁘지 않고,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만 했다. 결코 필요한 물건들이 아니었으니깐 말이다. 진실이다. 물건을 사면서 기쁘지 않았던 내 모습 말이다.


 한 번은 홈쇼핑에 나오는 12벌의 속옷 세트를 샀었다.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였다. 그렇다고 속옷이 없었냐 하면은 아니 있었다. 아마도 산지 1년도 안된 것들일 거다. 도착할 날을 기다리는데 아주 빠른 배송으로 다음날 도착했지만. 그 옷을 시착하고 나서 잠시, 아주 잠시 고민하는 척 만 했을 뿐 난 속옷의 텍을 떼고 있었지만 난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럴까? 이렇게 물건을 사고 허무할까?' '나만 그런 건가?'  그러고 나서 우선 넣어두는 서랍을 여는 순간 이미 가득가득 빈 공간이 없는 서랍은 새로 산 속옷이 들어갈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난다 그런데 기존에  있던 속옷조차 버리지를 못하고. 그 사이 꾸역꾸역 집어서 대충 층층이 쌓이는 속옷 서랍. 난 그렇게 계속 쌓아만 가고 있었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 한번 벌려놓은 일은 마무리를 해야 하고, 한번 시작한 청소는 끝이 나야 한다

사실 이때는 이 성향이 단점이었다.그렇다고 끈기가 있거나 인내심이 있어 차근차근해 나가는 온화한 성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억지로 시작은 해야 하고,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니 마무리는 해야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으니. 오기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우리 집 어느 공간이든 난 그렇게 청소를 했다. 그러고 나서 너무 힘들다고 눈물을 보인적도 있다.즐길 줄 모르고 즐길 수도 없었던 나의 피땀으로 얼룩진 나의 첫 악몽 같은 미니멀 라이프 출발 그 이후 다시는 시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스스로의 예상을 깨고,  

난 지금 꽤 멋지게 해내고 있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육아도 모든 것은 기다림이다



 내가 늘 써야 하는 물건들, 내가 항상 함께 해야 되는 이 집에서 마음의 여유 없이 치우기에 급급해서 100m를 가장 빠르게 달려야 하는 단거리 선수처럼 살림을 해야 한다면 그 시간들은 그냥 식당에서 다음 손님을 받게 위해 빠른 속도로 그릇을 치우는 사장의 손일뿐, 가족들의 평안과 안위를 그려주는 따스한 아내, 엄마의 손이 아닐 것이다 난 그림 그리듯 집을 정리하고, 도자기 빚듯 물건들을 정돈하고 싶어 졌다.


 물건 하나를 청소할 때에도 당장 눈에 보이는 묵은 때를 제거하려 있는 도구 없는 도구를 가져와  짧고 날카로운 한숨을 내쉬며 벅벅 문지르다 욕실 어딘가로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아한 발레리나의 스텝처럼 묵은 때들이 스스로 무장해제할 수 있게 담가 놓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기다림은 기한도 독촉도 없다. 기다리는 동안 잠시 쉬어도 된다. 막내딸의 작은 의자를 베란다로 가져가 초여름 바깥의 햇살에 일광욕을 해도 된다. 그러다 보면 내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쫓기듯 했던 나의 정돈은  커튼 뒤 웨딩드레스 입은 딸의 모습을  기대하는 친정엄마의 벅찬 감정 같이 느껴질 것 같다 딸의 결혼을 기다렸던 엄마의 마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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