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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대 Jun 02. 2024

그래도 살아야 한다

존버




나의 글쓰기 주제는 존버하는 삶이다.
근데 실상은 나는 내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을
존버하지 못했다.


나는 이혼을 했다.
또 나는 어린 아들이 있는 아빠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말,
진부한 그 뻔한 단어로 부족한 아들을 2주에
한 번 정도 보며 산다.


사랑했었던 사람과 어떠한 이유이든
누구의 잘못이건 상관없이..
나의 책임이고 선택이며 아픔이다.


나는 아주 단순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리고 모난 것이 없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세심하지 못했고 꿈을 주고 사랑을 주어야
할 사람에게 그러지 못했다.


40년이라는 짧은 내 인생에 말로 할 수 없는
아니 스스로 인정할 수 없는 깨어짐을 겪었다.
상상 못 한 일이 벌어졌고,
수습되지 못한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다.
길을 잃었다.
꿈꿔온 모든 인생이 부정당했다고
생각되었다.


같은 무게의 상처를
애기 엄마와 내 아기에게 주었다.
미화되지 않는 나의 미숙함에
잠깐이지만 삶의 의미를 잃었다.


삶을 뒤로하기엔 남겨진 이들에게
줄 아픔이 너무 컸다.


이미 준 상처가
너무 깊고 치명적이기에...

“돌싱남”
<돌아온 싱글 남자>라는 단어인데,
도대체 어디로 돌아왔다는 말인가?
혼자가 되면 돌아온 건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이 부정당하는 것 같다.
머리로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밀어내고 싶다.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가 걱정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였다.


나는 그래서
그래도 살아야 한다.


잘 살아서 남겨준 상처를
갚아야 한다.


감정의 과잉과 고갈이
늘 휘몰아친다.


건조한 나의 삶에
이렇게 걷잡을 수 없는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게 가끔은 믿기지 않는다.


불편한 글이다.
푸념이고 쓸데없는 말들의
향연이다.


이렇게 이성적이지도 못하고
기승전결도 없는 글인데..


아마 내 마음이 그런 것 같다..


다시 한번,
나는 다짐한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야 한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이혼”
“가정의 깨어짐”
이걸 나는 내 인생에 생각해보지
못했다.


내가 결혼한 게 한동안 믿기지 않고 신기했다.
내 옆에 아내가 있고 아이가 자고 있을 때
물끄러미 볼 때가 있었다.
신기했다.
감사했다.
그 존재가.


그러하기에 그 삶을 받아들이는 게
아직 낯설다.


잠을 못 자다 보니
삼장이 쿵쾅거리고 감정이 해일처럼
나를 덮쳐 올 때가 있다.


나랑 가까운 사람들을 멀리했다.
힘든 모습을 자꾸 보여주고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주는 게 괴롭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두운 터널을 보내고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나의 삶에 대해서
나는 선택했다.


그래도 나는 살아야겠다.
그래도 나는 살아야겠다.
그래도 나는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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