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대신 아이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나요?
마음에 들지 않는 그날의 놀이를 보고 나는 전문가의 조언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나 보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이나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먼저 유아 심리상담을 위해 서면으로 몇 가지 문항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아이에 대해 조사하는 질문들은 주 양육자, 즉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부모의 몫이다.
평일은 시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함께 거주하며 아이를 돌봐주셨기에 아이는 누구 못지않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고 시부모님께서도 매주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기가 어려워졌다. 아이는 남편 회사 근처에 있는 규모가 제법 큰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수시로 임시폐쇄조치되면서 우리는 그 시기에 시부모님을 비롯한 친정엄마, 친정언니 등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버텼다. 모두 지방에 살고 있어서 한번 맡기면 평일 내내 떨어져 있어야 했다.
그때 당시 내가 느낀 아이의 문제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사회성'부분이었다. 워킹맘의 외동아이는 또래와 놀 기회가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코로나 시기라 적극적으로 누군가와 관계 맺기가 어려웠다. 또 자주 떨어져 지내면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 스스로도 제대로 된 훈육과 양육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크지는 않더라도 내 눈에 보이는 몇 가지 문제점을 고치고 싶었다. 곧 입학할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길 바랐으니까.
상담 첫날, 엄마말에 의하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게 맞고 10회 정도 미술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보자 했다. 그렇게 해서 초등학교 입학 전 10회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며,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40분 동안 선생님과 미술 작품을 만들고, 상담 결과를 부모에게 말해주는 식이다.
상담은 미술학원에 가듯이 매주 별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그곳에 다니면서 나는 아이에 대해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는 아이가 계획성이 아주 강한 성향이라는 것, 그래서 이런 아이에게는 갑작스럽게 말하기보다 미리 일정을 공유해 주고 받아들일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떼쓰는 게 싫어서 항상 미리 말을 안 하고 갑자기 말했던 게 오히려 아이에게는 맞지 않았던 거다.
두 번째는 마지막 상담이 있는 날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무언가 결핍돼서 오거든요. 제가 엄마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아이도 있고, 언니의 역할을 하기도 해요. OO이의 경우에는 친구였어요."
친구…….
그 말을 듣고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친구가 필요하고 놀이가 필요한 아이에게 놀 기회를 마련해 주기보다 심리상담센터에 데리고 갔고 아이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배워야 할 '과정'을 뛰어넘으려고 했던 것이다.
상담이 모두 다 끝나고 아이에 대한 보고서는 처음과 조금 다르게 보였다.
"주 양육자 엄마에 따르면 OO 이는 어떤 성향을 보인다. 엄마 말에 의하면 OO 이는....."
결국 나의 판단이었고, 내가 그런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최근에 읽은 아이들 정신건강에 대해 다룬 책 「부서지는 아이들」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양육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을 무분별하게 치료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나는 아이에게 일시적이고 값비싼 친구를 만들어주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아이에게 진짜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책 「불안세대」에서도 놀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실외에서 다양한 나이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신체적 놀이는 가장 건강하고 자연스럽고 유익한 종류의 놀이이다. 약간의 신체적 위험이 따르는 놀이는 꼭 필요한데, 자신과 서로를 돌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중략)
자유놀이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일반적으로 실수의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다 서툴며, 누구나 매일 실수를 저지른다. 초등학생은 시행착오를 통해, 그리고 친구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중학교의 더 큰 사회적 복잡성에 대응할 준비를 서서히 해나간다.
「불안세대」 조너선 하이트, 87p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심리상담센터가 아니라 '아이들이 있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였다. 나는 비용을 치르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 충분히 놀고, 배우고 느낄 때까지 기다려주기. 이제부터는 그게 나의 할 일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