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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Oct 18. 2021

비로소 알맞은 정의를!

밀레니얼 맘

밀레니얼 맘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변화되는 사회와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던 밤이었다. 문득 나에게 새로운 시선이 장착되었음을 느꼈다.


그동안 각종 매체에서 너도나도 다루던 'MZ세대'에 대해, 이것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며 관심 갖지 않았었다. 아마도 MZ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직장인 혹은 마케팅 종사자에게나 도움이 되는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날 깨달았다. 내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였다는 사실을.



밀레니얼 세대


80년~90년 사이에 태어났다.

양성 평등한 환경에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으며 자랐다.

교육 수준이 높다.

치열한 입시경쟁, 취직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많은 노력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접한 디지털 기기 덕분에 온라인 세상에 매우 익숙하다.

나의 가치와 취향이 존중받기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가치와 취향도 존중할 줄 안다.

의미를 추구하며 세상에 목소리를 낼 줄 안다.

개인주의의 성향을 갖는다.

소유보다는 공유와 경험을 중시한다.

'나 다움'과 '다양성', '성장', '자유'를 추구한다.



그랬다. 나는 엄마인데, 엄마긴 엄마인데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는 밀레니얼 엄마였던 것이다.



양성 평등한 환경에서 부모님께 많은 지원을 받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었다. 그래서 남편과 똑같이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라왔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엄마, 며느리, 육아, 가사와 같은 역할이 주어진 것이었다. 당연히 낯설고 버거웠다. 그러면서도 책임감 있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이수하려 노력했다.


사회에서 나로서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의 엄마'가 아닌 '나'의 이름이 그리웠다. 하지만 고민 없이 '그저 해오던 일'이라는 이유로 그때의 길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단순히 집에 갇혀 있는 것이 힘들고 이름이 잊히는 상황이 슬퍼서 사회로 나가 경제활동을 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이전에는 옳았던 것이 더 이상은 옳지 않아지고 많은 기준이 변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나 다움'을 추구해야 했다.


요즘 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많은 밀레니얼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한다. 밀레니얼에게 평생직장은 없기 때문이다. '직장은 결코 자신을 평생 지켜주지 않음'을, 따라서 '스스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함'을 알고 있다. 나 또한 직장이라는 소속 없이 집에서 가사를 하며 아이를 돌봤지만, 같은 사회를 살아온 밀레니얼의 일원으로써 모든 것을 오롯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를 만나며 모든 것이 변화한 새로운 삶에서, 나는 나를 찾으려 그렇게 헤맸던 것이다.




세 가지 기준


그간 슈퍼맘이 되기를 꿈꾼 것 같다. 세 가지의 기준에서 모든 것을 만족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끝없는 방황으로 스스로를 피곤케 하는 일상이었다.


첫 번째.

모성신화를 찬양하고 엄마 다움을 강조하던 기존의 사회, 성장하는 내내 나도 모르게 습득했던 가부장적인 사회의 가치를 만족시키려 했다. 누구도 내게 강요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엔 그림과 같은 어떤 이미지들이 존재했고, 나는 그 이미지들을 삶에 적용해가며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잘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다 때때로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혼자 우울해하거나 분노를 했다.


두 번째.

책과 공부를 통해 접했던 선배들의 삶이 있었다. 여성주의의 관점을 적용해 '남편과 동등하게 바깥일을 하며 당당하게 빛나는 삶, 혹은 집안일과 돌봄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삶'을 가슴에 새겼다. 집안일이라는 것이 그동안 그 자체로 존중받지 못했음을 깨달아 억울해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이 일을 존중하기를 바랐고, 그 첫 번째 대상은 만만한 남편이었다. 그리고 나도 똑같이 사회에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름을 불러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전업과 워킹의 선택에는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고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마음, 변화하는 사회에 새롭게 적응해서 살아가려는 마음이 있었다. 일은 재택으로, 온라인의 세상을 활용하려 했고, 그 속에서 성장과 자유와 나 다움을 찾고자 노력했다. 밀레니얼의 가치였다.



그렇게 이 작은 가슴 안에, 상충되는 다양한 생각과 가치들이 요동치며 충돌했던 것이다. 수많은 그 상념들이 나라는 사람을 세차게 흔들었던 것이다. 좋은 아내이자 엄마, 평등한 가사와 돌봄 노동, 당당한 사회활동과 경제적 성과, 변화하는 사회에서 나 다움을 찾아 자유롭게 일하며 성장하는 삶...




모든 이유를 알았다. 그러므로 이제 방황을 위한 방황은 끝내야 할 때였다.


그럼 앞으로 나는 '밀레니얼 엄마라는 정체성을 확립했으니, 더 이상 아무 삽질 없이 남편과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인가?


아니다. 지금부터 진짜 고민과 삶의 여정이 시작된다. '밀레니얼의 정체성' '엄마의 정체성' 충실히 따르며 살아가는 120 보통 엄마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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