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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Oct 19. 2021

세련된 요즘 엄마

밀레니얼 맘의 일상

나 아줌마 아니야. 이모야 이모~


3살 난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함께 놀면 호칭이 참 애매해진다. 나도 그렇고 다른 엄마들도 그렇고, 우리는 아직 젊으니 '아줌마'라는 소리는 절대 듣고 싶지 않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의 아이들에게, 친구의 엄마를 '이모'라 부르게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호칭은 때때로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다.


사람이 여럿일 경우, 한 아이가 나를 지칭하게 위해 호칭에 우리 아이의 이름을 넣으면, 나는 '태니 이모'가 되어 버린다. 사실 나는 '태니 엄마'지 이모가 아닌데? 그렇다고 3살 난 그 아이에게 나를 '태니 엄마'라고 부르게 하는 것도 웃기다. 이건 엄마들끼리나 어울리는 호칭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역시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인가? 그런데 그 친구에게 굳이 나의 이름을 넣어 '먕이 이모'라고 부르게 하는 것도 생각하니 참 어색하고 낯설다. 그동안 아이의 친구에게 내 이름을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휘뚜루마뚜루 사용하기엔 아줌마라는 호칭이 가장 적절한가? 아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아니다. 옆집의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 할머니도 이모님인데, 이렇게 젊은 내가 아줌마라니. 역시나 그냥저냥 '이모'가 제일 무난하다.


그래서 결국 나는 그냥 '이모'가 된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모든 엄마들도 모두 '이모'로 통일된다.



 

놀랍도록 부끄러웠다


얼마 전 어느 강연을 들으며 머리를 세게 얻어맞았다.


그동안 나는 젊은 세대의 사람이기에 늘 열려있는 사고를 갖고 있다고 자신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어느 여성 기업인의 강연을 듣던 날, 나의 편협했던 생각의 폭에 참 깜짝 놀랐다.


연사는 세계적인 기업의 한국 지사 부대표였다. 현재는 50대 정도의 나이가 되어 보였고 일에서 늘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으며 바쁜 와중에도 끊임없이 본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맞는 말이지~ 사람이 계속 성장을 하고 발전을 해야지~'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던 중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 대학원에 다닐 때, 임신을 해서 배가 무거워 정말 힘들었고~' 이런 얘기가 나오자, 나는 순간 완전히 얼어붙고 그다음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강연을 듣는 내내 마음속으로, '당연히 이 사람은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애를 낳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애엄마가 되면 자신을 가꾸거나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건 거의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물론 워킹맘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일도 가정도 잘 건사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이처럼 인정을 받고 높은 사람이 되고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 즉 잘 나가는 사람이 되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라 여겼다.


겉으로는 늘 아닐 것이라 말했지만, 결국은 당연히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내 속의 내'가 드러나던 순간이었다. 세게 한 대 얻어맞은 이 순간이 정말 부끄러웠다.




잘 나가는 엄마들, 잘 나갈 엄마들


그러고 보면 요즘에는 정말 '아이를 낳고도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평범했던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며 본인의 특기를 살려 멋진 사업가로 변신하거나, 다른 엄마들의 성장을 도움을 주는 강사가 되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잘 활용하여 유튜버, sns 인플루언서 등이 되기도 한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 한 사례는 대부분 '본인 개인의 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며 직장인으로 인정받고 성공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일지도. 특히나 엄마인 사람이 그 모든 역경을 딛고 올라가는 게 어렵기 때문일지도. 그러나 (아직은 한참 멀었지만) 요즘엔 직장 어린이집이나 육아 휴직, 단축 근무 등을 적절히 제공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더더욱 스스로 성장하고 잘 나갈 수 있기를!




세련된 요즘 엄마


결혼 전엔 '애엄마가 되면 세련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라 여겼다. 2015년 무렵, 결혼하고 애를 낳은 선배들이 카카오스토리에 자꾸 아이 사진을 올렸는데, 그 모습이 참 꾸질 꾸질 하게 느껴졌다. 얼굴엔 온통 음식을 묻히고 있는 아이의 사진, 목이 축 늘어나고 음식이 묻어 얼룩덜룩한 내복을 입은 아이의 사진은 참 지저분하게만 보였다. 아이 뒤로 보이는 집안도 여기저기 흩어진 장난감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기념일 사진들은 비교적 귀여웠지만 사실 음.. 모든 집, 모든 아이들의 사진이 다 똑같아 보였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의문이 생겼던 사실은 '내가 보기엔 모든 사진이 다 똑같아 보이는데, 왜 엄마들은 피드가 어지러워지도록 매일의 모든 일상을 계속 업로드하냐는 것'이었다. 맛집을 다니고 문화생활도 많이 하던, 그토록 세련됐던 언니들이 왜 이렇게 되었지? 역시 애엄마가 되면 주류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애엄마들이 정말이지 이상한 존재였다.



그런데, 막상 애엄마가 되어 보니 내가 접한 애엄마의 세계는 예상했던 세계와 참으로 달랐다. 시간이 많이 지나 이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을 넘어 인스타로 다다르며 시대에 맞게 조금 더 세련되어진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때는 그저 내가 접할 수 있는 애엄마의 모수가 적어 일부만 보고 단편적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는데, 이제는 애초에 내가 이 세계로 편승되었으니 접할 수 있는 사람도 많아 세련된 엄마들을 다수 만나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스타일리시한 청바지나 엘레강스한 원피스를 입고, 한 손에는 커피를 들거나 쇼핑백을 들었다. 그리고 멋진 배경이 돋보이는 핫플에서 알맞은 각도로 인증샷을 찍는다.


이는 인스타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보통 밀레니얼의 모습이다. 다만 여기에 '한 손으로 명품 유모차를 끌고 있거나 애를 안고 있거나 예쁜 옷을 입은 아이의 손을 잡고 있으면' 이는 곧바로 잘 나가는 '밀레니얼 맘'의 사진으로 승격된다. 이러한 사진에는 #아이와카페, #아이와여행, #아이와호캉스 등의 해쉬태그를 단다. 세상에 보여줄 세련된 엄마가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세련된 밀레니얼 맘에겐 이러한 모습만 있는가? 아니다. 요즘 엄마들은 내가 예전에 카스에서 봤던 '아이의 똑같은 일상'들도 sns에 많이 공유한다. #육아맘, #육아소통, #땡땡개월아기 등의 해쉬태그를 달면서. 다만 모두들 디자인을 전공했는지 참으로 예쁘게 공유를 잘한다.


그러고 보면 요즘 엄마들을 세련되다고 느끼는 건, '아이의 똑같은 일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변화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막상 애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의 하루하루가 다 다르게 느껴지고, 아이의 지저분한 모습마저 다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일수도. 아니, 애초에 아이의 모든 모습이 그리 지저분하게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 생겨서 일수도.


그리고 이미 내가 이 '엄마의 세상'에 들어왔으니, '나라는 존재를 주류의 끈에서 항상 머물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듯도 하다. 생산과 소비의 세상, '자본주의가 최고야'의 세상에서 엄마가 된다고 절대 동떨어지는 것은 아님을 말하며. 그렇게 '나의 세대를 감싸고 추종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식품, 의류, 교육, 안전, 문화, 여가  거의 모든 시장에서 우리 엄마들이 키즈와 3~40대의 소비를 이끌어간다. 그러니 우리 밀레니얼 맘들이 사회의 주류라며 이야기를 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며 '요즘 엄마들은  멋지고 세련되었다' 표현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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