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성장하는 삶
상황이 이쯤 되니 주변 사람들이 '무슨 대학을 학원 다니듯이 다닌다고, 무슨 학위를 취미 활동하듯이 딴다고'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한 분야의 가방끈을 길게 만드는 데, 흔들리는 갈대는 짧은 가방끈만 여러 개 수집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사실 가방끈 수집도 중요한 게 아닌 듯하다. 이전엔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 가는 게 '정도'였는데 이젠 더 이상 그 길만이 정답은 아니니. 중고등학생 시절, 모범생의 갑옷을 입고 코피 터지게 공부했었다. 그런데 내 옆엔 자습시간 내내 손톱,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며 농땡이 피우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 친구들을 보며 '쟤네들은 커서 뭐 먹고 살려나' 싶었는데. 그 친구들이야말로 자신만의 무기를 일찍 발견하고 발전시켜 사업을 시작했고, 나아가 유튜브며 인스타 마켓 등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더 잘 적응하고 살았다. 역시 정답은 하나가 아니었다. 각자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자리와 기회는 늘 있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그 길이 점점 더 많아지고 확대될 것이다.
대학 학위는 그 가치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벨리의 유명 기업들도 더 이상 유명 대학의 학벌과 학위보다는 실질적인 능력을 중시한다고 하니까. 찾으려고 노력만 한다면, 실질적 능력은 비단 4년의 대학 과정만이 아니라 어디서든 습득 가능하다는 뜻일 테다. 이전보다 훨씬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배움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으니. 역시 가장 쉽고 빠른 길은 온라인을 통한 교육이다.
놀랍게도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관광학'과 '가정학'을 온라인 대학에서 수강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 시선이 학위 과정에 머물렀을 뿐이다. 시선을 그 너머로 향하면 정말이지 학문의 기회와 길은 걷잡을 수 없이 넓어진다.
누구나 MOOC(온라인 공개 수업 ;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통하여, 편한 시간에 나의 집에서, 하버드를 비롯한 세계 유수 대학의 석학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중 일반인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채널은 아마 TED라는 강연일 것이다. 이 강연회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다양한 삶을 사는 많은 이들을 쉽게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좋은 MOOC를 제대로 활용하기란 사실 쉽지가 않다.
내가 MOOC의 존재와 다양한 과정을 처음 알게 된 건 2014년 무렵이었다. 그런데 코세라, 유다시티, 에덱스 등의 채널에 아무리 좋은 강의가 많이 있어도, 나는 영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그 많은 지식을 잘 활용할 수가 없었다. 영어를 못하는 자신을 매일 탓할 뿐이었다.
그런데 2019년 초, 한국형 MOOC에 대해 새로 알게 되었다. 이는 국내 유수 대학의 강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애초에 언어 장벽이 없고 접근성이 좋았다. 대표적인 채널은 K-MOOC로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개설, 운영하고 있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이었다. 여기서는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연세대, 고려대 등 한국 여러 대학의 동영상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온라인 평생교육원의 E-koreatech, 네이버와 커넥트 재단이 제공하는 edwith, 한국 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한국형 OCW(온라인 대학 공개 강의) 등이 있었다.
최근 EBS와 K-MOOC가 합작으로 만든 '위대한 수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여기엔 유발 하라리, 마이클 샌델, 리처드 도킨스, 제레드 다이아몬드 등 현재 세계를 이끌고 있는 최고의 석학들이 나온다. 정말 이 분들을 한 자리에 모아서 강연회를 기획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듯 이제는 누구나 어디서나,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육퇴 후, 남편과 가끔 '정의란 무엇인가' 강연을 정주행 한다. 하지만 이렇게 최고 석학의 강연을 듣는 것은 사실 아주아주 많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어쩌다 한 번씩 특유의 지적 호기심과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나도 모르게 이런 낯설고 어려운 강연을 찾게 되지만, 사실 이런 강연들은 나의 평범한 일상과 많이 동떨어졌다. 그러니 보통의 나날은 대부분, 나의 재능(?)을 발굴하기 위한 강연, 그동안 관심은 있었는데 접근하지 못했던 분야, 실질적으로 나의 일상에 도움이 되는 강연들을 많이 듣는다.
팬데믹 이후에 집콕 생활이 계속되고 육아맘의 답답함과 이유 모를 분노는 커져가지만, 그만큼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온라인 강의 플랫폼들도 많이 생기고 발전하는 듯하다. 덕분에 나도 그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열심히 배움을 즐기고 있다.
현재 주요 관심사는 (육아는 기본이고) 독서, 글쓰기, 기획, 마케팅, 영어, 창업, 인포그래픽 등이다. 낯선 분야, 새로운 지식을 조금씩 알아가는 요즘,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가며 내 머리가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역시 세상엔 배울 게 참 많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는 이런 플랫폼에서 강연을 할 만큼, 한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이다. 그런데 보아하니 글 쓰는 이 양반은 앞으로도 한 우물은 절대 못 팔 듯하다. 그래도 언젠가는 이 모든 경험과 지식이 쓸모 있기를 바라본다.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며 '어제보다 발전한 나', '업글인간'이 되려 노력하는 밀레니얼의 한 사람으로서.
나도 성장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 줄 수 있는, 아직은 어렴풋한 삶을 꿈꿔본다. 비록 한 우물은 못 팔지라도 여기저기 파대는 얕고 작은 삽질이 언젠가는 새로운 물길을 만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