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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아빠 Jun 05. 2024

아니 직장 내에서도 안 만나면 어디서 만나요??

좋은 배우자 만나려면 인생을 좀 흔들어볼 만도?

얼마 전 한 직장 후배와 대화를 했다. 요새 말로 '너드남'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어울리는 그는, 첫인상부터가 너무 좋았다. 하얀색 피부에, 작지 않은 키, 잘 어울리는 안경테, 과하지 않지만 단정하면서 깔끔한 옷차림, 항상 기본적으로 웃음을 띠고 있는 얼굴. 


아 물론 나는 동성애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외모에 성격까지 싹싹한 그 직장 후배가 너무 좋았다. 쓸데없이 너무 부대끼면 귀찮아할까 봐 적당히 거리를 두고, 적당히 좇아 다녔다. 어느 날은 출장을 가는 길에 그가 나에게 진지한 상담을 했는데, 이제는 연애를 하고 싶기도 한데, 어디서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듣자마자 머릿속에 '물음표'부터 생겼다. "여기서(직장에서) 만나면 되잖아요? 잘은 모르지만 괜찮은 사람들 정말 많아 보이는데요..?" 


"여기는 직장이잖아요. 여기서 만났다가 나중에 잘 되지 않으면 자주 봐야 하는데 어떻게 해요"


일단 직업군의 특성상, 우리 직업군은 평생 한자리에만 있지 않는다. 종종 자리를 옮겨 다니곤 한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니, 대학생 때 같은 과에서 연애를 했다가 좋은 점도 많았지만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주변은 대체로 결혼을 다 한 나이가 되다 보니, 주변에 결혼을 아직도 하지 않은 친구들은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아직 결혼하지 않은 몇몇의 친구들과 대화를 해 보면 나와는 항상 선이 그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 친구들은 자기 말은 자신이 정말로 절박하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절박함과는 꽤 거리가 있어 보였다. 


"거의 대출이긴 하지만 집도 있고, 직장도 잘 잡혔고, 이제 여자만 있으면 되는데, 이제 소개팅도 점점 줄어들고 정말 만나기가 어렵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말로는 절박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적극적이지도 않은 듯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사내 연애다. 


물론 직원이 아주 소규모 직업군이나 한 번 시작하면 반평생 그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직업군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당연히 연애는 어지간하면 삼가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직장 내에서의 연애가 상당히 괜찮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직 내 나이대에는 자식의 변수는 그리 크지 않아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변수가 '직장' '건강' '자산' 정도인 거 같다.


그런데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거 보다 더 큰 변수는 "배우자"이다.

물론 아예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은 논외이다.


아무리 건강하고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자산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도 나와 정말 맞지 않는 배우자를 만난다면

그동안 탄탄하게 갖춰 온 이 모든 조건들은 한순간에 희석되어 버린다.


반면 내가 아무리 무너지고, 힘든 상황에 있어도 유머러스하게, 그러면서도 충실하게

내 곁을 지켜주는 배우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시련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아직 '결혼'만 못한 사람들은 다른 조건들은 어느 정도 갖춰진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괜찮은 직장을 가지고 어쩌다 나이가 좀 있어도 '결혼'만 못한 사람들은, 크게 지출도 많지 않아

돈도 차곡차곡 꽤 단단하게 모아 놓은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 이제 배우자만 잘 만나면 인생에 또 한 개의 정말 큰 산을 넘어가는 것이다.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공부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생 4년, 취준생 N 년


건강하기 위해 간식 먹을 때 뒤에 영양성분표 보고 내려놓고, 점심 싸와서 먹고, 퇴근 후에 이 악물고 운동 가고 영양제 챙겨 먹은 그 숱한 역사들


이 모든 노력들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질지도 모르는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다.(또는 만날지도 모르는 일)

나라면 '괜찮은 솔로 이성들이 많다'는 부서로 찾아 이동해 들어가든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사내 연애 정도의 위험은 얼마든지 감수할 거 같다.


앞선 글에서처럼, 이성을 만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 같다. 자연스럽게 멍석을 깔아주어도, 학생이 아닌 이상은 꽤 상당한 용기를 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 적령기에 나 가설 수록, 또는 그 나이를 넘어가면 더욱, 상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연애는 굉장히 장점들이 많다.


1.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지기에 좋다. 눈치보이고 혹시나 그 작은 관심 표현도 거절 당할까봐 두렵고.. 당연히 뭐 그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정도가 어렵다면, 사실 동호회에서의 만남이나 기타 만남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2. 진짜 상대방의 모습을 비교적 잘 알 수 있다. 보통은 맘에 드는 이성 앞에서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준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한다. 진짜 자기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에서도 대부분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겠지만 직장생활에서는 몇 번의 역경을 거치기 마련이므로 어느정도는 피할 수 없게 성격이 드러난다. 


3. 나와 비슷한 생활 수준, 흥미를 가지고 있는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다. 아무래도 직장이 같다보면 공유할 수 있는 교집합이 많다. 거기에 학벌이라든지 생활 수준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비슷한 환경에 있을 확률이 비교적 높다. 보통 연애든 결혼이든 내가 편하려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은 듯하다.


4. 내가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다. 소개팅은 항상 매개자가 있다. 나는 상대를 잘 모르고, 매개자는 나와 상대가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해서 만난다. 조건이야 크게 틀리는 부분이 없지만, 그 외에 외모나 성격, 취향 같은 것은 내가 들은 것과는 완전히 딴판일 수 있다. 그런데 사내 연애는 내가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다. 아 물론 상대가 그 마음을 받아주느냐는 상대의 맘이다. 어쨌든 차이더라도 직장 내에서의 연애는 나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자만추'가 좋다고 하면서 '직장 내의 연애'는 부담스럽다는 말을 하면 연애가 정말 쉽지가 않다. 보통의 성인들은 대부분의 하루 일과를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남녀를 구분짓자는 말이 아니라, 남자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쉽지가 않다. 한 눈에 여성들의 시선을 끌어오는 정도의 남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성과의 관계가 시작될 때 꽤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다. 직장 내에서의 연애가 부담스럽다면 밖에서는 괜찮은 이성을 만나기 위해 더한 노력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점을 생각했을 때, 직장내의 연애를 하면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는 그런대로 감수할만하다.

사내에서 연애는 '복사기도 안다'는 말이 있듯이 직장 내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생각을 하면 나도 몸서리가 쳐질정도로 싫긴 하다. 하지만 내 행동을 조심하고, 상대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이런 위험도 무릅쓸만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생각보다는 서로에게 크게 관심이 없기도 하니까. 


직장 후배님도 나의 꼰대스러운 몇 마디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가긴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모쪼록 그가,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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