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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아빠 May 29. 2024

그 남자 만나지 마오

집안이 짱짱한, 그러나 그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그 남자


괜찮은 직업군의 여자분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꽤 많이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바로 지금 만나는 남자가 부모님 집안은 짱짱한데, 꽤 마마보이스럽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마보이'의 이미지와 현실의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과거 한 때 마마보이는 개그의 소재로 소모되면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다가도 "엄마 나 지금 누구 만나쪄! 아니 그게 아니공!" 하는 남자로 묘사되곤 했다. 현실에서 이런 남자를 만난다면... 일단 들어본 적은 없다.


현실의 마마보이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 대부분 백마 탄 왕자님처럼 등장하고, 마마보이라는 것이 한참 뒤에나 알게 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보통 능력도 있고 매너도 좋고 뭐 하나 흠잡을 것 없이 이 남자들은 등장한다. 그런데 세상에 어디 완벽한 사람이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마마보이들과는 많이 다르게, 마마보이들은 연애를 하다가 꽤 많은 상황들이 진행이 되고 나서야 알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남자들은 어쩌면 부모에게 과하게 의존하는 진짜 마마보이는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젊은 남성이 교육, 자산, 가정 그 모든 부분에서 이미 어느 정도 완성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많은 여성분들이 꿈꾸는 이런 남성들의 배경에는 대부분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군대 전역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을 얻거나 투자도 잘하고 뭐 아무리 돈을 열심히 모았다 하더라도 결혼적령기의 남자가 벌 수 있는 돈에는 보통은 한계가 있다. 그런데 젊은 나이에 이미 많은 조건을 완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남자의 이면에는 그 남자의 부모가 있다.


물론 내가 만난 몇몇의 진짜 부자들의 부모들은 생각보단 경제적으로는 그리 깐깐하지 않았다. 보통 인성과 기본적인 매너, 가족 환경 같은 것을 정말 꼼꼼하게 볼 뿐,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재산을 얼마나 가져오는지 같은 것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부자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꽤 많이 달라진다. 그 남자는 그 부모가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해서 만들어 낸 역작이다. 며느리 상에 대해 요구하는 것들이 굉장히 다양하고 엄청나다. 남자도 그 모든 상황들을 대체로는 알고 있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 남자는 자기가 가지게 될 부모의 배경과 자산들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상당수가 부모를 선택하게 된다.


그 선택도 꽤 끄덕여지기도 하는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결혼을 진행하던 상대방의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리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고르면서도 부모의 선택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나는 그게 현대판 '마마보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자식이 선택한 배우자가 인격적으로 정말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여서 결사 반대하는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경제관념이 아닌, 정말 경제력을 과하게 요구하며 결혼을 반대한다든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반대를 하는 경우들이다.





이런 마마보이의 경우, 어렵사리 무리하게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그 앞길이 그리 쉽지가 않을 수 있다.


한 사람을 배우자로 만난다는 건, 그 흔한 표현처럼 ' 그 사람의 세계를 안는 일'이다. 배우자의 부모님과는 여러 이유로 정말 얽힐 일이 없을 거 같아도 생각보다 작게, 크게 얽히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새롭게 꾸린 자신의 가정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의 유년기에 영광과 부귀를 안겨준 부모가 무조건 우선한다면 가정 내에 어떤 문제점들도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없게 된다. 


꽤 오해가 있을 수 있는 글이지만, '부모, 상대방 부모에게 효도하지 말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완벽해 보이는 그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리스크들을 안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상황들 끝에 생기는 이야기들은 친구들에게 풀어놓아도 '어휴 또 저런 식으로 지 자랑하네' 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반응으로 끝나게 될 수 있다. 누가 봐도 상대방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완벽해 '보이는' 가정을 안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내 가족과 그리고 '나' 스스로가 상처를 갖게 될 수 있다. 


뭐가 정답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긴 하다. 나는 상대편 부모가 가진 배경을 고르는 선택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경제적이나 사회적인 배경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대편 부모는 잘 났고, 그 배우자가 그 그늘 안에서 많은 걸 누리는 상황의 많은 경우,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처럼 혼자 꽤 많은 부분을 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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