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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남아빠 Jun 12. 2024

모쏠도 연애 좀 하면 어때서

이것저것 다 빼면 누굴 만나나요

흔히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럴 정도로 한 번 형성된 사람의 성격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쩌다 만나는 2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연애를 시작할 때 연애 상대로 결격사유가 정말 많아 놀라웠다. 


한 여성 분은 그 남자와 연애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한다. 


"전체적으로나 느낌은 나쁘지 않았는데..  일단 모쏠이라고 하고.. 좀 카톡 답이 빠르게 안 오고 가부장적인 면이 좀 있는 거 같아요. 뭐라더라..? 나중에 결혼하면 자기가 청소, 설거지는 하는데 요리는 아내가 해줬으면 좋겠다나? 아니 근데 무슨 벌써 결혼 생각을 하고 있어 그것도 좀 이상하고.."


이 대화가 30대의 대화였다면, 일단 나도 '충분히 고민해 볼 만'이라고 속으로 생각을 했을 거 같다.

그런데 20대 초중반의 연애라면 이건 정말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여자들이 모쏠 남자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다른 여자들이 그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그 남자가 '결점들이 많거나 매력이 적어서'라 생각이 들기 때문일 거라고.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그보다 더 문제는 '연애에 맞게 충분히 변할 기회를 갖지 못한 점'과 '자기 스스로 아직 자신을 잘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20대 초중반의 남자들은 연애를 하면서 굉장히 많이 변한다. 당장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아니라, 상당히 변한다. 


그렇다고 천성적으로 정말 부정적이고 불만이 많고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성격들 이런 것들이 쉽게 바뀔 것이라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굉장히 위험하긴 하다.


그 사람의 정체성 같은 중대한 성격 같은 건 잘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소한 매너나 조금 거슬리는 습관들, 이런 부분들은 얼마든지 연애하면서 고쳐나갈 수 있다. 말투나 삶에서의 우선순위, 이런 부분들도 생각보다 꽤 많이들 고쳐진다. 


30대까지 모쏠이다가 30대 초반에 연애를 처음으로 시작해 결혼한 내 친구는, 자기 스스로도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말하는 친구였다. 모쏠일 때 그 친구는 "나는 돈만 열심히 벌어올래, 요리, 설거지, 집안일 이런 건 상대가 알아서 하겠지. 그래서 나는 나중에 연애하면 내 여친은 널 가능한 안 보여줄 거야 넌 와이프한테 너무 열심인 거 같아" 라며 늘 나에게 말했었다.


그러던 그 친구는 그 큰 덩치로 맨날 앞치마 하고 요리하고 청소하고 모든 집안일을 자기 혼자 도맡아 하고 있다. 아 물론 돈도 잘 벌어온다.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자신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자신은 어떤 것을 정말 싫어하는지 이런 선호나 기피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이 이상형이라고 말했던 것들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절대 싫다고 하던 유형과 잘 만나 연애하기도 한다.


20대 초중반에는 상대를 정말 불같이 사랑하기 때문에 굉장히 거칠고 어설픈 모습도 있겠지만, 또 그만큼 상대를 위해서 더 많이 변할 여지도 있다. 흔히들 쓰는 표현처럼 긁지 않은 복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대 초중반이라면, 상대가 모쏠이든,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느낌이 좋아서, 잘생겨서, 예뻐서, 취미가 너무 잘 맞아서. 이런 눈에 쏙 들어오는 특징 하나로도 연애를 시작해도 괜찮을 거 같다.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변하려고 노력하는 상대의 모습도 꽤 귀여워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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