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형태의 착각에 대하여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내 블로그를 방문한 유입자들에 대한 굉장히 섬세하고 세분화된 정보들을 제공해 준다. 그런 정보들은 잘 활용하지 못하지만 일단 내 블로그 일일 방문자 수와, 내 글을 읽는 데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몇 분 정도를 사용하는지는 블로그 생태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제일 중요한 정보 같았다. 그런데 글 세 개를 올렸을 뿐인데 일일 방문자 수는 100명 정도 되었고 글 당 평균 체류시간은 5분에 가까웠다.
블로그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글마다 5분 정도씩 투자해서 내가 쓴 글을 읽는다는 게 상당히 행복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욕심이 나기도 했다. 조금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네이버 블로그’로 검색해서 이것저것 알아봤다. 한 손으로 끄적끄적 노트에 적으며 정리를 하다가 조용히 팬을 내려놓았다. ‘일단 그냥 쓰자’ 옛날부터 항상 어렵다고 생각하던 배드민턴 복식, 단식 룰을 정리해서 올렸다. 그랬더니 방문자는 꾸준히 계속해서 늘어갔다.
신기했던 점은, 포스팅을 시작했을 때와 시작하지 않았을 때 내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굉장히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 후로는 내 뇌는 끊임없이 포스팅 거리를 찾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나는 블로그에 올릴 글감을 찾아야 해. 오늘 안에 찾아야 한다고’ 이런 생각을 붙잡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순간 저절로 내 과거 경험을 돌아보고, 창밖을 보다가도 갑자기 ‘아 저거 써야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핸드폰을 항상 곁에 가지고 있다가 뭔가가 떠오르면 핸드폰 메모장에 간단히 기록해 두었다. 큼직큼직한 쓸 거리들은 자꾸 떨어져 갔지만, 이렇게 뇌가 그간의 경험을 쥐어짜 준 덕분에 몇 개의 포스팅을 더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포스팅한 글이 10개도 되지 않는데 일일 조회수는 계속해서 올라가서 200 정도를 찍었고 글당 평균 체류시간은 5분을 넘겼다. 포스팅하는 내용들 문서수, 인플루언서들이 올린 관련 문서 수, 키워드 분석 등등 하나도 하지 않고 뭣도 모르고 그냥 올렸으나 올리는 글 상당수가 네이버 검색에서 가장 먼저 검색되는 글로 올라갔다. 황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는 격으로 초심자의 행운이 터졌다. 수시로 블로그 지수를 확인했고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올라가는 일일방문자에 도파민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 속도라면 얼마 안 되어서 인플루언서가 되겠는데?’, ‘그냥 사람들이 안 해서 그렇지 포스팅 좀 정성스럽게 하면 조회수 금방 올라가네? 블로그 별 거 아니네?’, ‘행동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달의 인플루언서 이런 코너를 보면서 ‘나도 몇 달 있으면 이런 데 올라가는 거 아닌가?’ 하며 보기도 했다. 콧노래가 흥얼흥얼 나왔다. '곧 가족들에게 치킨은 사줄 수 있겠구나!'
하지만 역시 인생은 그렇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