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일은
문제는 당시만 해도, 내가 쓸만한 글감들이 끝도 없을 거라 오판했다는 점이었다. 배드민턴 관련된 글을 몇 개 정리해서 올리고 나니 슬슬 쓸만한 경험과 정보들이 떨어져 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왜 인플루언서 블로거들이 포스팅을 할 때, 앞에 쓸데없는 이야기들 한참 하고 사진 등을 보여주며 불필요한 말들을 이어가다가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들은 마지막이나 중간에 한 줄 또는 한 문단 넣어주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꾸준하게 포스팅하는 블로거를 좋아할 수밖에 없고, 많은 인플루언서 또는 그 정도 급인 블로거들은 1일 1 포스팅, 또는 1일 2 포스팅을 한다. 그런데 사람의 경험, 쓸 거리를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계속해서 채우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정보 낱개로 한 두 개 가지고 하나의 포스팅을 하는 것이다.
그걸 몰랐던 나는 마치 논문을 쓰듯 한 포스팅에 온갖 정보를 잔뜩 때려 넣었으니, 사람들의 평균 체류시간이 엄청 길어진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방문자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안 그래도 핸드폰이나 컴퓨터 화면으로 포스팅을 보느라 ‘T자형 읽기’로 대충 읽게 되는데, 문단 하나하나에서 거를 수 없는 정보들로 가득 차 있으니 얼마나 부담스러웠겠는가.
아무리 쥐어짜도 더 이상 쓸 거리가 없어졌다. 그래도 ‘잘 써 놓은 글들이 있으니 얘들이 당분간은 조회수를 책임져 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천천히 다음 쓸거리를 구상하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회수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이거 며칠 안 썼다고 이렇게 조회수가 빨리 떨어지나?’ 하고 통계를 보니 항상 조회수 1등으로 전체 조회수를 이끌어 오던 글이 조회수가 갑자기 반 정도로 뚝 떨어진 게 보였다. ‘뭐지 왜 이러지?’하고 해당 키워드로 네이버에 검색해 보니 내 글이 2등으로 밀려있었다. 그리고 1등 글은 내 글과 제목이 상당히 유사해 보였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 글을 열어보니 그냥 내 글을 그대로 퍼 간다음 표현만 조금씩 바꿔놓은 글이었다. 그 블로거가 나보다 상위 블로거였기 때문에 취미를 주제로 하지 않는 블로거여도 그 글이 나보다 상단 노출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달하는 내용이며 순서까지 다 똑같았으나 표현은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바꿔 놓았기 때문에 네이버에 신고한다 해도 이게 처리가 될지도 의문이었고 어차피 쓸 감도 떨어져 가는데 블로그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고는 순식간에 질려버렸다. 어쩌면 그냥 포스팅이 슬슬 귀찮아지고 있던 찰나에 블로그를 그만둘 수 있는 적절한 명분거리가 생긴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 달 남짓 나름대로 블로그를 해오던 나는 갑자기 블로그를 접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블로그를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후에 더 얘기하겠지만, 오프라인이 아니라도 나라는 사람, 내가 만드는 컨텐츠를 좋아해 줄 사람들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어릴 때부터 골목대장이라 불리며 사람을 잘 끌던 나는 인터넷만 키면 멀리 고립된 섬처럼 막막해지고 답답함을 느꼈다. 나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 톤 등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로 반응했다. 조회수, 체류시간 등의 숫자로만 그들의 존재를 어렴풋이 밝혀 왔을 뿐, 그래서 내 글이 좋다는 건지 어떻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이 모든 상황들은 나에겐 꽤나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 다시 시작을 해볼까 말까 고민하며 네이버 블로그를 오랜만에 들어가 봤는데, 여전히 배드민턴 글들은 조회수도 어느 정도는 나오고 체류시간도 잘 유지하고 있었다. 내 블로그는 마치 어디 갔다 이제 왔냐는 듯이 나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래 다시 해보자!' 어쨌든 두 번째 시도이니, 이번에는 좀 전략을 제대로 짜보자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