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써야 하나?
다시 시작한 블로그는 1년도 채 하지 않아 놓고 그 사이에 방향성을 참 많이도 바꾸었고 결국 내 블로그는 자주 표류했다. 사람일이란 게 그때는 좋아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처음부터 조회수와 체류 시간이 길게 잡혔던 것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글을 쓰고 홍보를 해도 조회수도 안 나오고 체류 시간도 안 나오다가 블로그를 하면 할수록, 글이 쌓이면 쌓일수록 조금씩 블로그가 성장하는 느낌이 나야 의욕이 점점 생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 했을 때가 조회수도 체류시간도 가장 잘 나오다가 포스팅을 하면 할수록, 블로그를 하면 할수록 블로그가 조금씩 조금씩 침몰해 가는 처참한 경험을 했다. 거기에는 자리가 잡힐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방향성을 자꾸 바꾼 것이 한몫했다.
오랜만에 접속해도 그나마 조회수가 나오는 이유는 전에 올려둔 그 몇 개의 배드민턴 글 덕분이었다. ‘이런 글을 계속 더 쓰면 되겠구나’하고 생각했으나 배드민턴 관련해서는 글감이 거의 떨어졌기 때문에 다른 주제를 찾아야 했다. 다행한 점은 내가 살면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취미를 굉장히 여러 가지를 해왔다는 점이었다.
나는 ‘헬스’, ’간헐적 단식’, ‘킥복싱’, ‘수영’ 등으로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조금씩 모든 것이 꼬여가기 시작했다. 일단 내 블로그에서 작지만 소중한 조회수를 책임지던 것은 ‘배드민턴’이란 카테고리였다. 그런데 자꾸 다른 카테고리들이 추가되면서 내 블로그는 점차 이것저것 다 다루는 이른바 '잡블로그'가 되어갔던 것이다. 그래서 점점 배드민턴 글들까지 조회수가 밀리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주제로 ‘배드민턴’을 잡았던 것은 운이 굉장히 좋았다. 배드민턴은 우리나라 운동 취미활동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지만, 회사들이 체계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시장이 인터넷상에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새로 하는 주제들은 그야말로 인터넷에서 전쟁과 같은 시장이었다. ‘헬스’ 관련해서는 헬스장이나 헬스 관련 식품 회사들이 엄청나게 블로그들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매일 헬스를 하고, 자신의 모습을 올리는 헬스 블로거들이 인플루언서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나는 나름대로 헬스 관련 책을 10권 정도 구매해서 착실하게 정리해서 글을 올렸으나, 나는 헬스 전문 블로그도 아니고 간혹 키워드가 우연히 좀 잘 파고든 글들 빼고는 조회수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간헐적 단식’ 관련해서는 식품 회사들과 다이어트 회사들이 아주 치열하게 홍보를 하고 있었다. 간헐적 단식 관련한 국내에 나온 책들을 정리하고 ‘케톤 측정기’로 내 몸을 측정해 가며 글을 몇 개 올렸으나 역시 제대로 노출이 되지 않았다.
‘수영’ 또한 많은 블로거들에게 인기 주제였다. 결국 글을 올리면 올릴수록 메인 주제였던 배드민턴 관련 글들의 주제가 흐릿해지면서 전체적으로 조회수가 오히려 낮아지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된다.
당시에 여러 자기 계발서들을 읽으면서 나는 ‘꾸준함이 가장 큰 실력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계속 올리다 보면 뭔가 되겠지’ 싶었다. 그래서 '조회수고 뭐고 일단 올려보자' 하고 포스팅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번에도 나 스스로 블로그 주제를 바꿀만한 핑계가 필요했던 것일지 포스팅할 때 온갖 잡다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작성하고 있는 모든 글들은 나라는 사람의 '관점'만 들어있을 뿐, 그저 정보 전달을 위한 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단순히 정보만 전달하는 형태의 글이라면 그 어떤 형태의 일보다 빠르게 대체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 사실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더 진하게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또 잠시 고민을 하다가 생각해 낸 게 '책 리뷰 블로그'였다. 책 리뷰 블로그는 내가 목말라하던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