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조직과 팀으로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였을 때가 비로소 실행력을 얻게 된다. 아무리 20개 이상의 청년창업자를 모아놓아도 서로 개별로 운영된다면 모래탑처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창업자 입장에서는 ‘나 하나쯤’이라는 인식이 전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기란 어렵다. 내 것보다 저쪽이 더 잘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장사하기 싫어지며 딴 궁리를 하게 된다. 나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막막해지기도 한다. 누구와 같이 이 상황을 해결해나갈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모래알 같이 개별 아이템 창업으로 승부를 보는 청년창업공간들이 하나같이 결과가 좋지 못한 것이다. 장사가 그나마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이 구별되고 누군가는 문을 닫는 횟수가 늘어나며 그 공간을 창고로 쓰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은 서서히 발길을 끊게 된다. 소위 ‘힙’한 공간들은 차별화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있어야(내용과 가격 경쟁력도 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나 대형 상권과 경쟁 가능하기 때문이다(이 점은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가 지속적으로 청년 창업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을 혼자서 만드는 것은 미미하다. 함께 고생을 나누어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게임을 할 때 ‘클랜’과 같이 서로 돕고 아이템을 교환하면서 같이 레벨업 하는 방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기서는 역량이 다소 부족한 청년도 있고 잘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나 ‘클랜’이라는 ‘조직’ 속에서 같이 협력하여 함께 커가며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므로 하나가 아닌 우리가 해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청년 관련 사업도 개인이 아닌 ‘클랜’의 유대감을 만들고 함께 협력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찾도록 하는 '판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
단, 청년 개인은 두드러지려는 태도를 지양해야 하며 누가 대표가 되거나 SNS에서 상징(관종?)이 되고자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즉, 도시재생의 청년 ‘아이돌’이 되는 판을 만들면 안 된다. 이보다는 각자 재능과 능력들이 합쳐질 수 있도록 유도해 주어야 하며, 그것이 개인보다 더 긍정적이고 파급력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체험하도록 해야 한다. 즉, 각 역할을 맡는 ‘라이브 밴드’와 같은 조직화가 필요하며, 지역에서 ‘JAM’ 연주와 같은 즉흥적이고 협력적인 활동들을 통해 생존력과 창의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와주어야 한다. 물론, 아이돌 같은 청년을 통해 사업 홍보나 이미지 개선에 효과가 있을 수는 있을 듯하다. 그러나 명심해야 하는 것이 지역의 청년들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삶의 건 일자리를 만들고자 한다는 점이다. 팀에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함께하여 '가성비(최소 투자)' 있게 채우면서 이용자들에게는 거칠지만 이곳에서만 특별한 결과를 생산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면 도시재생의 '스타'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큰 '아이돌파 청년'들이 가득한 판을 만들면 안 된다. 도시재생의 정치판이 시작되며 몸을 써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는 인색한 '빛 좋은 개살구' 판이 된다. 시간이 갈수록 청년들의 참여 의미뿐만 아니라 그들이 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해야 하는지 명분도 사라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그러한 청년들이 다른 청년들을 ‘빨대 꼽아’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보다는 각자 재능과 역량을 가진 청년들이 서로 모여 더 다양하고 큰 것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집중해야 한다.
조직적인 청년들은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같이 해 봅시다'의 정신과 '일당백' 기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