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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s Oct 07. 2021

'머리'만 되려는 청년들을 경계하자 | 도시재생 마인드

'머리'만 되고자 하는 청년들을 경계하자'머리'만 되고자 하는 청년들을 경계하자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가진 공통 약점은 경험과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험이야 청년이니 당연하고 기존 주민과 상인에 비해 조직화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는 도시재생사업에서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즉, 활성화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관여할 기회가 적어지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어렵거나 반영 비중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업에서 역동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주체로서 청년들의 참여나 관련 사업들이 계획에 반영되는 경우는 많다. 청년 연계 사업은 쇠퇴 지역에 새로운 동력이 됨은 당연하지만 주체 측면에서 '희망'의 아이콘과 이미지로 내세우기 좋기 때문이다.


현장을 경험한 토대로 말하면,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극단적 두 유형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의견과 아이디어만을 내세운 ‘마우스파’ 청년들과, 주어진 사업과 활동을 ‘몸’으로 실행하는 일당백 ‘실행파’ 청년들이다. 물론 두 성격을 모두 가진 사람도, 모두 없는 청년들도 있으나 사업실행 과정에서 부각되는 청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당연히 중간지원조직과 행정 측에서는 두 번째 유형의 실행파에게 힘을 주고 그들이 제대로 무언가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청년들의 활동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기에는 '마우스파' 청년들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더구나 문제를 크게 일으키지 않으므로 행정과 대립각을 세울 일이 없으므로 그렇게들 판단하는 것 같다. 그 청년들이 주로 하는 일이 라는 것이 회의와 남이 하는 활동을 엮어 '지금 내가 이걸 한다'라고 SNS에 홍보하는 것이므로 어떻게 보면 도시재생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대외적 '허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모임의 리더가 되려는 욕망이 강한 경향을 보인다. 인맥을 중요시하며 타 지역에 특강과 자문을 너무나 좋아한다(때로는 그것이 그들의 주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결국, ‘마우스파’ 청년들이 부각되어 힘을 얻게 되면(행정이나 공공기관에서 힘을 실어주면) 도시재생사업은 실속 없고 겉으로만 요란한 방향으로 소모되는 결말로 치닫게 된다.  


원래 청년을 낙후된 지역 재생사업에 유치하는 근본 취지는 그들의 신박한 콘텐츠, 아이템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열린 마음(편견 없음)으로 함께 꿈을 꾸고 실행하는 태도에 고착된 지역에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역에 투여되는 공공재원을 '소모'가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전환할 적임자의 자격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은, 서로 ‘머리’만 되겠다고 보이지 않는 힘 싸움(정치)을 한다. 조직을 주도하기 위해 본인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손과 발'이 되는 구성원들을 모아 도구처럼 쓰길 바란다.


결국, 도시재생사업에서 ‘머리’만 되고자 하는 청년의 참여와 그들을 부각시키는 것은 실행력을 없애고 역량 있는 일당백 '실행파' 청년들을 쫓아내는 상황을 만든다. 수많은 회의에서 누군가는 시키기만 하고 누구는 해야 하는 주종관계 ('호구' 형성 관계)로 인해 사업들은 속 빈 강정이 다. 멋진 말들과 P.T.로질러놓고 누군가 수습(실행)하도록 하는 청년, 그 와중에 그 실행을 자기의 실적인 양 홍보하면서 특강이나 하고 돌아다니는 청년을 무조건 걸러야 한다.


우리가 지키고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주체는 관종 청년이 아니라 묵묵히 땀을 흘리며 직접 만드는 '일당백' 청년들이어야 한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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