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조직'이 필요하다 | 도시재생 마인드
도시재생사업은 낙후된 지역이 대상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도심, 항만, 철도역 주변 상권과 주거지들이 상징적 장소로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현재는 급격하게 쇠퇴된 곳이다. 이러한 지역에는 사람들이 남겨져 있다. 몇십 년 넘게 지역을 지켜오고 가꾸어온 사람들과 조직들이 존재한다. 특히 상업의 중심지, 원도심이었다면 강력한 조직들이 존치되어 있기 마련이다. 각종 상인회, 문화예술인 단체, 유관단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상인회의 경우 골목과 상권, 인정시장 등 구역 및 종목별로 다양하다. 따라서 이 곳에서 진행되는 행사들은 이러한 조직들이 주체가 되거나 후원을 하는데 이는 행사의 플래카드의 아래쪽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래된 조직인만큼 학연과 지연, 혈연 등으로 단단히 묶여있다.
따라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될 경우, 본 조직들이 협의체의 주체가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친다. 활성화계획 수립과정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단체들을 찾게 되는데, 이 단체들은 이전부터 지자체 지원을 받아 지역에 기여한 활동 이력이 있고 다수의 회원들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대표 또는 임원들이 협의체에 참여한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본 조직들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이전의 방식으로는 지역 쇠퇴에 대응하지 못했던 이유가 분명 있다. 그래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한번 해 보자는 것이다. 혹여나 길이 반듯하지 못하여, 주차장이 부족하여, 간판이 이쁘지 못해서 등의 시설개선으로만 지역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는 바람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은 잘 알 것이다. 시설이 노후되고 주차장이 미비한 맛집에 사람들이 불편을 무릅쓰고 찾아가 줄을 서서 먹는 것을 볼 때, 상권 쇠퇴 문제는 그 지역의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 등의 콘텐츠와 관련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람들, 특히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들을 통해 기존 조직이 할 수 없었던 그 '무엇'을 기대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주체들은 앞서 언급한 조직에 비해 ‘세력’이 너무 약하다. 혼자가 편한 청년도 있을 수 있고, 작은 조직과 모임의 청년 그룹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주체들은 용역사나 행정의 권유를 통해 협의체에 들어올 수 있으나 사업 초반에는 대부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계획서에서 청년 주체는 지역의 '희망' 아이콘으로서 어필할 수 있으니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사업이 선정되고 실행 과정에서 수많은 포스터와 모집공고문을 통해 청년들을 부단히 모집한다. 즉, 청년들의 개입은 사업이 구상되는 과정보다는 다른(기존) 주체가 만든 사업의 틀에서 참여하도록 강요된다.
모집공고를 보고 비로소 청년들은 본인이 참여할 사업에 대해 알게 되고 본격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이는 곧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개별'의 주체들이 모인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청년들은 모래알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청년 창업공간을 몇십 개소를 만드는 사업들이 성공을 거두기 힘든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끈끈한 '팀'이 아니라 '개별'로 운영하며 다른 가게가 만약 힘들어도 당연히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문을 닫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며, 찾아오는 손님들은 몇 개의 문 닫은 가게들을 보며 이곳이 '힙'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다. 소위 ‘오픈 빨’은 떨어지고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지 않는 새롭게 낙후된 곳이 되어 버린다.
청년들에게는 '모집에 의한 지원' 방식이 아닌 '기획부터 시공(실행)에 이르는 조직화' 과정에 집중하여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청년 조직들이 원하는 활동과 사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들이 터를 잡고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수익활동'이 가능한 판을 짜주어야 한다. 물론 이는 현장에서 매우 힘든 과정이다. 기존의 토착 조직들의 수많은 견제를 당하기도 한다. ‘어디서 근본이 없는 X들이... 결국 니 X들 돈 벌러 오는 것 아니냐’라는 시선과 대우를 받기도 한다. 도시재생 사업비는 '우리의 돈'인데 그것을 빼앗아간다는 인식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주체들을 영입하고 지역에 새 바람을 불러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상인들과 주민들은 알아야 한다. 본인들도 몇십 년 전 이 지역에 새로 들어와 젊음을 바쳐 힘들게 터전을 가꾼 것 같이, 지역의 청년들에게도 그럴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이용하거나 아래에 두어야 하는 대상도 아니고 '우리'의 것을 빼앗아 가는 ‘근본 없는 X’도 아니다. 몇십 년 전 자신들이 그랬듯이 이들도 이 곳에서 뿌리내리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 소중한 지역의 자식들로 바라봐야 한다.
지역 청년들이 뭉쳐서 다시 지역을 바꾸어 갈 수 있는 아낌없는 지원, 특히 토착 조직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