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ss Oct 25. 2021

청년 '몰' 보다 '창업플랫폼' | 도시재생 마인드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의 성공과 이슈화 이후 청년몰은 청년창업 사업의 아이콘으로서 전국적으로 활발히 진행되었다. 또한 송정역 시장의 젊은 청년상인들의 기발한 아이템들과 세련된 공간들은 기존 전통시장과 재래시장의 오래된 이미지에서 탈피한 새로운 현대적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즉, ‘새’ 것과 사람이 모이면 죽은 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게 된 것이다. 따라서 청년들이 죽은 장소를 살릴 수 있는 ‘희망’과 ‘영웅’으로 인지되면서 이들을 의도적으로 모으기 위한 사업들이 다양한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청년몰 사업은 20개소 이상의 청년창업 공간을 인정시장 내 빈 상권에 집약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듯 이 청년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청년상인들이 여러 차례 교체되면서 많은 문제들을 겪고 있다. 원인은 송정역 시장과 같이 지가와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타 지역의 경우 기대만큼 장사가 되지 않으면서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다수이다. 언론에서 말한 원인은 공공 ‘지원‘이 창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창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단언컨대 이 진단은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보인다. 전제가 잘못되었다. 청년들은 부족한 사람으로만 취급하고 지원을 통해 경험을 쌓게 하면 결국 완성될 것이라는 생각인데, 이는 분명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 지원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청년들이 지원을 통해 '생존력'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가 인데, 이는 지원받기 이전에 대부분 '감별'된다. 생존력 있는 사람을 뽑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하며 약간의 '익힘' 과정으로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냉정히 생각해 봐야 한다. 창업이라는 어마 무시한 행위를 너무 단순하고 안일하게 진행하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우선 청년몰의 제안 주체는 상인회 또는 상인단체이다. 즉, 운영주체가 아닌 상권의 관리 주체와 권한을 가진 조직이 청년몰 사업을 제안하고 유치 후 이에 대한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새로운 주체와 상권의 콘텐츠를 원한 다지만 그것의 틀을 짜고 계획 방향의 키를 쥐고 있는 조직이 전혀 새롭지 않은 조직이다. 선정된 후 사업단이 꾸려지고 공고와 공모를 통해 예비 청년상인들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는 무엇을 팔지에 대한 것만 집중받는다. 즉, 창업의 아이템만 고려한다. 지원은 자부담을 포함하여 공간을 만드는 데 투입되고 사업단에서는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창업을 도와주는 것이 일반적 청년몰 사업 과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청년몰은 근본적으로 자생할 수 없다. 일단, 청년창업자들은 창업과정에서 공간을 가성비 있게 애절하게 만들기보다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정산을 이유로 사업단에서도 그렇게 진행하길 권장한다. 사업단에서는 주로 홍보와 행사를 지원하고, 청년상인들은 자신의 아이템을 프리마켓에 내놓는 것 정도만으로 참여한다. 결국, 청년몰은 창업한 개별 가게들이 어쩌다 모여 있을 뿐 그 이상이 되지 못하는 사업이 된다. ‘함께’라기보다 ‘나만’의 공간과 아이템에만 집중하는 모래알 상권이 만들어지며 수입의 불균형이 생기면 이의 고민과 해결은 오로지 창업자 혼자 짊어져야 한다. 카페나 푸드코트와 같은 먹거리 장사들은 그나마 잘되는데 공방이나 의류와 같은 전시상품의 아이템들은 생각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다.


청년창업사업은 개별창업이 아닌 공동창업(동시에 같이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운영 및 실행이 전제된 창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즉, 다양한 청년창업자들이 모이는 만큼 전체 공간의 운영과 홍보, 관리 등이 함께 고민되고 같이 실행되어야 한다. 옆 가게가 장사가 되지 않을 경우, 그것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책을 내놓고 같이 실행할 꺼리와 조직을 그들이 만들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자체적인 행사와 공간들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활발히 기획하고 실행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업 과정에서 창업자들의 '조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함께 완성할 수 있는, 부족한 20명의 한 팀 또는 두-세 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 창업 후 조합을 구성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힘들 것이다. 자기의 것이 명확히 쥐어지기 전에 '팀 스피릿'을 강조해야 그나마 모일 수 있는 동기들이 생긴다.


그리고 강의나 특강 프로그램만 아닌 '창업 실험 프로젝트'와 같은 몸을 써서 함께 만들고 함께 팔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가짜 청년’ 창업자를 미리 가려내는 과정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거드름을 피거나 자기 것만 챙기거나 한다면 과감히 사업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결국 청년창업 사업은 같은 목적을 갖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부딪히며 협력하고 부족한 점을 서로 채우면서 함께 만들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 청년창업 플랫폼(이는 추후에 다시 자세히 설명할 것임)‘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각 공간의 운영이 하나의 체계를 갖되 서로 엮이면서 즉흥적, 생산적이고 자체적 실행 관계를 만드는 ‘판’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창업창업 사업들은 정해진 개수의 가게들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협력할 수 있는 판과 조직'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본 글은 '도시재생 후진지 되지 않기(유룩출판, 2020)'의 내용을 수정, 정리한 것임

이전 05화 청년 '밴드'가 필요허다 | 도시재생 마인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