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옷 사러 아웃렛을 왕복하는 긴 시간 동안, 아들 요구대로 운전대를 맡겼다. 24시간 보험을 넣고 오랜만에 운전하는 아들은 조심스레 긴 여정을 잘 마쳤다. 오후가 되자 차키를 다시 한번 부탁한다. 혼자서 드라이브를 하고 오겠다는 말에 우선 걱정되었다. 도로가 막히는 주말 저녁시간이 다가온다. 기름 떨어져 가는 중형차를 몰고서 한두 시간만 외출하겠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먼저는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해 보았다.
“다음에는 보험이 안 된다고 거절하실 거잖아요. 조심히 다녀올게요. 네~?”
“엄마도 어떡해야 할지 고민 중이야...”
명절 기간과 어버이날에도 운전대를 잡고서 무사히 운전해 준 아들이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동차 키를 넘겨주고 싶지 않다. 안전에 대한 염려와 나중 다시 요구할 일들에 머릿속은 복잡했다. 아웃렛을 왕복하는 동안 ‘아빠가 운전하듯 너무나 편안한데..., 내비게이션을 잘 보네... , 주차도 아주 잘했어...’ 칭찬을 남발했던 순간들이 후회되었다.
아이의 반복되는 부탁, 그리고 거절할만한 분명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주저하는 게 아이를 믿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유치하지만 함께 다시 나가자고 제안했다가 조용히 거절당했다. 운전 중 핸드폰은 사용하지 말라는 당부만 한 채 자동차 키를 아들 손에 넘겨주었다. 물론 아들은 중간에 주유 중이라며 전화를 했고 무사히 귀가도 했다. 귀가 후 자동차 구입 적당한 시기에 대해 짧은 토론도 나눌 수 있었다. 아들이 잠든 늦은 밤,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대해 앞으로는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엄마인 내 마음은 복잡해진다.
아이들이 가끔씩 진로와 큰 고민들에 대해 상담을 해 올 때면, 남편과 함께 의견을 나누거나 아빠에게 물으라며 바통을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당장 안전과 가치에 관련된 상황이 올 때면 당황스럽다. 기본적인 정답은 '신뢰와 놓아줌' 이겠지만 결정과 조언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큰 딸아이의 학업 중 진로 고민을 얘기 나눴다. 학회 일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결정도 듣고 있기만 했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도 조언을 건넬 뿐, 본인이 해결하도록 지켜만 보았다. 막내아들의 고된 아르바이트와 시간 분배 문제도 자신에게 결정권을 주었다. 성적과 건강을 당부하고 조건을 제시할 뿐이었다. 둘째 아들이 올해 문 이과 통합된 수능을 다시 준비해 보겠다는 의견에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시간을 두고서 마음의 변화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가끔씩 부모 역할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어른인 우리에게도 마음과 역할이 한 뼘 더 커야 할 시기인가 보다. 부모의 울타리를 넓히기 위해 남편과 함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초록불이 켜지면 손을 들고 건너는 거야!”
“외출 후에는 비누로 손을 잘 씻어야지.”
“시험 한 달 전에는 계획표를 세워봐.”
“가족행사에는 함께 참석하는 게 맞지.”
“가격도 괜찮네, 잘 어울리니 네가 맘에 든다면 그 옷을 사!”
이렇게 분명한 답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성장해 갈수록 함께 결정할 일들은 더 불분명하고 어렵다. 진로, 직장, 결혼, 자녀, 가정 등 가장 중대한 일들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습이 요구된다. 청년 자녀들에게는 어떤 모습의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 것 같다. 끝이 보이는 듯하다가도 끝이 없는 부모 공부다.
먼저는 엄마에게 전화를 해 봐야겠다. 엄마는 이럴 때 어떻게 하시겠는지 말이다. 70대인 엄마도 딸의 질문에 당황해하실까? 엄마의 역할은 어디까지냐고. 엄마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지 아이들은 모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