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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인의 기도

카이로에서 시작된 삶 11

by Jina가다

(시간과 장소를 넘어 무릎 꿇는 이들)

저녁 공기가 식어갈 무렵, 카이로의 거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 금빛 불빛 아래, 사람들은 차를 마시고, 웃고,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집에서 가까운 카페를 찾았다. 저녁 일곱 시, 햇빛이 누그러지고 바람이 서늘해진 시간이라서인지 카페마다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맞은편 테이블에는 함께 공부하는 젊은 남녀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그중 한 여성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까만 히잡과 검은 아바야를 입은 그녀는 테이블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으로 걸어가 기도용 매트 ‘사자다’를 펼쳤다. 방석만 한 검은 천 위에 조심스레 앉아 꾸란을 읊조리더니, 이마가 땅에 닿도록 몸을 숙였다. 하얗고 긴 벽을 향하던 몸을 15도쯤 틀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이곳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누구도 시선을 주거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하루에 포함된 평범한 한 장면일 뿐이었다. 나 역시 이방인으로서 곁눈으로만 스쳐보았을 뿐, 아무 일 없다는 듯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이집트에서 살다 보면 이렇게 기도가 삶 속에 스며든 모습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얼마 전, 장을 보러 가던 길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하얀 반팔 경찰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인도 끝자락에 매트를 깔고 엎드려 기도하고 있었다. 무슬림의 하루는 다섯 번의 기도로 나누어진다. 해가 뜨기 전, 정오, 오후, 해질 무렵, 그리고 밤.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시간이 되면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메카를 향할 수 있는 깨끗한 자리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기도 장소가 된다. 택시 기사는 세워둔 차 옆에 매트를 깔고, 상점 주인은 문을 닫고 가게 앞에 앉는다. 심지어 번화한 도시 한복판에서도 사람들은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기도의 일상이다. 그것은 신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꾸준한 몸짓이다. 누군가는 고행이라고도 말한다.

한국에서 카이로로 오는 길, 경유지였던 아부다비 공항에서 현대식 기도실을 보았다. 남녀가 분리된 공간은 청결해 보였다. 기도실 입구에서는 부드러운 향이 감돌았고, 안쪽에서는 낮은 목소리로 꾸란을 낭송하는 소리가 잔잔하게 퍼졌다. 아랍권 국가들이 문화적·정치적으로 공유하는 큰 축이 이슬람이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역사와 언어, 생활방식의 깊은 뿌리까지 그 중심에는 종교가 있다.


사방이 고요해지는 시간, 창밖에서 묵직한 ‘아잔’ 소리가 울린다. 낮게 깔린 음색이 바람을 타고 골목을 가로질러 들어온다. 집 근처에 작은 모스크가 있는 모양이다. 이 나라 인구의 90%가 무슬림이란다. 지금도 저 골목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겠지.


문득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필요할 때만 하나님을 찾았던 내 기도. 그마저도 마음이 급할 때만 간절했던 순간들. 이곳에서 시간을 정해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의 신앙과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본다.

기도란 어쩌면, 신을 향한 한 번의 절박한 외침이 아니라, 매일을 관통하는 꾸준한 발걸음일지 모른다.


토요일 저녁 이집트 카페


아부다비 공항 기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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