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온 아이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방바닥에 앉아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을 걸었다. “어디에 갔었어?”라고 묻자, “체육센터 공원에 세 번 갔었고, 집 앞 골목에서 엄마랑 할머니가 나 찾는 것도 봤어.”라고 아이가 대답했다. “아! 그랬어? 엄마가 그 골목도 가보려고 했었는데. 그럼, 운동 안 가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뭐 하려고 그랬는데?”라고 내가 물었다.
“죽으려고 했어.” 아이가 뜻밖에도 라는 말을 담담하게 내뱉었다. 내심 놀랐지만 어떤 대답이 나올지 궁금한 나머지 “어떻게 죽으려고 했는데? “라고 묻자, ”맨홀 뚜껑 열고 거기 뛰어들거나 옥상에 뛰어 내려서...” 라며 예상치 못했던 말을 내뱉는 순간 그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는 것을 막지 못한 주인공이 떠올랐다. 그것은 ‘너도 아이를 그렇게 보낼 수 있어.’라는 마음속 경고이자 신호 같았다.
선율이 가 사라진다면 나는 온전히 살 수 있을까? 그것은 나의 인생에서 아무리 메꾸려고 애써도 메꿀 수 없는 커다란 구멍 하나를 만들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그동안 목숨 걸고 해 왔던 커피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는 “죽지 마.”라고 말하며 흐느껴 울었다. 선율이 가 그걸 보고 “엄마, 미안해. 잘못했어.” 라며 나에게 안겼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죽지 마. 우리 그냥 재미있게 살자.” 이 날 있었던 일은 선율이 가 나에게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