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아니더라도 투자하는 방법은 많다. 부동산, 땅, 비트코인, 금, 원자재 펀드, 리츠 펀드... 비트코인을 비롯해 투자의 영역은 점점 더 넓은 가지를 뻗어나가는 것 같다. 굳이 주식을 사고 싶지 않다면 주식투자를 부추기는 미디어와 주변 사람들의 주식영웅기에 신경을 끄면 된다.
나는 주식을 사기로 했다.
한때 주식 이야기를 하면 왠지 돈을 밝히는 속물 같아 지인들과 만나면 주식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내가 주식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주식거래를 하는 방식이 투자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자신도 없었다.
주식을 사는 대신 나는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철학자 러셀은 말한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명확한 지식으로 규정하기 힘든 문제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철학의 일이라고.
뉴욕의 월가도, 한국의 여의도 증권가도 꽃길만 걷는 방법을 모른다. 수많은 경제 전문가와 애널리스트, 주식으로 수억 원을 벌었다는 전업투자자도 내가 가진 주식을 책임질 수 없다. 많은 투자서에서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가지라고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명확함이 부재한 세계에서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나만의 모범답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마라톤을 이어가야 한다.
주식이란 무엇인가?
주식시장은 이성과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곳인가?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광기가 도사리는 곳인가?
역사에서 주식의 횡보는 반복되는가?
그렇다면 과거를 샘플 삼아 사고 팔면 되는 것 아닌가?
주식으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돈뿐인가?
잃을 수도 있다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주식시장에서 어떤 지식과 지혜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나는 왜 주식을 사려고 하는가?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너는 왜 주식을 사려고 하는가에 대해 묻지 않으면 금세 회의를 품게 된다. 부동산도, 달러도, 예금도, 채권도, 복권도 아닌 주식을 왜 사려는 것인가. 부동산은 억 단위의 돈이 필요하니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영역 같다. 채권과 예금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수익률이 낮아서 매력도가 떨어진다. 복권은 전날 용이 나오는 꿈을 꾸지 않는 이상 복권 사는 돈이 아깝다.
스노우 팍스 CEO 김승호 회장은 돈을 다루는 네 가지 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돈을 버는 능력, 모으는 능력, 유지하는 능력, 쓰는 능력이다. 기본적인 생활비는 일해서 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출을 관리해서 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내가 생각하는 가치에 알맞게 돈을 쓰는 능력은 투자하는 능력보다 중요함을 느낀다.
나는 내가 가진 돈을 유지하고 불리는 능력을 키우는 데 주식을 이용하고 싶다. 10년 전의 짜장면 값이 지금과 다르다고 격세지감을 느끼며 일 퍼센트의 예금에 돈을 넣어놓을 수는 없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변하는 짜장면 값처럼 시간의 힘을 빌려 내가 가진 돈도 변해야 한다.
경제는 침체되기도 하지만 호황기를 누리기도 한다. 주식시장은 폭락으로 패닉되기도 하지만 언제가 폭등이 온다. 내 계좌는 하루에도 몇 번씩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왔다 갔다한다.
순환과 성장의 동력을 믿는다.
망하는 기업도 있겠지만 내가 가만히 앉아 회사 영업이익을 체크하고 CEO의 행로를 검색하는 동안 수많은 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주식을 사기로 선택했다면 그때부터는 쏟아지는 C를 각오해야 한다.
언제, 어떤 종목을, 얼마나 사고 팔지, 어떤 근거와 어떤 방식으로 매매할지 매 순간 부딪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