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지키는 나만의 주식 라이프 (7)
“카카오톡 써?”
“네, 당연히 쓰죠. 카카오톡 안 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카카오 뱅크는?”
“요즘 모임통장을 카카오뱅크로 많이들 바꾸더라구요. 총무가 보고할 것도 없이 다 같이 볼 수 있으니까요.”
“카카오 페이는?”
“카카오뱅크 계좌가 있으니까 결제할 때 써요. 편하더라구요.”
“카카오 주식 샀어?”
몇 년 전 어느 날, 남편이 지인과 나눈 대화였다.
2020년 3월만 해도 카카오의 주가는 12만 원이었다. 코로나 이후로 언택트주의 수혜를 받아 급등하긴 했지만 2021년 주가는 55만원을 뚫었다. 5월 기준 주가는 액면 분할가로 11만 원대이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카카오톡 주식을 사지 못했고 지금은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사지 못한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되었을 때 카카오를 샀더라면.
카카오 캐릭터가 귀엽다고 주위 사람들이 체크카드를 만들 때 샀더라면.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의 생일선물 쿠폰을 결제할 때 샀더라면.
카카오뱅크 모임 통장의 총무를 맡았을 때 샀더라면.
나는 왜 카카오 주식을 살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카카오는 단순히 마트에서 요즘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다. 우리 일상 속 깊이 들어와 그 안에서 내 프로필에 사진과 근황을 올리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누군가와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전화 통화를 하는 것보다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는 게 더 편하고 익숙한 일이 되고 있었다.
카카오뱅크가 시작할 때 주류의 은행들을 제치고 과연 성공할까 하는 의심으로 바라봤지만 사업을 확장하며 우리 실생활으로 들어올 때 그 기업의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 매일 사용하면서 그 회사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나는 상상하지 못했다. 카카오 회사의 주식은 내 주위만 둘러봐도 사서 보유할 가치가 있는 주식이었다.
나는 테슬라를 사지 못한 것은 아쉽지 않지만 카카오와 네이버를 놓친 건 아쉽다.
네이버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시작할 때 검색창을 열어 기사를 보고 날씨를 보고 웹툰을 보고 결제를 하는 검색창이라는 것을 주가가 한참 오르고 나서야 생각했다.
물론 기업의 성장은 늘 매끈하게 아스팔트가 깔린 고속도로의 궤도만 걷는 것 같지는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 뒤에는 비슷한 의도와 규모로 시작해서 실패한 기업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수시로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고 때로는 얘기치 못한 사고가 터지기도 한다. 성장통을 겪기도 하고 시장에서 도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기업의 실적과 CEO의 행로,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 등에 관심을 가지면 기업의 가치와 주가가 가는 길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30년 전, 무전기처럼 생긴 검은 색 모토로라 핸드폰을 가진 어른들을 가끔 볼 수 있었다. 나는 삐삐라고 불리는 무선호출기를 엄마 몰래 샀다가 된통 혼이 났고 핸드폰을 가진 어른들은 점점 많아졌다. 대학생 때 핸드폰을 가지고 다녔지만 무제한 요금제는 아니라 요금이 비싸서 오랜 시간 통화하기는 어려웠다. 매일 사용하는 핸드폰이 진화하고 핸드폰 없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SK탤레콤 주식을 샀을 테다.
스티브 잡스가 검은 폴라와 청바지를 입고 ‘Stay Hungry’ 연설을 할 때 애플을 샀어도 늦지 않았을 텐데.
건조기와 스타일러, 식기세척기가 점점 필수품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LG전자 주식을 하나씩 모아도 좋았을 텐데.
내가 사지 못해서 아쉬운 종목들은 내가 잘 모르는 용어가 쏟아지는 반도체나 5G 종목들이 아니다. 경기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주들도 아니다.
내 눈 앞에서 매일 사용하고 있으면서 놓친 종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