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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비법이 담긴 용의 문서

영혼을 지키는 나만의주식 라이프(8)

by 김세인


내 불찰이다. 5인방용 수련법은, 너한테는 안 먹혀. 널 위한 맞춤형 수련법은.. 바로, 이것.

사부는 제자 앞에 만두가 가득 담긴 접시를 내놓는다.

그때부터 그를 위한 맞춤형 수련이 시작된다. 영화 〈쿵푸팬더〉에서 시푸 사부는 대결을 앞둔 팬더 포에게 용의 문서를 넘긴다.

용의 문서에는 악당을 물리칠 어떤 특별한 비법이 쓰여 있었을까.




투자를 위한 용의 문서는 어디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투자를 위한 특급 시크릿을 찾아 헤맨다. 투자를 잘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라도 붙들고 묻고 싶다.


워런 버핏은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서 기다리라고 한다.

존 리도 시간의 힘을 빌리라고 한다.

피터 린치는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을 잘 살피라고 한다. 그리고 월가의 전문가도 믿지 말라고 말한다.


성공비법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소스와 재료의 정량을 정확히 알려주는 레시피를 따라 해도 정작 나밖에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만들곤 하니까 말이다. 어떤 정보를 어디서 얻어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나는 주식거래를 하면서 투자의 중요한 요소를 결정짓는 것 중 하나가 정보를 분별하는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투자의 시장에서 정보를 취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살을 찌운다고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대면 별 필요 없는 지방이 몸에 쌓이면서 언젠가 콜레스테롤 검사를 해야 할지 모른다. 정보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어디에서 어떤 정보를 보고 들을지 결정하는 것도 꽤 중요한 분별력 중의 하나다. 인터넷 기사와 유튜브 방송들의 바다를 헤매다가는 스스로 만든 풍랑에 빠질지 모른다.


나는 투자서 중에 『월가의 영웅』과 같은 고전을 주로 읽는 편이지만 쏟아지는 주식 관련 책들 중 최근에 구입한 책이 있다.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즐겨 듣는 유튜브 방송 ‘삼프로 TV’에 정기 패널로 나오는 염승환이라는 사람이다. 증권사 부장의 이미지라기보다 ‘염블리’라 불리는 그의 매력은 성실하고 진솔한 태도에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팬 입장으로 산 건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 주식초보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이 책을 보고 반가운 마음만 있었다. 그래도 목차는 한 번 훑어보자 싶었다.


77가지 질문 중 내가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게 몇 개나 되나 살폈다. 전환사채, 선물옵션만기일, 신주인수권부사채, 블록딜에 대해 설명할 수 있나. 꼭 이 용어들을 알아야 주식거래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법을 모르고 외국어를 구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나는 거만함을 살짝 내려놓고 이 책을 주문했다.


우리 집 거실 선반 아래 칸에는 신문들이 켜켜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긴장감에 꼬박꼬박 경제신문을 훑어본다. 시장이 안정적이고 좋을 때는 며칠 동안 못 본 신문이 쌓여 지저분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종이신문을 읽어야 마음이 편하고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다. 전반적인 산업의 흐름과 시장 분위기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수 있다. 저평가된 종목들, 실적이 좋은 기업들, CEO의 철학 등에 대해 꾸준히 관찰할 수 있다. 내 속도대로 읽고, 멈춰서 생각하고, 스크랩해둔다. 나는 여전히 종이신문에서 투자에 대한 소스를 얻는다.


그럼에도 요즘은 관심종목에 대한 기사를 인터넷으로 함께 찾아본다. 덥석 사거나 팔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는 연습을 한다.


‘메디톡스, 목표 주가 상향조정’
‘메디톡스, 바닥 찍고 오를 일만 남았다’
‘메디톡스, 최악의 실적 부진 속 미래도 가시밭길’


경제신문을 읽고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는 것만으로는 목마를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유일하게 보는 주식방송이 하나 있다. 앞에 언급했던 구독자 130만 명의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다. 이 방송은 정규방송보다 캐주얼하고 편안하다. 내일 오를 종목을 찍어 주지도 않는다. 단기적인 시각보다는 큰 그림과 흐름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주식장이 좋을 때면 코스피가 아직도 저평가되어 있다며 같이 웃고 좋지 않을 때면 불안한 마음을 달래준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서 개인투자자가 접하기 힘든 자세한 정보와 자신만의 통찰을 전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많아도 다 듣고 다 보기는 벅차다. 너무 자세한 정보들이 시끄러울 때도 있다. 종목 추천은 결국 누군가의 판단이고 그 판단을 분별하는 것은 나 자신의 몫이다.




그나저나 팬더 포가 받은 전설적인 용의 문서에는 무엇이 있었나.

아무것도 없었다.


백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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