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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Oct 06. 2022

불안한 감정을 넘어서

가을, 회복의 계절




가을은 여름과는 또 다른 하늘을 선사한다. 더 높아지고, 맑아진 하늘은 새삼 아름답다는 감탄을 몇 번이고 내뱉게 한다. 달라진 하늘은 가을비를 뿌리고,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다음 날은 언제 여름이었냐는 듯 하루 만에 떨어진 온도를 온몸으로 느낀다.



밥을 먹고 난 늦은 저녁 겉옷 하나를 걸치고 집 주변 산책로를 산책했다. 하나 둘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니 가을이라는 걸 실감한다. 공기의 냄새가 달라졌다는 건 이제 정말 가을이 왔다는 뜻.



내가 자주 불안해하는 사람이라는 건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약간의 감정싸움조차 싫어한다. 사람을 만나면 수반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 중 하나일 뿐인데도 서운한 감정과 불편한 감정을 바로 말하지 못해서 혼자 끙끙대는 편이다.



대학교 때부터였다. 싫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을 억지로 더 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된 게. 고등학교라는 사회생활은 싫든 좋든 어떻게든 함께 해야 했고,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반복했지만 지금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다.



그러다보니 굳이 그런 과정을 반복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불편하면 피하게 된다. 이게 비겁한 행동이라는 걸 잘 아는데도 비겁한 행동을 자주 하고야 만다. 그 불안한 감정이 두렵다.



그럼에도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넘어보려 한다. 그 감정을 넘어 이해해보려고 한다. 불안하고 불편했던 감정을 사실 그대로 말하는 연습을 하면서, 그 감정을 겪었던 사람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하는 과정들을 통해 내가 놓쳤던 수많은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머물러주었으면 좋겠다.



또 여러 사람들이 흘러 지나가겠지만 그 과정 속에도 행복했다면, 인생의 한 순간에 서로를 행복하게 해줬다는 사실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가을 : 회복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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