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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 Jul 11. 2023

유명해져라. 그래야 너의 글이 팔린다.

자비출간과 마케팅



3월에 출간한 책 이야기 좀 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걸 에세이라고 쓰는 것도 웃기지만 이 시간이 아니면 정리할 시간이 없으니 에세이 쓰는 척하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적어도 단행본을 내려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글일 것이다. 



 2022년 나는 독서모임을 위해 준비한 글과 질문 발제를 모아 책을 냈다. 블로그로 작성했던 에세이와 서평 그리고 질문들을 모으니 공백포함 10만 자가 넘게 나와 버렸다. 난 그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책 한 권으로 모아보니 280쪽이나 되어 버린 것이다. 당초 계획은 a4형태의 문집으로 10권 정도만 만들고 작년 12월 안에 마감할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했어야 했지만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다. 계획은 과정과 결과로 나눌 수 있는데 과정은 얼마든지 틀어질 수 있지만 적어도 납기일, 마감일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일은 적절한 시일을 정하기 힘들다. 바쁜 직장인들이 중소기업이 왜 그리 야근을 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야근을 해서라도 몸을 갈아 넣어서라도 수량과 납기일을 지켜야 한다.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니 일이 많아졌다. 대충 만들었던 표지도 인디자인으로 제단까지 새로 했다. 종이를 고르고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2번의 샘플을 받았다. 그에 앞서 좌우 한 장 안에 정확하게 레이아웃에 맞춰 자간과 줄간격을 맞추고 배치를 새롭게 하는 등 각고의 편집 과정이 들어갔다. 그 와중에 하던 일은 계속해야 했으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말았다. 그 결과 12월에 나와야 할 책이 3개월이나 지체되어 3월에 나오게 되었다. 계획된 책이 아니다 보니 저작권은 생각도 못했고 결국 책은 정식 출간이 아닌 기념 출간의 형태로 자비 출간을 하게 되었다. 글 쓸 때 책 만들 때 왜 기획을 하고 목차를 만드는 것을 우선시하는지 알게 되었다. 



금액적인 부분을 이야기해보자면 1차 샘플과 2차 샘플을 받으면서 각 21,120원과 22,220원을 지출했다. 이후 100권 대량 주문을 하며 657,030원을 썼다. 이때 인쇄소에서 4권을 서비스로 더 보냈다. 왜 더 보내준 건지에 대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전화해서 알아내야 마땅하지만 지금 와서 알아보는 것도… 너절하다. 이후 아버지의 요청으로 50권을 추가 인쇄했고 375,980원을 지출했다. 샘플은 1권씩이어서 배송비를 4,400원씩 썼는데 솔직히 배송비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다. 이후 30만 원 이상 주문하면 배송비가 없기 때문에 배송비 없이 받아볼 수 있었다. 결국 샘플 제외 총 154권을 인쇄하며 1,076,350원을 지출했다.



책은 부모님의 선방으로 소장용 책 1권을 남긴 153권을 모두 판매했다. 그중에서 이벤트와 지인 증정으로 15권을 무료로 나눠주고 배송비 또한 자부담했다. 이건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뺄 거 다 빼고 남은 순수익은 211,600원이다. 권당 1,383원의 이익이 남았다. 다행히 비매품으로 팔았기에 세금을 낼 필요는 없다.



기념비적인 북클럽 문집을 만들려고 가볍게 시작했던게 출간 욕심까지 부려서 단행본 기념 출간이 된 셈이다. 쓴 글에 비해 얻은 수익은 아주 미비했다. 만일 1000권을 팔았다면 수익은 훨씬 개선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1권을 팔았을 때 배송비, 포장비, 원가를 빼면 15,000원짜리 책의 마진은 4,910원이다. 1000권을 팔면 4,910,000원이 남을 테니 이 정도면 크게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150권을 파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니 독립 출간으로 1천 권을 파는 건 지금의 나로서는 불가능이다. 10만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 혹은 1만 이상의 인스타팔로워는 보유하고 이를 통해 효과적인 마케팅을 해야지 겨우 팔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10만 유튜버라면 책 1천 권 팔아서 생긴 돈이 필요할 형편은 아닌 것이다. 1만 인스타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다. 바야흐로 글이 우선이 아니라 sns를 통한 퍼스널 브랜딩이 먼저인 시대다. 유명해지면 글을 쓴다. 그뿐이다.



이러고 보니 단행본을 내는 건 적어도 돈을 번다는 입장, 부업으로 접근한다면 정말 가성비 안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자청님이나 이미예님처럼 초대박을 치지 않는 이상은 그렇다. 그러고 보면 책은 엄청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복권 같다. 그러나 복권은 어쨌든 매주 당첨자가 나오는 반면 책은 어쩌다 한번 당첨자가 나오는 수준이니 복권 쪽이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다. 최저시급이 대략 1만 원 정도는 되니까 하루에 1시간씩 글을 쓰는 것은 매일 로또 2장을 구매하는 것과 같다. 



결국 글도 부지런히 심지어 잘 써야 하는데 그에 걸맞은 놀라운 마케팅, 퍼스널 브랜딩을 통한 나를 알리기까지 병행되어야 한다. 유명해지면 글이 잘 팔릴 것이고 무명이라면 아무리 좋은 글을 쓰고 단행본을 내도 그 누구도 읽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또 마케팅이다. 글만 잘 쓴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결국 자본주의 세상은 좋은 시장을 찾아내서 좋은 시기에 진입하고 홍보를 잘해서 판매로 연결시키는 것이 전부다. 마케팅이 잘 되면 어중간한 제품도 좋아 보이기 마련이고 좋은 성적을 올린다. 그래서다. 무명 초보작가라면 sns를 곁들여서 퍼스널 브랜딩을 진행해야 한다. 브런치, 인스타그램, 유튜브 그중에서 감성글귀를 가장 많이 알리는 소통창고는 인스타그램이다. 하긴 요즘은 모두가 글을 잘 쓴다. 상당히 잘 쓴다. 글 쓰는 학교도 있고 강의도 있다. 히트작은 못 내도 히트작가가 될 인재를 키워낼 순 있다. 만드는데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가르치는데 특화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어느 쪽일까.



글 쓰기의 힘은 이런 글 같지 않은 글을 쓰면서 생각의 정리를 도와주고 글이라는 결과물을 남기고 그것을 글로써 실체화 시켜 실행의 힘까지 준다. 중세 시대에 글은 읽는 것 만으로도 특권이었다. 지금은 모두가 쓸 수 있다. 우리는 특권 사회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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