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를 싹 걷어내자

by 김하은

마라탕에 푹 빠진 큰애는 가끔 마라탕을 배달시킨다. 그런데 담겨 오는 플라스틱 용기가 늘 말썽이다. 요철이 있는 용기에 기름기와 고춧기름이 들러붙어서 쉽게 씻기지 않는다. 재활용을 하려고 내놓는다 해도 잘 씻어야 할 텐데…….


우리 집은 설거지 비누와 천연 수세미 혹은 삼베로 설거지를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기름기를 온전히 제거하기 힘들다.

“내가 씻을게.”

큰애가 씻는다고 씻어도 기름기는 잘 안 빠진다. 그럴 때는 수세미도 설거지 비누로 씻어가면서 해야 하는데, 그럴 요령이 아직 부족한 셈이다. 헌 칫솔로 씻고, 뜨거운 물로 붓고 온갖 수고를 거쳐야 깨끗한 상태로 변한다.

요즘은 외식을 잘 못하지만, 외식을 할 때 유독 기름진 음식을 만날 때가 있다. 중식당에서 먹은 크림새우를 먹고 탈이 난 적이 두 번 있고, 감바스를 먹고 느글거려서 진한 커피를 마신 적도 있다.


예전에는 쌀강정, 유과, 약과를 모두 만들어 먹었다. 그 기억이 남아서인지 어떤 날은 뜬금없이 개성약과가 먹고 싶고, 또 어떤 날은 바삭한 쌀강정을 먹고 싶다. 그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지 잘 알면서도 그런다. 김이나 곡물 등에 소금간을 살짝 한 찹쌀풀을 발라서 말린 다음 기름에 튀긴 부각도 마찬가지다. 볕 좋은 가을이면 김 부각을 만들어볼 마음을 먹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음식들은 모두 기름에 튀겨 만든다. 조선시대만 해도 기름은 아주 귀한 음식이었고, 기껏해야 잔치에 먹는 ‘전’ 종류였는데, 그도 많이 할 수 없었다. 식용 기름은 동물성과 식물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동물성 기름을 얻으려면 고기를 살생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규모 사육장 시설에서 식용 동물들을 키우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동물성 기름을 얻기도 쉽지 않았다. 동물성 기름은 고기를 잡는 날, 즉 잔칫날에나 구할 수 있었다. 가장 만만했던 닭고기에는 동물성 기름으로 쓸 만한 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요리에는 튀기는 음식이 별로 없다. 쌀강정, 유과, 약과 등도 정말 큰 맘 먹고 만들어야 하는 음식인 셈이다.


예전에 살던 집에서는 식용유를 따로 모으는 곳이 있었다. 그 전 동네에서는 폐비누를 만드는 닭집에 우리가 쓴 기름을 갖다줬고, 대신 폐비누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곳이 없다. 기름을 모으는 곳이 없으니 덜 쓰게 되고, 튀기는 음식은 되도록 멀리 한다. 그래도 꼭 해야 할 일이 생기면 프라이팬을 쓴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만 넣고 살짝 기울이면 기름이 한쪽에 모인다. 그 상태로 후딱 튀겨낸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기름기 있는 그릇을 닦을 때 일어난다.

보통은 키친타올로 닦고, 주방세제를 잔뜩 묻힌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거품으로 덮고, 물로 씻어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환경호르몬과 수질오염의 위험이 발생한다. 이럴 때 쓰는 방법이 바로 밀가루와 식초를 섞어 만든 천연 세제다.


밀가루와 식초, 물을 1:1:1로 섞는다. 프라이팬에 기름기가 많다면 밀가루를 뿌려도 좋다. 그러면 밀가루가 기름을 빨아들여서 뭉쳐지는데, 이러면 기름기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 세제는 만들고 금방 쓰는 게 좋다. 그러니 한꺼번에 많이 만들지 말고, 그때그때 만들어서 쓰는 게 가장 좋다.


밀가루와 식초 세제는 다용도로 쓸 수 있다. 기름기 있는 그릇을 씻거나 가스레인지 후드를 닦을 때도 좋다. 깔끔하고 손쉽게 닦아낼 수 있다.


곧 설이다.

사람들과 만나든 안 만나든, 고향을 가지 않고 멀리서 안부만 전하든, 명절에 가족들만 있다보면 기름진 음식을 한끼 이상은 먹게 될 것이다.

그때 이 밀가루 식초 세제를 써 보자. 놀랄만큼 뽀드득 닦이는 신비를 경험할 것이다. 그릇에 묻어 있던 기름기를 이 세제가 비질하는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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