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바라보는 교사의 따뜻한 시선

나만의 지도를 그려가는 ‘좋은 어른들’에 대한 예찬

by 낭만교사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한번 “sky 캐슬“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한 때 교육계 안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사회적 논쟁을 몰고 온 드라마였다. 왜냐하면 SKY 캐슬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과 사회의 욕망들을 드려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진학 입시를 10년째 담당하고 있는 고3 담임교사로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드라마에서 나오는 어른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일단, SKY 캐슬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물인 로스쿨 교수 차준혁이다. 입시 준비를 가장한 독서 모임, 옴파로스를 통해 자신의 욕망과 가치를 폭력적으로 주입하고, 자식을 자기 욕망의 수단으로 삼아 두 아들을 경쟁자로 내 몬다. 차준혁의 가치 기준은 오로지 커리어였다. 즉, 강한 것이 옳은 것이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한번 실수하는 것을 인생의 실패로 규정짓는 가치관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살아왔던 삶의 결과가 바로 가짜 하버드생, 차세리임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버드 하버드 노래를 불렀잖아! 엄마 아빠는 날 사랑한 게 아니라 하버드생 차세리를 사랑한 거야.”
이 사회에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방황하고 실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탁한 사회분위기와 어른의 시선에 교사로서, 이 사회를 사는 어른으로서 마음이 아팠다.

두 번째로 어렸을 때 흙수저로 살았던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한서진이다. 딸을 서울 의대에 보내야 하는 자기 삶의 목적과 자신의 열등감과 욕망을 딸에게 투영하여 주입하고 강요하는 불쌍한 인물이다. 학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둘째 딸 예빈이를 보고 도둑질은 공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놀이일 뿐이라며 딸의 범죄를 덮어버리고 용인해준다. 3대째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할머니와 학력고사 전국 수석을 자랑으로 사는 남편 강준상, 그리고 자신보다 더 서울 의대를 부르짖는 딸까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한 타인의 욕망을 자기 욕망인 줄 착각하여 살아가는 불쌍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남편인 강준상도 어머니의 욕망이 자신의 욕망인 줄 착각하여 순종적으로 살아가다가 마지막에 그런 삶과 욕망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깨닫고 울부짖는 모습도 애처로웠다.

세 번째로, 서울 의대 합격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끝판왕 입시 코디 김주영을 꼽을 수 있다. 김주영은 성공에 눈먼 탐욕스러운 학부모들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괴물 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의대 합격을 위해 부모에 대한 복수심을 공부의 동기를 삼거나, 이복 자매를 경쟁자로 이용해 가족을 파멸로 이끌어가도 서울 의대만 보내고 자기 입시 커리어만 유지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는 극악한 멘탈리티를 가지고 있다. 사회의 욕망들이 만든 나쁜 어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대한민국 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성공한 자들을 양산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 사회에서 바람직하고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인가? 만약 첫 번째 목표가 진짜라면 소수의 학생만이 그 목표를 이루게 되는 것이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육적 측면에서 이미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목표가 진짜 교육의 목표라면 이런 입시 시스템과 방식 그리고 어른들의 생각을 고수하면 안 되는 것이다. 무엇이 진짜 대한민국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만약 이 사회에서 바람직하고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하고 한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내가 생각하기로는, 몇 가지 조건들이 만족해야 하는데, 우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또한 자기가 누구인지 자기를 객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자기 진로를 스스로 찾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준비하고 만족할 수 있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 때 타인의 다름을 수용하고 힘의 논리가 아닌 사람 자체를 너그럽고 따뜻하게 받아주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 자신이 어떤 태도와 관점으로 바라보고 행동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한 나만의 지도가 필요하다. 세상에 나온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방황하는 기술을 배워서 자기 나름대로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는 일을 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수많은 시도를 해보고, 주변에 있는 어른들을 귀찮게도 하고 직접 가서 여행하고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면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체적인 지도를 스스로 파악하여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을 못하는지 알게 된다. 그런 데이터들과 경험을 바탕으로 그 지도 위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디로 가고 어디는 피해야 할지 마음을 먹을 수 있다. 내 인생 가운데 올인할 만한 선택의 순간 앞에서 의사 결정하는 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그 지도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기 위한 ‘방황의 시간’을 사회와 어른들은 박탈하지 말아야 한다. 때론 실수하더라도 뒤로 밀리지 않고 어른들과 사회가 너희들을 지지할 테니 계속 부딪혀보고 시도해보라고 격려하는 세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커서 사회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지도가 없어 남들이 뭘 하는지 보고, 남들이 가는 데로 우르르 몰려가면서 집단적 선택들 안에 숨어 자신의 선택에 대해 안전을 느끼는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런 선택과 생각과 욕망이 자기의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젊은 시절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갈 때 나이가 들어서도 남들이 그린 지도들을 덧붙여 누더기와 같은 지도를 갖지 않은 채 노년을 보내게 되고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인 냥 살아가며 자식들과 가족들에게 강요하는 폭력을 저지르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 객관화된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재고하고 늘 회의하고 의심해보며 나와 다른 생각들을 끊임없이 포용하고 존재 자체로 따뜻하게 들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 생각에 확신하지 않고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적절한 때가 되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사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사람이 된다. 또한 자신만의 지도가 없어 바람에 휘날리는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감싸주며 나만의 지도를 보여주며 ‘나는 이 지도를 가지고 이런 여정들을 걸어가고 있다’라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교육시스템 그리고 좋은 어른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드라마 중에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가수 아이유가 나오기 때문이었다(아이유를 좋아하는 삼촌팬이라ㅋ). 하지만 그렇게 보게 된 드라마를 보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좋은 어른일까? 아니면 어쩌다어른이 된 어른이(어른+어른이)일까?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이 드라마에서는 sky 캐슬에 나오는 ‘불쌍한 어른들’과 많이 비교되는 ‘좋은 어른들’이 나온다.

‘나의 아저씨’란 드라마는 험난한 세상, 살인자의 신분으로 빚까지 다 떠안으며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던 이지안(아이유)이 나온다. 어른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자라온 탓에 누구든지 항상 경계하고 자신을 버티기 위해 살아왔는데 박동훈 부장을 만나면서 진정한 어른을 알게 되고 서로를 치유하고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참 많지만 두 장면이 기억에 난다.

1) 박동훈 부장의 폰을 몰래 도청하고 있던 이지안에 대해 알아채고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이지안이 떠나게 된 걸 알게 되고선 이지안을 찾아, ‘잘못했습니다. 10번만 해’라고 말한다.
어른들의 도움 없이 험난한 세상을 버텨온 이지안에게 자신이 하는 일이 진정으로 나쁜 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 일로 인해 그녀를 내치지 않고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어른의 모습을 보게 된다.

2) 부장인 박동훈과 이지안과의 관계에 대해 심문하는 회사 장면에서 지안의 대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배경으로 사람 파악하고 별 볼 일 없다 싶으면 빠르게 왕따 시키는 직장문화에서 스스로 알아서 투명 인간으로서 살아왔습니다.
회식자리에 같이 가자는 그 단순한 호의의 말을 박동훈 부장님에게 처음 들었습니다. 박동훈 부장님은 파견직이라고 부하직원이라고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좋아했나?

네 좋아합니다. 존경하고요.
무시 천대에 익숙해져서 사람들한테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고 인정받으려고 좋은 소리 들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이젠, 잘하고 싶어 졌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어쩌면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오늘 잘린다고 해도 처음으로 사람 대접받아봤고,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이 회사에, 박동훈 부장님께 감사할 것입니다.

여기서 일했던 삼 개월이 21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습니다. 지나가다 이 회사 건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평생 삼한 E&C가 잘 되길 바랄 것입니다. “

아이들을 따뜻하고 너그럽게 대하는 좋은 어른들이 많아지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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