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심리학을 통해 본 수능 보는 고3 학생의 모습
입시제도
야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입스"라는 단어가 있다. 모든 스포츠에 해당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로야구팬이기 때문에 야구에 한정해서 말해보겠다. 투수들은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갑자기 정서적, 심리적 슬럼프가 와서 예전 제구력을 상실하고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저앉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리적 요인뿐만 아니라 신경계통과 관련한 뇌의 질환적 측면에서 얘기하자면, 이런 현상을 국소성 이긴장증(focal dystonia)이라고 부른다.
뇌 속에는 무의식과 의식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해마가 있는데, 편도체가 어떤 영향으로 과잉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해마의 기능이 저하될 경우 입스가 발생한다. 즉 공포,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여 운동을 위한 근육 움직임을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좀 더 들어가면, 인간의 뇌는 진화론적으로 3단계로 진화되었다고 본다. 첫 번째 층은 가장 아래에 있는 뇌로 후뇌(파충류 뇌)라고 불린다. 호흡, 심장 박동, 혈압 조절 등과 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두 번째 층은 중뇌(포유류의 뇌)이다. 주로 감정 기능을 담당한다. 3층에는 전뇌(인간의 뇌)가 있다. 고등사고, 논리적 기능 등을 관할한다.
그런데 인간이 어떤 위협적인 상황 속이 발생하면 감정을 담당하는 중뇌에 문제가 생긴다.(공포, 과잉감정) 그리고 전체적인 뇌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받아들이고 생존 모드로 바뀐다. 생존 모드에서는 후뇌와 중뇌만 작동하고 전뇌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즉 지나치게 긴장하면 몸과 마음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이성을 사용하는 인간이 아닌 본능에 충실한 모습으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2021학년도 수능을 본 고3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수능 등급이 급격히 떨어진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매년 그런 학생들이 나오기 때문에 고3 담임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환경적으로 낯선 곳에서, 모르는 학생들 사이에, 모르는 선생님 앞에서, 인생의 성공과 실패 또는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단 한 번의 시험이라는 생각이란 인식은 충분히 학생들에게는 위협적인 상황이고 생존모드로 진입하게 만든다.(개인적으로 수능 시험, 입시 자체가 인생 가운데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 몇몇의 학생의 경우 수능 시험을 보는데 그런 위협을 느끼고 생존본능이 발휘된다는 것은 슬픈 현실인 것 같다.
그렇게 입스에 걸리는 학생들이 매년 속출하는데 이 모든 것을 학생 개인의 노력, 책임으로만 돌려야 하는 걸까? 수능제도, 입시제도에 대한 통시적, 공시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