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BTS를 통해 본 교육의 인식변화
교사의 인식체계에 관하여
최근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BTS가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한국어 노래 '라이프 고스 온'으로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다. 그전까지는 영어 가사로 1위를 했지만 이번에는 한국어 노래로 빌보드 1위를 한 것이다. 항상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에 들기 위해 미국 유명 가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여 이름을 알리려고 했던 것이 지금까지 한국 가요계의 전략이었는데 이제는 그 흐름이 조금씩 역전되어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미국 가수들도 BTS와 함께 작업을 해야 인기를 받게 되는 환경, 지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즉 대중가요계에 세계 지도가 바꾸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20년 초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동시에 퍼져갔고 각 국에서 방역시스템을 통해 코로나 사태를 진압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국 등의 소수의 나라만 제대로 코로나를 잡고 있는 것 같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엄청난 격차로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제대로 방역을 하지 못하고 의료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국만이 유독 제대로 방역을 하고 싶음을 보게 된다(K-방역). 마치 전 세계에 코로나라는 똑같은 시험지를 주고 일제고사를 보았는데 우리나라가 시험 성적표로 선두에 서고 있는 느낌이다. 그전에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성적표를 한국이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OECD 국가 중 경제 성적표도 가장 좋다. 코로나로 인한 한국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힘의 질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큰 세계전쟁이 일어날 때만 주로 바꿔왔다 최근 세계 2차 대전 이후에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질서가 잡혔고 우리의 인식 속에는 미국이 중심이 된 질서가 내면화되었다. 그때 형성되는 두 가지 부정적 결과는 바로 사람에 대한 태도와 열등감이다. 그 질서, 힘의 논리 속에서 사람들은 힘 있는 자 앞에서 주눅 들고 나보다 못한 자에게 거들먹거리는 모습으로 대하게 된다. 또한 사람을 그대로로 수용하지 않고 항상 어떤 기준과 잣대로 상대적 평가를 하였고 당하는 사람을 향해 우월감이나 열등감의 감정을 갖게 했다. 그러나 모두 사람이 1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는 열등감이 깊숙이 내재되어버린다. 특히 한국이란 나라는 학교에 들어오면서 상대평가의 시험을 본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분위기와 상대적인 평가로 인해 감정 깊숙한 곳에 열등감이 깊이 내재되어버린다. 그렇게 출신고등학교, 출신 대학, 직장의 레벨, 좋은 집, 경제적 형편, 자랑스러운 자식의 학력 등으로 우리는 열등감이란 족쇠 아래서 상대적으로 고통당한다. 힘의 질서에 대한 고정된 인식은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되고 교육제도 안에서 더 강화된다.
이런 힘의 질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는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확증편향, 꼰대 의식) 그리고 그것에 걸맞은 경험들이 쌓이면 고정시켜버리고 하나의 기준과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체계를 구축한다. 그래서 웬만한 사건, 개인적 체험과 충격, 세상에서 말하는 생각과 다르게 생각하고 삶으로 충돌하는 사람들이 공동체적으로 모이지 않으면 세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교육의 측면에서 어떤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님들에게 내면화된 질서, 고정된 인식은 없는가? 교육적 측면에서 보자면(삶 전체를 보면 훨씬 많겠지만) 나에게도 부끄럽지만 힘의 질서에 대한 왜곡된 인식체계가 3가지 있었다. 서양 과학에 대한 인식, 일반고 교사로서의 인식, 고등학교 교사로서의 인식이다
첫째로, 최근 고3에게 진로 과목으로 과학사를 가르치면서 미국, 유럽 백인 중심의 사상, 서양에서 출발된 과학에 대한 인식이 편향되었음을 보게 되었다. 과학사를 가르치면서 나는 왜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 르네상스 시대, 과학혁명기에 열광하는가? 스스로 되묻게 되었다. 공부를 해보면 동양, 한국의 과학이 전 세계에서 더 앞선 것들도 있는데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가치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내면의 강력한 저항을 느끼게 된다. 또한 중세 유럽 시기에는 과학적으로는 암흑기로 불릴 정도로 발전이 더디고 오히려 그 시기에는 이슬람 과학이 유럽에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이외의 과학발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는 내 안에 잔존하고 내면화된 힘의 질서 때문일 것이다(내면화된 오리엔탈리즘).
두 번째로, 강북에 있는 일반고 학생과 강남 8 학군에 있는 자사고 학생을 바라보는 인식에서 나는 위와 같은 비슷한 인식이 있지 않은가? 되묻게 된다. 강남의 학생들은 부모의 지원과 경제력으로 이미 우리 학생들과 차원이 다른 학생이라고 스스로 인식해버린 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잠재력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인식과 생각은 올해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지역별, 고등학교 유형별 학력격차가 더 심해졌다는 수많은 뉴스를 접하고 온라인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결과 처리되는 많은 학생들을 보며 '그럼 그렇지 역시!!'라는 내면의 인식 속에서 그렇게 학생들의 미래, 잠재력까지 재단할 때가 많지 않은가? 반성하며 생각하게 된다.
세 번째로, 교직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주변에 많은 선생님에게 듣는 진리와 같은 말씀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에 들어온 학생들의 질과 수준은 고3 때까지 잘 바뀌지 않고 그대로 대학 진학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좋은 학생,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많이 받아야 결국 대학 진학까지 이어진다. 그러니 너무 열심히 가르치지 마" 교직 초창기 때부터 들었던 애기였다. 그때는 그런 주변 선생님이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조언이었지만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학생은 잘 바뀌지 않는다." 이런 생각들에 대해 그동안 내면에서, 생각으로 끊임없이 싸우고 투쟁해왔다. 그러나 수업 때 자는 학생, 온라인 수업도 버거워하는 학생들을 수없이 접하면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어! 주변 선생님들의 조언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라고 아이들에게 실망할 때마다 불쑥 들어오는 유혹의 목소리가 존재하였다.
이런 시각은 오히려 내가 가르치는 우리 학생들에게 있는 장점, 잠재력까지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진입장벽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내 안에서 이런 생각이 흘러가고 있을 때 나에게는 이런 인식체계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작은 경험이 3가지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올해 고3 진로 과목으로 과학사 수업을 준비하면서 살펴보니 르네상스를 필두로 진행된 서양 과학혁명에 영향을 주고 르네상스의 혁명을 일으킨 것이 바로 이슬람의 월등한 과학 문물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중세 유럽은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과 신학의 영향으로 형이상학적 개념을 추구했고 현실보다 보이지 않는 이상을 추구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받아들인 이슬람은 현실 속에서 본질을 탐구하는 과학적 학문이 발전했다. 이것이 13세기 십자군 원정을 통해 서양 유럽으로 유입되기 시작했고 그 기초 위에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또한 서양보다 더 앞선 중국의 과학 문물, 서양보다 더 먼저 발명한 한국의 인쇄술 등 서양문물보다 더 앞선 많은 것들이 서양 이외의 나라에서도 많이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된다. 과학사 수업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지식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아예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1년 동안 교과서와 지도서 그리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새로운 면을 많이 보게 되었다.
두 번째로 지난 10년 동안 내가 지도한 과학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전국 환경 관련 대회에 나가 논문을 발표하고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여러 번 본선에서 상을 탔다. 그런데 그때 경쟁했던 학생이 과학고, 강남의 자사고들도 많이 있었다. 처음 대회 때 그들을 만났을 때는 마음이 위축되었고 안될 거야 라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막상 심사를 받아보니 우리 아이들의 평가가 더 좋을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우리 학생들도 경쟁하는 과학고, 자사고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이 일부일지라도 말이다.
세 번째로, 올해 우리 반에 3학년으로 올라온 한 학생의 성적은 평균 2등급 초반의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두 달 동안 학교에 오지 못했고 다들 성적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학생이 3학년 1학기 내신 전교 1등을 했다.(전 교과 기준 1.1등급) 입시를 10년 동안 했는데 처음 보는 경우라서 나 역시 당황했다. 코로나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반고인 우리 학생들은 다 ‘성적이 떨어질 거야 우리 아이들은 안될 거야’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학생을 보면서 꼭 그렇지마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게 되었다. 오히려 코로나로 두 달간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있을 때 그 환경을 잘 활용하여 최선을 다해 공부한 결과였다.
또한 반대급부에 다른 유형의 한 학생이 있다. 3학년에 올라왔을 때는 항상 7~8등급을 맞았고 담배 피우다 학생부에 자주 걸리고 공원에서 술 마시다 경찰에게 걸려 새벽에 담임인 나에게 연락을 받게 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3학년 때 담임인 나와 관계를 잘 맺고 있는 그대로 대해주려고 노력하자 그 학생은 그때부터 공부를 하고자 결심을 했고 학교에서는 자고 집에 가서 공부를 해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2학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담임인 나는 그 학생의 내면의 변화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지하고 격려했다. 그렇게 공부할 때 이번 9월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수학, 영어, 탐구가 4,4,5등급이 나왔다. 평소에 7-8등급이 나온 학생이었는데 말이다. ‘고3이 되면 안 되는 놈은 안돼’라는 내 생각에 돌을 던진 멋진 놈(?)이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을 하면서 나는 오히려 우리 학생들의 잠재력을 촉진하고 자극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들의 내면화된 인식체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일반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준은 떨어지고 강북의 일반고는 이제 끝났고 아이들도 답이 없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주변 선생님들과 나 자신의 내면에 들을 때면 교사로서 우울해지고 기쁨을 빼앗기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 교사 안에 있는 힘의 질서, 내면화된 인식체계라는 거대한 베를린 장벽에 용기 있게 망치질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요즘 세상의 변화를 보며 BTS도 해냈고 K-방역도 해내며 견고했던 세계의 질서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 내 자신의 생각과 인식에 대한 세계관도 지속적인 망치질로 언젠가 무너지길 기도해본다. 그리고 그럴 때 이미 교사로서 주어진 기쁨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 소망하며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