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요즘 고3 학생들의 멘탈리티에 대한 생각
고3 담임선생님의 교직생활
저는 고등학교 교직 12년 차인 교사입니다. 신규교사가 되었을 때부터 고3 학생들을 가르치는 천운(?)를 타고나 지금까지 매년 고3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ㅠ 그리고 고3 담임교사가 되어 진학지도를 한지는 벌써 6년째가 되는 것 같습니다. 계속 고3 담임교사로서 지내다 보니 고3 학생들과 얘기하다 보면 관심법(?)처럼 학생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고 그들에게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놀라는 부분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점점 도사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ㅋ 앞으로 고3을 지도하고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저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 전교에서 공부 좀 잘하는 한 학생이 기말고사 성적을 잘 받고 학교장 추천을 받기 위해 일부러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인정 결석을 해서 100% 인정점을 받고자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학생 입장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고 계산일 수 있습니다. 개인으로써는 똑똑한 선택일 수도 있죠 하지만 학교에서 행한 교육과 수업을 생각할 때 슬프다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것을 전략적으로, 현실적으로 접근하여 최대 효율을 내어 성과를 내는 것이 과연 올바른 교육의 모습이고 교육의 열매 일지 고3 진학을 담당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반면 최근에 제 수업을 듣는 정반대의 한 학생을 만나 상담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학생은 올해 온라인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계속 결석하고 학업숙려제까지 받다 최근 학교로 복귀한 학생이었습니다. 실제로 만나보니 매우 활기차고 즐겁게 사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겨울방학 때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점수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좌절감에 방황하며 몇 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와보니 대부분의 어른들과 친구들이 “너의 인생은 망했다. 실패했다.”라는 식으로만 바라보고 있어서 2차 충격과 멘붕에 빠져 있었습니다. 교사로서 저의 지론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해서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좋지 않은 성적이 나왔다고 해서 사회에서 낙오되는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이 두 가지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교육과 수업은 어떤 것이고 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과 수업의 지향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걸까?
한 교육잡지에서 본 칼럼 내용이 많이 기억이 납니다. 교육과 수업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은 분리현상이라고 했습니다. 1) 교사와 교육내용(교과)의 분리, 2) 학생과 교사의 분리, 3) 학생과 교과의 분리, 4) 학생과 학생의 분리 등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객관주의적 서구 인식론에서 ‘순수 객관적 지식이 존재한다’고 여겨졌고 앎의 주체와 알려지는 지식은 분리된다고 생각했습니다.(객관적 지식에 대한 관점은 존재론과 인식론적 사고를 분리시켰습니다) 이런 사상이 교사와 교육내용을 분리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학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고등학교 3년 동안 수업을 듣기 때문에 원래 가진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써 교육이 진행되었고 그럴 때 점점 교사와 교육내용은 분리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수업은 교사의 삶과 인격을 통해 객관적 지식과 함께 함축되어 전달되어 학생들에게 내면화되는 가치관을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문제풀이 스킬만을 가르치다 보면 결국 가치관과 옳고 그름에 대한 영향력을 사라지고 장기기억 창고에 정보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정보조차 필요 없게 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인식체계 속에 남겨진 교사의 가치관과 삶은 하나의 씨가 되고 학생들의 마음과 생각에 심겨 결국 시간이 지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남게 하는 귀한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교사와 교과를 분리하지 않도록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 그 연상선에서 투쟁할 때 비로소 교사와 학생들의 인격적 관계 맺음이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지식을 문제를 풀어 정답을 잘 찾는 수업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경험된 지식으로 바꾸도록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동아리 활동에서 구현해낼 수도 있고 토론 수업으로, 프로젝트 활동으로 구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수업에서는 진학이라는 거대한 틀속에서 모든 것이 도구화되고 파편화되어 이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는 슬픈 교육 현실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대평가와 서열화,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더욱 인간다움을 상실해가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지에 따라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준들이 자리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과거 저 자신이 경험했던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잘하던, 못하던 다 같은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다양하게 모여 우정을 맺고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께 어울렸던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렇게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와서 대학생활, 사화 생활을 하더라도 그냥 친구였습니다. 그럴 때 학벌이나 경제적 조건과 상관없이 함께 어울리고 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이기 때문에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이 가능했던 시대였습니다. 가난하고 시골 출신이지만 공부만 잘하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그런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공감하고 함께 어울리는데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끼리끼리 조건에 맞게 모이고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룹과외부터 시작해서 수준별 수업 등으로 비슷한 조건에 맞는 학생들끼리 모여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항상 비슷한 조건의 친구들만 계속 사귀게 되고 결국 다양한 조건의 친구들과 사귀지 못하게 되어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게 됩니다. 그리고 항상 경쟁과 서열화, 상대평가로 인해 점점 주변 친구들과의 관계도 이해득실의 관점에서 관계 맺음을 하게 되면서 그렇게 친구관계도 조금씩 분리되어 버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경쟁체계와 평가 속에서 낳은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많은 고민과 갈등이 축적되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작은 해답을 찾기를 소망합니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단하는 것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삶의 태도와 관점 그리고 영감을 주는 수업과 그런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교육대학원 수업 때 교육철학 교수님께 이런 고민에 대해 나눈 적이 있었는데 그 교수님께서 이런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독일에서 베른린 장벽이 어떻게 무너진 지 아세요? 많은 사람들이 장벽에 망치를 한번 치고 장벽 위에 올라가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현장이 계속되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망치질과 외침이 모여 결국 베른린 장벽이 무너졌던 거예요 혼자는 결국 지치고 포기하게 되지만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고 함께 할 때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큰 장벽도 무너지게 될 것에요”
부족하지만 교육에 관련한 이런 글을 쓰는 이유도 저에게는 교육적 현실과 한계라는 베른린 장벽, 너무 거대해서 포기해야만 하는 현실이란 장벽 앞에 망치질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런 공감대가 모이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여 장벽에 한 번씩 망치질을 하면 언제 가는 조금씩 그 거대한 장벽도 금이 가지 않을까 기도해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학교의 수업도, 학생들도 조금씩 변화된다면, 교사와 학생들 모두 이미 주어진 행복을 빼앗기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