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대처는 1925년 영국 링컨셔 주의 독실한 감리교 신자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시장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근면과 성실의 자세를 배웠고,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정치 일선에 뛰어들었다. 34세의 나이엔 보수당 하원의원 후보로 공천받아 의원이 되었다. 이후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고, 최초이자 최장수 여성 총리가 되었다. ‘철의 여인’, ‘신자유주의 마녀’로 불리던 대처는 영국 보수당의 정신적 지주이자 좋든 싫든 오늘의 영국을 설계한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대처는 노력의 화신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녀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변변한 기반 없이도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영국 정치계에서 총리까지 올랐으며, 윈스턴 처칠 이후로 가장 잘 알려진 보수 성향의 영국 정치인이다. 대처는 하루 18시간씩 일했고, 수많은 반대와 비난을 뚫고 국가를 개조하는 수준의 개혁을 이루어냈다. 대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노조를 탄압하고 빈부 격차와 지역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비판하지만, 그들조차도 대처가 열정과 노력으로 영국을 이끌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대처의 근면성과 타협하지 않는 신념,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추진력은 분명 보수주의자가 좋아할 만한 가치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성향을 성실성이라고 정의한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일처리가 꼼꼼하고, 자제력이 높고, 신중하고, 계획에 따라 행동하고, 성취욕도 높다. MBTI로 따지자면 판단형(J)으로, 여행을 떠날 때 계획을 세우고 일정에 맞게 움직이는 사람이 되겠다.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노력의 화신들은 사실 성실성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생리적으로 성실성이 높다는 건, 유혹과 충동을 절제하기 쉬운 신경 시스템을 타고났다는 뜻이다. 그들의 뇌는 충동을 제어하는 전두엽 영역이 특히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 결국 성실성은 어떤 목표나 원칙을 위해 당장의 욕구 충족을 억제하는 전두엽 메커니즘의 활성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실성이 낮은 사람들은 전두엽의 통제 메커니즘이 약해기 때문에 마약이나 도박에 더 쉽게 빠져든다.
현대 사회에서 성실성은 큰 강점을 발휘한다. 근면과 끈기는 직업과 학업적 성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상관관계다. 사람들은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성실한 사람을 더 좋게 평가한다.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위스는 『그릿(Grit)』에서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IQ나 재능, 가정환경이 아니라 성공할 때까지 끝까지 해내는 그릿(끈기)이라고 말한다. 이 그릿을 쉽고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는 게 바로 성실성이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책임의식이 높고, 도덕적이고 규칙을 잘 준수한다.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고 믿으며, 그 기준에 맞게 살아가려 노력한다. 자제력이 뛰어난 그들은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멋대로 행동하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는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계획을 짠다. 방은 항상 깔끔하고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잘하고, 성취에 대한 동기도 가장 크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성공하기에 가장 유리한 성격이기도 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성실한 사람은 계획을 따르는데 집중하느라 유연성이 떨어지고 변화에 대한 대처가 늦다. 성취욕과 경쟁심이 강하지만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소홀해질 수도 있고, 계획에 쫓기듯이 인생을 산다. 선조들이 살던 때를 유추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수렵채집민으로 살아왔다. 지금처럼 학교와 직장에서 하루 8시간씩 정해진 규칙과 매뉴얼 같은 일을 묵묵히 견뎌내며 생존하고 번식한 사람은 없었다. 과거에는 현대 사회처럼 성실성이 더욱 큰 강점을 지니지 못했다. 물론 조상 시절에도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딴 짓거리를 할 때보다 유리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우연과 변수가 넘쳐나는 야생에서 물소 떼가 지나갈 때 "오늘은 꿀 따러 가는 날"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초기 수렵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며, 성실성은 장점으로 부각되었다. 역사는 사유재산이 거의 없는 평등한 수렵 채집 사회에서 불평등한 농경 사회로의 이행이었기 때문에, 매 순간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유형보단 절제하고 노력하며 자원을 축적해 가는 성실한 인간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공동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즉, 보수주의자의 유전자가 퍼져나간 것이다.
정리하자면, 보수주의자는 노력과 성실을 강조하고, 애국심과 충성심이 높고, 사회적 규범과 예절을 중시하며, 지위와 경제적 이익을 향한 경쟁을 강조한다. 모두 성실성이 만드는 것들이다. 물론 안정과 질서에 대한 욕구가 지나치면 불확실하고 애매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피 땀 흘린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지만, 반대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수주의자의 장점은 차고 넘친다. 보수주의의 성취욕, 정직한 삶의 태도, 충성심, 삶의 안전성, 도덕적 자제력 같은 것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