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숙제 같았던 섬, 추자도

by idle

추자도는 우리에게 남은 숙제 같은 곳이었다. 그곳은 제주도에서 4년을 살면서, 유일하게 가보지 못했던 섬이다. 추자도는 제주도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꽤나 멀리 떨어져 있어 배를 타고 2시간은 가야 했다. 그 뱃길은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심해서 날씨가 맑지 않으면 가기 어렵다고 들었다. 우도, 가파도, 마라도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섬은 아니었다.


남편은 제주도를 떠나면 우리에게 숙제처럼 남아 있던 섬, 추자도에서 오래 머물러 보자고 말했다. 난 추자도가 좀 시큰둥 하긴 했다. 그곳은 낚시 외에는 할 것이 많지 않아 보였다. 낚시 한번 하고, 올레 한 바퀴를 돌면 더 할 게 없을 것 같았다. 추자도 여행 기간을 정할 때 남편과 의견이 갈렸다.


“추자도는 2박 3일이면 충분하지 않아?”

“오래 머물면서 섬 구석구석 다 돌아보려면 일주일은 있어야지.”


남편의 설득에 5박 6일 정도로 타협을 보았다.


추자도는 상추자도, 하추자도를 포함하여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곳이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차로 이동이 가능했다. 어느 곳에 숙소를 고를지 고민하다 상추자가 하추자 보다 식당이 많아서 상추자항 근처에 있는 민박집으로 숙소를 정했다.


떠나기 전 매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날씨를 찾아보았다. 배가 무사히 뜰 수 있을까. 날씨는 매일매일이 달랐다. 우리가 출발하는 날, 비는 부슬부슬 내렸지만 바람은 심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예약한 배는 다행히 예정대로 추자도를 향했다.


추자도에 도착한 다음날은 바람이 몹시 불고 흐린 날이었다. 올레를 돌아보려 했는데, 외부 활동을 하기 적당한 날씨는 아니었다. 살짝 돌아보다 힘들면 다시 숙소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제주도에 살면서 강한 바람에 익숙해져서인지 12m/s의 바람을 헤치고도 다닐만했다. 결국 그 거센 바람을 뚫고 올레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어떻게 사람 한 명이 없지.”

“추자도가 사람이 없는 거야? 이런 날 올레는 걷는 우리가 이상한 거야?”


다음 날, 언제 흐리기라도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맑았다. 숙소를 나서니 이날은 올레꾼들이 많이 보였다. 그 흐린 날 올레를 걸은 우리가 이상한 거였다.


이날은 숙소에서 멀지 않은 나바론 절벽을 가보기로 했다. 나바론 절벽은 ‘나바론 요새’ 영화에 나오는 절벽과 닮아 있어 불리기 시작한 이름이라고 한다. 바다를 향해 있는 절벽은 아찔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보통 섬에서 높은 곳에 오르면 바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데, 이 곳은 섬 특유의 아름다운 풍경에 절벽의 웅장함과 아찔함까지 더해졌다. 상추자의 마을도 아늑하게 내려다 보인다. 추자도 제1 풍경이 아닐까 싶었다.


나바론 절벽 풍경. 이 날 올레를 걸었어야 했다.

추자도는 낚시꾼들의 성지라고 들었다. 차귀도에서 관광 배낚시 경험밖에 없는 우리지만 이곳은 추자도다. 한 번은 낚시를 해봐야 했다. 민박집주인 분께 말씀드려 낚싯대를 빌리고, 낚시 포인트를 추천받았다. 바다가 맑아서 물고기가 지나는 모습이 보일 정도의 포인트였다. 끊임없이 입질이 왔다. 하지만 우리가 낚은 건 대부분 복어이거나, 작은 물고기였다. 낚싯대를 올리고, 놔주고의 반복이 한참이던 그때 손 끝에 묵직함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손맛이라는 것일까. 낚싯대를 당기자 반짝이는 은색 비늘로 바다를 가르며 파닥이는 물고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크기는 20cm? 25cm? 쯤 될까? 잡긴 잡았지만, 어떤 물고기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주황색 비늘이 반짝이는데 이거 참돔 아냐?”

“설마.”


난 참돔을 잡았다며,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가 잡은 물고기를 신기해하며 사진만 찍고는 다시 놔주었다. 돌아와서 낚싯대를 빌려준 주인분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무슨 고기인지 물어보았다.


“망상어네, 망상어.”

“참돔인 줄 알았어요.”

“(하하) 돔이랑 착각할 수도 있어.”


찾아보니 망상어는 서울돔으로 불리는 녀석이었다. 돔이랑 비슷해서 낚시를 자주 하지 않는 서울 사람들이 돔으로 착각하며 좋아하는 물고기란다. 그래도 돔이라 불리는 녀석을 잡았다.

후포해변 근처 낚시 포인트


추자도에서는 매 끼니를 동네 식당에서 사 먹었다. 추자도는 전라도 문화권이라 음식이 맛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정말 그랬다. 우리가 찾았던 식당 음식은 모두 훌륭했다. 하지만 자주 찾았던 음식점의 주인은 경상도분이었다. 처음에는 메뉴가 다양해서 김밥천국 같은 곳 아닐까 하며 걱정스러워했지만, 주문한 음식이 모두 다 맛있었다. 주인아주머니는 추자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다 힘들어서 이제는 식당만 한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가끔 내 말투가 경상도라 들어왔다 나가시는 분도 있어요.”라고 했다. 경상도 음식이 맛없다는 것은 편견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추자도를 충분히 즐긴 후 육지를 향해 떠났다. 추자도는 낚시만 하기 좋은 섬이 아니라 풍경이 아름답고, 음식도 맛있는 섬이었다.


“마누라 추자도 무시하더니만 나보다 더 좋아하네.”

“응 지금껏 가봤던 섬 중에서 가장 좋았어.”

keyword
idle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