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 처음 먹었던 음식은 오징어순대였다. 살갗에 닿는 바람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느껴지는 어느 겨울날, 따뜻한 집안 소파에 늘어지게 앉아서는 TV에서 한 출연자가 오징어순대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당신은 오징어순대 먹어본 적 있어?”
“아니, 궁금하긴 하네 맛있어 보여.”
“그럼 이번 주말에 속초 갈까?”
난 숙박 예약 앱을 열어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적당한 가격에 속초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을 찾았다.
“여기 갈까? 가격도 괜찮아.”
“그래, 생각났을 때 안 먹으면 또 몇 날 며칠 동안 얘기할 테니.”
먹는 것에 있어 나는 집요하다.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나면, 그걸 먹을 때까지 노래를 부른다. ‘대창, 대창, 대창, 양꼬치, 양꼬치, 양꼬치~’ 나의 성향을 아는 남편은 갑작스러운 여행 계획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우리는 오직 오징어순대를 먹기 위해 속초를 찾았다. 주말 저녁 시간쯤 예약한 숙소에 도착해 서둘러 짐을 풀고는 아바이 마을로 향했다.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을만한 거리에 갯배를 타는 곳이 있었다. 갯배에서 내려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순대거리에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 손길들을 조심스레 뿌리치면서 우리는 식당 안을 살피며 걸었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우리는 그중에서 사람이 제법 많아 보이는 식당 한 곳을 찜했다. 순대거리 끝까지 모두 살핀 후 다시 돌아서 찜해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가 같이 나오는 모둠 순대를 주문했다. 2만 4천 원. 싸늘해진 몸을 데우기 위해서는 따뜻한 국물이 필요할 것 같아 순댓국도 하나 더 주문했다. 8000원. 살짝 기름지지만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오징어순대는 기대만큼 맛있었다. 순대의 느끼한 뒷맛은 함께 내어주는 명태 회로 가셨다.
“오징어순대가 맛있는 거였네!”
“나이 마흔을 넘었는데, 이제야 이걸 먹어보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겨울 속초 여행을 마무리했었다.
다시 속초를 찾았으니 처음으로 먹은 음식 역시 아바이마을의 순대였다. 하지만 속초에서 지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속초의 식당 어디서든 오징어순대를 판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바이마을 보다 가격이 쌌고, 맛도 비슷했다. 속초중앙시장에서 오징어순대를 먹은 이후 우리는 굳이 아바이마을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과 나는 고기리에 있는 그 막국수집을 좋아한다. 집에서 종종 들기름 막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둘 다 메밀로 만든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냉면, 메밀국수, 메밀 전병 역시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다. 우리는 막국수의 본고장 강원도에 왔다! 강원도에서 유명한 막국수 집은 모두 다녀보기로 했다.
강원도에 막국수 식당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고성의 백촌 막국수, 백도 막국수, 화진포 박포수 가든, 속초 솔밭가든 막국수, 입암 막국수, 삼교리 막국수, 인제 막국수, 춘천 유포리 막국수… 대략 10개 정도의 막국수 집을 갔는데, 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막걸리 사진만 잔뜩이고, 막국수 사진 한 장을 찍은 게 없다. 식당마다 조금씩 특색이 있긴 하나 동치미 국물의 양에 따라 물이나 비빔막국수로 조절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같았다. 큰 고민 없이 강원도 아무 막국수 집을 찾아도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막국수 식당 테이블에는 대부분 들기름병이 올려져 있었다. 막국수 맛이 좀 아쉽다 싶을 때 들기름 한 바퀴를 더 두르면 메밀의 맛이 더 살아났다. 심심하지만 씹을수록 올라오는 메밀의 구수한 맛이라니! 난 간이 센 음식보다는 심심한 맛을 선호해서 순두부도 얼큰한 해물 순두부보다는 하얀 초당 순두부를 먹는다. 냉면 역시 평양냉면파! 막국수도 매콤 달콤한 비빔막국수보다는 물막국수를 좋아한다. 비빔은 양념만 맛있으면 어디서 먹어도 기본은 하는데 물막국수가 맛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재료 본연의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막국수가 맛있어야 진짜 맛집이지!’라고 혼자 주장하는 편이다. 그런데 강원도에서 먹은 물막국수는 어디를 가도 맛있었다. 심심하면서도 깊은 강원도의 맛이다!
“오늘도 막국수 먹으러 갈까?”
“난 가끔 네가 막국수를 먹고 싶은 건지 막걸리가 먹고 싶은 건지 헷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