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후기
“띠리링”
설레는 브런치 알림 소리와 함께 제안 메일이 도착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한겨레신문 토요판 담당자입니다.’로 시작하는 메일이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기고 요청,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내 실력으로 가능한 일일까? 걱정스러웠지만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어떤 일을 하든지 항상 ‘처음’은 있으니까 두려워도 시작은 해야 한다.
그동안 브런치에 올린 글 중에서 ‘은퇴 후 생활비 계산하기’는 새 글을 발행해도, 늘 조회수 첫 번째를 차지하는 글이다. 다음 첫 화면에 오른 날, 하루 만에 2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통계 수치를 보며 사람들이 생각보다 조기 은퇴에 대한 관심이 많네, 나중에 투고라도 한번 해볼까? 그렇게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고 요청 역시 그 글을 보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브런치에 올린 글 중 몇 개를 샘플로 보낸 후 ‘한겨레출판’으로 부터 출간 제안을 받고, 계약서에 싸인까지 하고 돌아온 날은 우리 부부가 제주도를 시작으로 100일간 ‘낯선 동네에서 살아보기’를 떠나기 바로 전날인 3월 9일이었다.
낯선 동네에서 우리는 규칙을 정했다. 한주에 5일은 일상을 살고, 나머지 2일 동안은 여행을 하자고 말이다. 그 100일 동안 난, 일상을 사는 대부분의 시간에 글을 쓰며 보냈다. 동네 카페를 가거나, 비가 오는 날은 집안 테이블에 앉아 글을 썼다. ‘이른 은퇴’라는 같은 주제의 글이니 신문 연재와 출간용 글쓰기를 동시에 진행해도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같은 글이라도 노출되는 지면의 성격에 따라 편집 방향이 달라서 신문과 출간용으로 수정을 거쳤다. 브런치에 적어도 한주에 하나의 글은 발행하기로 마음먹었었는데, 마감 전 일정은 생각보다 빠듯해서 결심을 지키기 어려웠다.
한겨레신문 토요판 연재는 7월 10일 토요일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조용히 묻히겠지 생각했는데… 수많은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글을 다 읽지도 않고서 쓴 글이니 무시하자 생각했지만, 아무렇지 않지는 않았다. 글이 올라오는 날이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댓글은 읽지 말아야지 다짐하고서도 하나씩 읽어내리다 숨을 쉬지 못하고 헉헉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 연재에 달린 댓글을 읽어 볼 때쯤은 늘 비슷한 패턴으로 올라오는 악플은 무시하고, 숨어 있는 응원의 글을 보며 마음을 위안했다.
‘마흔에 은퇴’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난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은퇴했다는 내용이 본문에 있음에도 글을 쓴 사람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집애네 여자 중에 정년퇴직한 사람이 한 명도 없지.’, ‘맞벌이에서 전업하는 아줌마 얘기네’ 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아직 세상은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책에는 브런치에 올린 글 보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았다. 은퇴 결심에서부터 불안 관리, 자금 마련, 은퇴 후의 삶 까지 ‘7단계 은퇴 여정’으로 이야기했다. 7월 21일 드디어 나의 첫 책이 출간되었다. 온라인에서는 오늘부터 예약 구매가 가능하고 오프라인 서점에는 7월 26일쯤부터 판매를 시작할 거라 한다. 책이 세상에 나올 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두렵다. 브런치에서 처럼 이름을 숨긴 채 글을 쓸 때는 마음이 편했는데, 내 이름이 찍힌 책이 나오고, 나를 아는 사람들이 그 글을 읽을 거라 생각하니 부끄러워 숨고 싶다. 많이 팔렸으면 하는 마음과,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작가라는 막연한 꿈을 떠올리며 시작한 브런치로 이렇게 책까지 나온다니 정말 꿈만 같아서 설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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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프롤로그 - 당신 꿈, 내가 이루어줄게 6
1장 마음먹기 편, 마흔엔 은퇴할 거야 13
- 백수가 체질인 남자, 일탈을 꿈꾸던 여자 15
- 마흔에는 세계 여행을 떠나자 20
- 우리도 〈윤식당〉처럼 해볼까? 26
- 한 달 여행 후, 은퇴 계획이 달라졌다 32
- 아이가 없는 것과 은퇴의 상관관계 40
- 하기 싫은 건 이제 안 하려고요 47
2장 불안 관리 편, 은퇴, 그 말의 무거움 53
- 은퇴 결심 후에도 불안했던 진짜 이유 55
- 엄마, 나 곧 회사 그만둘 거야 60
- 병원비 걱정 따위는 운명에 맡기자 67
- 좋아하는 일들을 다 잘하지는 못해도 73
- 마흔에 가지는 갭이어 80
3장 자금계획 편, 금융맹 부부의 은퇴준비 87
- 금융맹 탈출을 위한 네 가지 89
- 다시 보자, 세금&보험! 고정비 파악하기 97
- 은퇴 후 한 달 생활비, 얼마면 될까? 108
- 5만 원의 용돈 논쟁 115
- 그래도 여행비 예산은 필요해 121
- 현재 자산 파악 완료, 그다음은? 127
4장 자금 마련 편, 본격 은퇴자금 마련기 135
- 연금이 있어 다행이야 137
- 재테크가 어려워 집을 사기로 했다 146
-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재테크? 153
- 은퇴자금을 더 모으기 위해 선택한 이직 159
- 대출은 다 갚고 은퇴해야지 164
- 용돈벌이를 위한 주식투자 입문기 172
5장 본격 실습 편, 은퇴 ‘예행연습’ 181
- 은퇴 후 우리만의 소득분배 원칙 183
- 갖고 싶은 걸 다 가지면 물욕이 줄어들까? 191
- 욕구를 ‘실속 있게 채우기 위한’ 나만의 소비 습관 199
- 회사에 가지 않는 긴 시간을 채울 방법 206
- 남편의 취미 생활에 투자하다 213
- 은퇴 예행연습이 된 재택근무 219
6장 실전 돌파편, 퇴사를 했다 225
- 퇴사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227
- 자유의 상징으로 히피펌을 232
- 이른 은퇴에 대한 두 가지 시선 238
- 우리는 계획대로 살고 있을까 243
- 더 이상 직업이 없다는 것 250
7장 본격 유희 편, 은퇴 후 나를 위해 보내는 시간 257
- 하루에 하나만 해도 1년이면 365가지를 하는 거야 259
- 내가 만든 아침 식사 265
- “안녕, 즐거운 시간 보내” 각자를 위한 공간 마련 272
- 늦깎이 공부의 즐거움 278
- 낯선 동네에서 살아보기 284
- 하고 싶은 일들로 하루를 가득 채웠다 292
에필로그 - ‘은퇴 기획서’를 마무리하며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