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그는 이성과 감성이 양립하는 사람이다. 논리적으로 사고하면서도 예민한 감성을 품고 있다. 예민한 감성은 그를 개발자로 살아가기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의 논리적인 측면은 천생 개발자 체질로 보인다. 그건 글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글은 마치 코딩을 하는 것처럼 철저한 계획하에 쓰인 것이다. 독자들이 느끼길 원하는 감정을 생각하며 한 문장씩 써내려 간다.
그와 나 둘 다 출간을 기대하며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퇴사 후 넘치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구독자가 한 명씩 늘어나고, 출간 소식을 알리는 이웃 작가님 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우리도 책을 출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출판 계약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렸을 때 가장 먼저 돌아온 반응은 ‘ㅇ서방이 아니고 네가 책을 출간한다고?’였다. 그만큼 가족들은 나보다 그의 글을 더 아꼈다. 그의 글은 감성적이면서도 위트가 있다. 그는 자신의 글이 팔릴 글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재밌게 읽는 팬들이 많은데 그럴 리 없다 생각했었다. 그렇게 기다려온 그의 첫 책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는 더 많은 우리의 이야기와, 그가 그린 그림, 내가 찍은 사진이 들어있어 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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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보이는 풍경들에 충분히 시간을 준다.
급할 일은 없다. 길고양이 한 마리를 보고 멈춰 선다.
우리가 바라보면
길고양이도 가던 길을 멈추고 아내와 나를 노려본다.
눈싸움이 시작된다.
길고양이와의 눈싸움은 늘 우리가 이긴다.
이렇게나 느긋하고 여유만만한 강적은
처음 만났을지도 모른다.
길고양이가 눈길을 거두고 자기 갈 길을 간다.
아내와 나도 다음 발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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