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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Feb 16. 2021

3.1 Phillip Lim 인터뷰와 취직

10년 차 뉴욕인 에세이

3.1 Phillip Lim이라는 브랜드는 2010년대 초중반 뉴욕을 평정한 브랜드 중 하나이다. 그 당시 뉴욕의 패션을 6개의 브랜드가 대표했는데, Alenxander Wang, Proenza Schouler,Marc Jacobs, Rag & Bone, Derek Lam, 그리고 3.1 Phillip Lim 이었다. 대표적으로 파슐리라는 가방이 대유행을 쳤는데, 한참 널리 퍼졌을 때 뉴욕 거리를 다니면 최소 8번은 파슐리 가방을 목격할 수 있었다. 때문에 내가 졸업할 때쯤 3.1 Phillip Lim은  디자인 학도들의 선망의 회사였다. 


졸업을 앞두고 여러 군데 이력서를 돌렸던 나는 졸업하자마자 Opening Ceremony라는 회사에 full time freelancer로 취업을 했다. 한 3개월 일했을까, 3.1 Phillip Lim에서 이메일이 날아왔다. Assistant 자리가 열였는데 혹시 관심이 있냐는 이메일이었다. Opening Ceremony에서 일하는 환경도 나쁘지 않았지만, 당시 선망의 회사 중 하나였던 3.1 Phillip Lim에서 온 연락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나는 바로 이력서, Cover Letter, 포트폴리오 샘플을 넘겼고 한 2주정도 지나 인터뷰를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인터뷰는 총 3번을 보았다. 한날에 다 보았으면 좋았으련만, 하루하루 따로 불러 매번 오피스에 갈 때 어떻게 입고 가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Opening Ceremony에 병가를 내고 무덥디 무거운 포트폴리오를 들고 택시를 탔다. 그때 당시에도 간편하게 아이패드 들고 다니며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의 셩향 때문에 나는 포트폴리오 북을 만들어서 들고 다녔다. 북을 만들 때도 내가 원하는 북 템플레잇을 사러 찾아다니고, 그 안에 들어가는 plastic sheet도 내가 원하는 재질, 느낌 그리고 북에 끼는 구멍 개수까지 까다롭게 따져가며 준비했다. 프린트 또한 최상의 칼라와 정확도를 나타내기 위해 전문적 디자인 카탈로그나 아트북 프린트하는 샵을 찾으러 Times Square까지 갔다. 덕분에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어렵게 찾은 specific한  plastic sheet을 더 사러 specific한 스토어에 다녀야 했고, 프린트 또한  Times Square에 있는 그 한 샵을 왔다 갔다 해야 했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내가 추구하는 바를 고집하며 완성시켰다.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페이지 수가 꽤나 됐는데, 많은 페이지를 두꺼운 고급 종이에 프린트해서, 하나하나 플라스틱에 넣어 안 그래도 무개가 꽤나 있는 북 커버에 합치니 상당히 무거웠다. 고로 인터뷰 가는 길에는 그 무거운 포트폴리오를 짊어지고 택시를 탔는데, 덕분에 힐이 있는 신발들로 내 스타일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소호에 있는 건물에 들어와 맨 꼭대기층에 도달해 엘리베이터가 열리니 3.1 Phillip Lim 로비였다. 큰 작품이 공중에 걸려있고 그 아래 직원이 여자가 앉아있었다. 이런이런 인터뷰 때문에 왔다고 알려주니 내가 왔다고 인터컴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프랑스 여자가 나왔다. 로비에서 오피스 내부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며 인터뷰하는 미팅룸으로 들어갔다. 벽이 하얬고, 미팅룸 역시 큰 대리석 테이블 뒤로 미니멀한 그림들이 걸려있었다. 내 이력서와 당시 만들었던 명함을 프랑스 여자에게 건넸다. 그 여자는 파리 발렌시아가에서 일하다가  3.1 Phillip Lim CEO인 Wen Zhou가 직접 인터뷰해 데려온 수석 헤드 디자이너였다. 수족냉증인 나는 긴장한 탓에 햐앟게 질린 두 손을 테이블 밑으로 부여잡고 내 이력을 설명해 내려갔다. 이력 설명을 끝내고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하나하나 설명하며 페이지를 넘기었는데 미래의 내 보스가 꽤나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집중해서 보았다. 나에 관한 모든 설명이 끝나고 보스가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한 가지는 3.1 Phillip Lim에서 제일 좋아하는 제품과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후에 내가 인턴들을 고용할 때 써먹었던 질문 이기도 하다. 나 역시 준비해 간 여러 개의 질문들을 했고 다소 차가워 보였지만 나를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던 프랑스 여자에게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는 말을 뒤로하고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일주일 후, 헤드 디자이너가 직접 이메일이 왔다. 이주안에 3.1 Phillip Lim에 맞는 디자인을 12개 해서 보내라는 것이었다. 리서치부터 디자인 과정 그리고 색칠까지 자세하게 보여달라는 요청이였다. 그 이주 동안 낮에는 Opening Ceremony 일을 하고 밤에 짬 내서  많은 웹사이트를 보며 영감 받는 이미지들을 찾아 헤매어, 많은 수의 스케치와 색칠을 하는데 성심을 다해 준비해 보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일주일 기다렸을까, 헤드 디자이너가 마음에 들었다며 그다음 스텝으로 Vice President와 인터뷰 하자며 연락이 왔다. 전에와 똑같이 나의 배경과 작품들을 소개 후 Vice President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번에는 나에게 질문들보다 나의 보스가 될 프랑스 여자의 일하는 스타일을 길게 설명해줬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자리에 임해야 하는지 길게 길게 돌려 설명했다 할 수 있겠다. Vice President는 미국에서 일하다가 파리로 넘어가 Louis Vuitton, Pucci 등에서 일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많이 말을 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갓 졸업한 내가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흥분돼있었던 거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으로 CEO인 Wen Zhou와 인터뷰를 보자고 불렀다. 앞 두 번의 인터뷰 때와 같이 이력을 설명하고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는데 내가 그려놓은 한 디자인들을 보고 "제가 원하는 게 이런 거예요. 우리 회사에 필요한 제품이네요"라고 칭찬해줬던 기억이 있다. 나도 그 디자인이 내가 한 것들 중 마음에 들었던 것이라 저도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며 맞장구쳤다. 인터뷰를 마치고 Wen이 명함을 주었는데 그 앞 두 명의 명함에 비해 CEO의 명함은 두껍고 테두리에 은으로 페인트 되어 있었다. 명함이 너무 예뻐 나도 CEO를 하면 좋겠다 라고 1초 생각했었다.


빌딩을 나서며 나는 90% 내가 선택이 됐겠구나 싶었지만 10% 될 때까지 된 게 아니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간절한 만큼 실망이 큰 법이라 될때까지 모르는 거지라고 자신을 다독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과에서 연락이 왔고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당장 시작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Opening Ceremony에 2주 notice는 줘야 하니까 그럼 2주 후에 시작하겠다고 했다. 


결과를 들은 그 주 주말, 나는 job offer도 받았겠다 48 Great Jones St에 있는 3.1 Phillip Lim 스토어에 갔다. 딱히 무슨 제품이 있는지 가서 배워야겠다 라는 마음보다는 주말에 시간도 있겠다 집에서 노느니 가서 뭐가 있는지 보자라는 마음으로 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Wen Zhou를 만났다. 여기 어떻게 왔냐길래 스토어에 뭐가 있나 궁금했다고 답하니 굉징히 흡족해하는 눈치였다. 스토어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새로 일할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며 뭐가 요새 제일 잘 팔리는지 나에게 알려주라고 했다. 그 후 3.1 Phillip Lim에 일하러 간 첫날, 회사 사람들 앞에서 나를 소개하며 스토어에서 나와 마주쳤다며, 회사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는 이런 마음을 높이 사야 한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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