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본 4급 합격
다 큰 성인이 기껏해야 기본으로 4급??
그러나 기본 4급은 나에겐 엄청난 성과였다.
우선 국사를 공부하고 나서
내 인생의 큰 변화를 느꼈다.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과 애국심이 싹트고
드라마나 영화 속 역사 이야기를 보며
받아들일 때 느끼는 깊이가 달라졌다.
애국심도 더 많이 생겼다.
예전의 나라면 무조건 최고 등급에 도전했고
만약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여겼을 테지만 지금은 작게 시작해서
그것을 성취한 자신에게 스스로 칭찬을 아끼지 않고,
그 과정에서의 변화마저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노베이스에서 도전하여 드디어
내가 원하던 4급 자격증을
턱걸이 80점으로 딴 그 순간,
내가 해냈다는 실감에 온몸이 전율했다.
한 달 내내 조금씩 공부하면서
“언제 다 하나?”라는 막막함과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시험 압박감에 스트레스가 쌓여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여드름과 오른쪽 눈에 다래끼까지 생겼지만,
그런 고생마저도 기쁨으로 보상받은 순간이 있었다.
사실, 중학교 때 국사는 너무 재미없고
어려워서 관심조차 없었고,
고등학교 때는 선택조차 하지 않았던 만큼
나의 국사 기초는 완전히 제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하며
포기하지 않은 끝에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정말 놀랍고도
뿌듯한 경험이었다.
이제는 ‘필요에 의한 공부’를 넘어
심화된 내용에도 도전해 볼 것이다.
최태성 선생님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이 생겼다.
이번에는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선생님의 방식대로 뼈대에 살을 붙이기 위해
시험이 끝나자마자 [만화 한국사 시리즈]
전 근대와 현대 편 두 권을 바로 주문했다.
시험 당일의 기억도 생생하다.
시험장에 들어서자마자
초등학생들이 잔뜩 보였고,
부모님들이 함께 데려온 모습을 보며
“요즘 국사가 필수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TOEIC이나 HSK 시험과는 달리
문제지가 신문만 하게 컸고,
시험도중 중간중간 화장실을 가는
아이들도 보이고
답안지를 수없이 바꾸고, 불안감에
다리가 덜덜 떨리며 문제를 풀어가는
아이들도 보였다. 내 일상에서는
초등학생들을 전혀 볼 수 없기에
모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왼쪽에 앉은 한 아이다.
한 4학년정도 돼 보이는 남자아이는
계속 소리를 내며
"아 씨 다 틀릴 것 같은데"라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웠다.
속삭이며 말하는데 너무나도 잘 들렸다.
결국 시험문제가 어려웠는지
아니면 계속 답안지 작성에 틀리는
본인이 답답했는지
훌쩍거리며 우는 소리가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약간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그 아이의 마음이 어떤 건지
이해가 가서 오히려 다가가 위로를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시험이 끝나고 나오자마자
가답안 YouTube 영상을 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채점을 했다.
모의고사를 통해 60점 정도 받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80점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아냈을 때,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한국사 공부조차 잠시 내려놓고
충분히 쉬어갈 생각이다.
5월에 다시 시험 준비를 시작해서,
여름에 진짜 필요한 자격증 시험에서
국사 과목은 더욱 자신 있게, 나머지 과목들도
탄탄하게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모든 도전은 단순한 시험 합격을 넘어서
제 안에 새로운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이렇게 재밌구나 하고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될 도전 속에서 얻는 성취감이
내게 큰 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