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 진짜 나 찾기, 독립출판물 제작 프로젝트
책의 컨셉과 제목을 정한 뒤 한 일은 삽화를 그리는 일이었다. 삽화는 곧 책의 표지와 연결되기 때문에 책의 제목을 정하는 일만큼이나 오래 고민했다. 책과 어울리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의 작가님들을 찾아보기도 했고, 사이트를 통해 외주를 맡길까 고민하기도 했다. 차라리 찍었던 사진을 사용해서 책 표지로 넣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그리기로 결정했다. 출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모두 부족하기에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처음 책을 만들 때 먹었던 마음처럼 그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진심을 담는 것이 가장 나다운 방식이라고 결론지었다.
프로크리이에트 앱으로 그림을 그렸다. 퇴근 후, 전 직장동료이자 내 첫 번째 책의 표지 일러스트를 그려준 작가님인 민교 님의 프로크리에이트 클래스를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를 가진 민교 님의 설명을 들으니 내가 책에 담고자 하는 그림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졌다. 클래스가 끝난 후엔 주말 도서관에서, 퇴근 후 회사 근처 카페에서 나머지 그림을 그렸다.
책의 목차와 내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을 다시 읽으며 어디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했다. 착하고 바보 같은, 불쌍한 강아지 가호가 강아지별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컷, 시든 마음이 다시 싱싱하게 자라나길 기다렸던 순간을 떠올리며 한 컷, 일찍 일어나는 새는 두렵다며 썼던 글을 위해 또 한 컷 그렸다.
책의 삽화를 그리며 책의 형태가 더 단정하게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던 어떤 형상이 점점 형태를 갖추고, 선명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진짜 내책, 나다운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완성되어 실제 모습을 갖춘 책을 만나고 싶어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작업했던 순간이었다.